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7:34 (금)
[칼럼] 사통팔달과 세금
[칼럼] 사통팔달과 세금
  • 33
  • 승인 2006.08.02 1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상병 세무사
   
 
 
세상 막힘없이 시원하게 나가는 풍경은 언제 접해도 상쾌하다. 특히 요즘처럼 답답하고 어려운 일이 많은 시절에는 소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부러워진다. 모든 곳으로 통하고, 여러 곳에 이를 수 있다는 일은 생각 만해도 기분 좋고 의욕이 샘솟는다.

얼마 전 서울에서의 갑갑한 심경을 털고 모처럼 지방행의 기회를 잡았다. 경남 거제를 통해 통영을 거쳐 돌아오는 원거리 행로였다. 출발하기 전 옛날 생각하고 “고생 좀 하겠구나” 마음먹었다. 답답한 도로에 밀리는 차량, 여기에 더위까지 겹치면 충분히 상상이 가는 광경이다.

그러나 막상 고속도로에 오르면서 이런 생각은 달라졌다. 국토 남단까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접하면서 “정말 우리나라 맞는 거야?”를 되 뇌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고속도로 하면 경부, 중부, 호남, 영동고속도로에 가끔 이용하는 중앙고속도로 정도만 실감하며 살았는데 대전과 진주를 잇는 대진고속도로를 비롯해 실로 많은 고속도로가 뚤려 있었고, 또한 사람들이 막힘없이 시원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여기에다 지방 국도의 수준도 과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지방도시와 도시를 잇는 국도의 경우도 가끔씩 나타나는 신호등만 없다면 거의 고속도로 수준이었다. 막히는 곳에는 예외없이 우회도로를 냈거나 준비 중에 있었다. 따라서 어느 곳에서든지 차량으로 30분만 이동하면 고속도로에 오를 수 있고, 고속도로는 전국의 고속도로로 연결돼 정말 1일 생활권을 실감케 했다.

편리함과 시원함에 도취된 것도 잠시. 허허벌판에, 심산유곡에 이처럼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고 이를 도로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재원이 소요 됐을까에 생각이 미치자 다시 머리가 복잡해진다.

도로를 계획하고, 설계하고, 공사비를 마련하고, 시공하고, 개통하고, 이용료 받고...이 모두가 물 흐르듯 ‘경제’한 것인데 한 두 곳도 아니고 전국을 이렇게 연결하자면 정말 엄청난 세금(사용료 포함)이 투입돼야 한다는 사실도 실감했다.

또 다른 시각에서 요즘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가 기울여진다. 사람 편하자고 산허리 자르고 물길 가로막고 이렇게 자연을 개발(훼손)하다보면 자연 우리네 삶의 터전인 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 훼손될 수밖에 없다’.

당장 눈앞의 현안도 좋지만 적어도 몇십년 후 후손들이 사용할 자연도 고려해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자연을 보호하면서 개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게 된다. 상식적으로 알기에도 이런 개발을 하려면 또 엄청난 추가 재원이 소요된다. 또 돈으로 귀결되는 것인가.

결국 사람이 편리하게 살고, 불편 없이 오고 가는 데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길을 이어주고, 행복을 이어 준다는 한국도로공사 홍보문구 뒤에는 엄청난 경제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증거가 시원한 고속도로에서 실감하게 된다.

직업이 세무사인데다 오로지 세금을 거두는 쪽을 보며 살아왔다. 복잡하고 다양한 법과 규 정이 세금 주변에는 항상 존재하고 이를 긴장된 시선으로 접하며 본인은 물론 고객의 세금에 대해 ‘어떻게 내야하는지’를 연구하고 사는 것이 세무사의 일이다. 궁극적으로 ‘정당한 세금납부’를 위한 것이 세무사의 영역인 셈이다.

그러나 국민이 소중하게, 정말로 꼼꼼하게 납부한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되돌아오는지를 살펴보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결국 세금이 도로를 만들고, 어려운 삶을 사는 이들을 보듬게 하는 ‘에너지’인데....

세무사로 살면서 ‘어떻게 낼 것인가’만 연구하고 ‘왜 내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생각을 대진고속도로 위에서 생각해봤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위에서 차창 옆을 스치는 대자연을 보면서도 결국 세금을 생각했다면 이것도 ‘직업병’(?)인가.

<세무사 채상병>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