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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도 찜찜' 외국법인과의 조세소송…ISD의 그림자
'이겨도 찜찜' 외국법인과의 조세소송…ISD의 그림자
  • 日刊 NTN
  • 승인 2015.05.2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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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남발 우려로 세무당국 부담

최근 우리 정부가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외국투자회사와의 국내 소송전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국내 소송에서 패소한 외국회사들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카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대상 국가의 법령이나 정책으로 피해를 볼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한 분쟁해결 제도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투자보장협정(BIT) 체결 내용에 포함돼 국내법보다 우선한다.

아랍에미리트(UAE) 왕족 '만수르'가 의장을 맡은 아부다비 국제석유투자공사(IPIC)의 네덜란드 법인 자회사인 '하노칼'은 이런 점을 활용하기 위해 국내 소송에서 패하자 최근 ISD를 제기했다.

론스타에 이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ISD다.

하노칼은 1999년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매각해 양도차익이 발생한 데 대해 1천838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자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노칼은 자사에 부과한 세금은 한국·네덜란드 이중과세 회피 협약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취소를 주장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국세청은 하노칼을 조세회피를 위한 페이퍼컴퍼니로 여겨 세금을 물렸는데, 2심 법원(부산고법)까지 국세청 손을 들어준 것이다.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하노칼 입장에선 ISD 제기가 한국 세무당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국세청은 지난 27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스타타워 빌딩 매각 차익에 대해 1천40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은 것에 대해 제기한 과세취소소송 항소심에서도 사실상 승소했다.

그러나 이 건은 한국 정부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놓고 벌이고 있는 ISD에 별건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와 유사한 소송이 한 두건이 아니라는 데 있다.

법원이 2007년부터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면서 관련 소송에서 세무당국이 잇따라 승소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다.

하지만 론스타가 물꼬를 튼 것을 계기로 유사한 분쟁들이 ISD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3월에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내에서 빌딩 매매로 거액의 차익을 챙긴 독일계 투자회사와 4년여에 걸친 법정 싸움 끝에 680억원의 법인세를 걷게 됐다.

지난 4월에는 역시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기업 지분을 매매해 양도차익을 챙긴 외국계투자회사와의 소송전에서도 국세청이 끝내 승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29일 "소송마다 조금씩 쟁점들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유사한 소송에서도 세무당국이 이길 것으로 확신할 수 없지만 비슷한 사건에서는 세금을 내는 게 정당하다는 판례가 일반적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기호 변호사는 "하노칼 사례에서처럼 우리 법원에서 패소한 측이 ISD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사법부가 세무당국이 부과한 과세처분의 정당성을 최종적으로 판정할 권위를 가져야 하는데 ISD로 인해 그런 권위가 공격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노칼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ISD를 공식으로 제기하기 전 한국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는 이를 부인해 왔다.

ISD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6개월 전에 중재의향서를 먼저 제출해야 한다.

법무부는 하노칼의 ISD 제기 직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상민(새정치민주연합) 위원장이 'IPIC의 자회사로부터 중재의향서를 받았느냐'는 서면 공식질의에 대해 받지 않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소송 상대방이 ISD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만 공개할 경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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