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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세무사의 ‘그늘’
수습세무사의 ‘그늘’
  • jcy
  • 승인 2009.05.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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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혜영 기자
   
 
 
5월 3일 1차 시험이 치러지는 올 세무사자격시험(제46회)에도 630명의 새내기 세무사가 탄생된다.

포화상태의 세무사 시장에서 한 때 부푼 꿈을 안고 ‘고시 수준’의 시험에 합격한 새내기 세무사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더 짙게 깔린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집계에 따르면 올 세무사 시험에는 5867명이 응시할 예정인데 이는 지난해 무려 9727명이 몰렸던 것에 비하면 4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예민하기로 정평이 난 자격사 시험에서 세무사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젊은 인재들 사이에서 세무사 인기가 급락하는 것은 넘쳐나는 새내기 세무사들의 취업(개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무려 15대 1이라는 ‘바늘구멍’을 뚫은 제45기 세무사시험 합격자들은 현재 대부분 개인 세무사사무소나 세무법인에서 수습과정을 밟고 있다.

통상 이들은 고되지만 꿈을 가꾸는 수습과정을 거치면 곧바로 세무법인이나 세무사 사무소에 취업해 ‘세무사’로 근무하게 된다. 요즘은 여건이 녹록치 않아 흔치 않지만 곧바로 개업을 실현하는 세무사도 있다.

그러나 수습과정을 마치는 45기 세무사들의 요즘 현실은 국가적 문제인 ‘청년실업’ 문제와 다를 것이 없다. 수습 세무사에게 인기가 높은 세무법인인 H, T를 비롯해 대형 세무법인들은 현재 근무 중인 45기 수습세무사 중 일부만 채용하든지 아니면 거의 채용의사가 없는 상황이다.

중소형 세무법인이나 개인사무소 등에서 수습을 받은 예비 세무사들의 상황은 더 열악해 이들은 수습종료가 곧 실업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한 수습 말년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45기 수습세무사들의 인터넷 모임카페에는 ‘당황스러움을 느낄 사이도 없이 다시 면접을 준비하며 취업 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라는 글들이 줄이어 올라오고 있다.

청운의 꿈을 이루고 주변 잔치를 벌였던 이들 수습 세무사들이 고난의 수습과정에서 받은 대우는 업무량이나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교통비와 점심식대 정도 보조를 받은 것이 전부다. 그나마 조건 없이 무료봉사로 수습을 마친 예비세무사들도 허다하다.

실제로 하는 일도 6개월 동안 우체국 심부름을 다닌 경우도 있고 지도세무사 업무보조, 서류 심부름 등 다양하다. 일부는 사무소 직원 업무 보조까지 ‘수습 경험’을 쌓았다.
이들이 세무사 시장 현장에서 이처럼 허드렛일 마다하지 않고 ‘보약’으로 알며 열정을 가졌던 것은 자랑스런 ‘세무사’로 인생을 펼쳐나가겠다는 일념이었지만 막상 수습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은 너무 막막하고 답답하다.

요즘 45기 세무사들은 취업정보를 주고받으며 다양한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현실이다.

수습 세무사들 중 상당수는 다시 책과 씨름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세무사 시험에 매달릴 때는 합격만 하면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으로 ‘확신’했고, 힘들어도 참고 공부에 매달리자며 지겹도록 공부했어요. 그거면 될 줄 알았는데 다시 공무원시험 문제집을 들었습니다.” 취업길이 막힌 어느 수습세무사의 넋두리다.

세무법인 도전에 실패하며 좌절 끝에 공무원시험으로 다시 방향을 튼 한 수습 세무사는 "직업이 공부가 됐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전문자격사인 ‘세무사’에 도전하는 푸른 꿈들이 봄의 문턱에서 또다시 좌절하는 모습이 떠올라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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