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N16

애간장 녹이는 세무사자동자격 폐지
힘의 논리에 휘둘려
대의 저버릴까 조바심
천우신조 한 마음
화합의 힘 보여야
공인회계사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세무사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백재현 민주당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이 18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통과 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뜻밖의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한나라당의 한미 FTA 비준안 기습처리다. 정국이 냉각된 상태에서 조세소위는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기대는 임시국회 개원이다. 이것 역시 여야 모두 집안싸움으로 개원예정 일(12일)을 넘기고 있다.
설사 개원이 되어도 조세소위에서 재심의를 할 것인지. 예산안 심의 일정에 쫓겨 내년으로 유보해 버릴지 변수가 많다.
더 큰 걱정은 국회가 힘의 논리와 회원 수의 경중을 따져(표계산)회계사의 손을 지난 2003년 때처럼 들어줄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피를 말린다.
세무사의 조바심은 자생적 발생이 아니다. 지금까지 국회가 힘의 논리에 휘둘려 대의(大義)를 저버리고 소의(少義)를 택한 예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한의사법은 대한의사회의 힘에 밀렸고, 국민 80%가 찬성한다는 일반 의약품 슈퍼 및 편의점판매 허용 법안도 대한약사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통과를 청원했으나 여야가 힘을 합쳐 묵살해 버렸다. 그 배경에는 약사회 회원 6만여명의 힘이 있다.
세무사 vs 공인회계사는 어떠한가? 9000명 대 17000명이다. 표와 금력으로 통박을 굴러도 세무사회가 꿀린다.
그렇지만 세무사회 임원진들은 기회재정위 조세소위는 ‘포퓰리즘 실용’이 아닌 대의를 택할 것이라는 판단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조세소위 위원 대다수가 세무사법과 회계사법을 다루는 주체가 다르고 이미 회계사는 세무사라는 명칭을 못 쓰게 되어 있는데도 자동자격부여는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의 입법검토결과에서도 자동자격폐지의 당위성을 내놓은 상태라 유리한 입장이라는 주장이다.
전문위원실의 검토결과는 “세무사제도 시행초기 합격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회계사 자동자격부여를 일시 허용한 것”이라고 전제, “현재는 매년 700여명 내외의 세무사 합격자를 배출해 세무사를 충분히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자격사에게 세무사자격을 부여할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해석했다.
세무사회는 이번 회계사 자동자격폐지 문제가 세무사-회계사 밥그릇싸움으로 비춰질까 걱정 한다. “암울했던 시절, 전문자격사가 턱없이 부족한 때 불가피한 상태에서 정부가 부여한 제도를 끝까지 유지하려는 회계사들의 배포가 무서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국가공인 전문자격시험에 세무사, 회계사 시험이 엄연히 다르고 특히 세무사는 사법시험처럼 1차, 2차 시험을 모두 합격해야 된다. 그런데 회계사시험에 합격하면 세무사자격을 덤으로 준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세무사 전문자격시험에 합격한 세무사에게 회계사 자격증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약 이럴 경우 공인회계사회는 반대하지 않고 받아 들이겠는가 묻고 싶다.
1961년 세무사법제정을 유추해 보면 당시 납세자들의 세무대리 수요가 폭주하는데다 세무사는 절대 수가 부족했으며, 세무사자격시험 합격자만으로는 세무대리 업무 수요를 충족할 수 없었다.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회계사외에도 변호사, 상법, 재정학, 회계학 등 석-박사, 고등고시 합격자 일부, 10년 이상 경력의 세무공무원 등에 세무사자격이 자동으로 부여됐다. 한국세무사회는 한시적으로 적용해온 자동자격사 폐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지난 1972년 제1차 세무사법 개정시 공인회계사, 변호사, 국세공무원 10년이상 경력자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나머지 자동자격 부여는 모두 폐지시켰다.
이 이후에도 자동자격부여를 끈덕지게 건의해 1999년에는 국세공무원에 대한 부여도 막았으나, 아직까지 회계사, 변호사에 대한 자동자격부여는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회계사 변호사까지 자동자격 폐지법안이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 했지만, 법사위의 부결로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임시국회서도 힘의 논리로 귀결될 공산이 높다. 천우신조 기획재정위를 통과한다 해도 법사위의 제동이 문제다. 의원들이 대의를 저버리지 않도록 회원화합의 힘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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