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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신용평가 도입 한달째…출발부터 '삐그덕'
기술신용평가 도입 한달째…출발부터 '삐그덕'
  • 日刊 NTN
  • 승인 2014.08.1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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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너무 비싸 대출때마다 손해" vs "전문인력 투입대비 저렴"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첫 업무를 시작한 기술신용평가 시스템이 시작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 시중은행들은 일단 따라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기술신용정보의 수수료가 너무 비싸 대출을 할 때마다 손해를 입을 지경이라며 울상이다.

반면, 민간 기술신용정보 제공기관(TCB)은 전문 인력을 투입하는 데 비해 수수료가 너무 낮다며 사업 확대를 꺼리는 형국이다.

지속 가능한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은행이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은행-평가업체, 수수료 둘러싸고 갈등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 시행에 따라 은행권은 지난달부터 기술보증기금(기보) 보증부 대출이나 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민간은행에 대출자금을 위탁하는 간접대출) 적용 시 TCB의 기술신용평가를 의무적으로 받고 있다.

국책 및 시중은행들은 TCB 기술신용등급이 높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지원하는 기술평가 우수기업 대출상품도 출시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정부의 강력한 기술금융 정책 추진에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우선 건당 100만원 수준으로 높은 기술신용평가 수수료가 부담이다.

TCB 가운데 공기업인 기보와 은행출자로 설립된 한국기업데이터(KED)는 기술신용평가 수수료를 건당 100만원(기보는 1억 이하 대출에 50만원 적용) 수준으로 책정했다. 순수 민간 기업인 나이스평가정보는 대출금액에 따라 80만∼150만원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1억원 대출이 발생할 때 수수료 100만원은 1%에 해당한다"며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은행 수익률이 1%가 채 되지 못하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TCB 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기술신용평가를 수행하려면 관련 분야 자격증이나 학위를 소지한 기술평가 전문인력을 고용해야 하는만큼 인건비가 많이 드는데 평가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 신용정보 업체를 기반으로 TCB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평가사업에 뛰어든 민간업체는 KED와 나이스평가정보 2곳 뿐이다. 그마저도 은행 출자로 설립된 KED를 제외하면 사실상 1곳인 셈이다.

기업신용정보 업계 관계자는 "기술신용평가 제도 도입 초기에는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에 여러 업체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수수료가 비용 대비 턱없이 낮아 현재는 관심을 보이는 곳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기술금융 은행에 부적절" VS "벤처캐피탈 못하는 역할 해야"
정부의 기술금융 드라이브 정책에 대한 은행권의 불만은 사실 수수료 갈등보다 더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

기술금융을 은행이 맡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기술금융은 기본적으로 벤처 캐피탈(VC) 등 자본시장이 맡아야 할 투자의 영역"이라며 "벤처투자는 100건 중 1∼2건만 대박이 나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은 기업이 성공했다고 이자를 더 챙기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융자 10건 중 9건 이상이 문제가 없도록 하는데 집중해야 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TCB와 같은 기술금융 모델은 해외 사례도 없는 모험적인 시도라서 실제 은행 대출에 도입하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식재산권(IP) 담보 대출도 정부의 장려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평가가치 산정이 어렵고 담보처분 가능성이 불투명해 은행권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시중은행 기술금융 관련 담당자는 "부동산 담보의 경우 처분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만 지식재산권은 처분할 인프라가 없다"며 "공정가치 산정도 어렵다보니 대출이 활성화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보신주의 대출관행에 대한 비판 때문에 여론과 정책에 밀려 은행이 울며겨자먹기로 위험도가 높은 대출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반면 벤처 캐피탈이 진입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은행이 해야 할 역할이 있으며, 기술금융이 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 캐피탈이 지분투자해 매각 또는 상장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업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지분투자가 어려운 기업이 가진 기술가치를 평가해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은 은행이 맡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술금융을 통해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은 정보통신기술(ICT)나 생명과학보다 제조업 분야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므로 전통적인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도 "기술신용등급은 기존 재무제표 기반 신용등급이 주지 못하는 추가적인 정보를 줄 수 있다"며 "은행과 중소기업 모두 기술금융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 '팔 비틀기'로는 기술금융 지속 어려워"
은행의 기술금융 역할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기술기업에 대한 대출이 지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평가서 사용을 강제하고 은행별 대출실적을 점검하는 방식으로는 당국의 감시가 사라짐과 동시에 관련 대출 프로그램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은행별 기술금융 공급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기술금융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금융이 장기적으로 생명력을 가지려면 수익성 전망이 있다는 사실을 은행 스스로가 납득해야 한다"며 "실적을 강요할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기존에 대출해준 기업에 기술금융 껍데기만 붙이고 실적을 채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과 평가기관 양자의 수익성을 보장하려면 정부가 기술평가 수수료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은행들이 출자해 신용정보 기관을 세운 것처럼 은행들이 재원을 마련해 TCB를 키우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수수료 체계로는 시중은행들이 기술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담보 대출 등 기술금융의 경우 기존 담보 대출보다 불확실성이 높다"며 "부실 발생에 따른 책임 소재 문제가 해결돼야 보신주의 관행도 타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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