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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카프병원 장기파행’ 책임넘기기
[탐방]‘카프병원 장기파행’ 책임넘기기
  • 日刊 NTN
  • 승인 2013.10.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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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중독자 보호하라”… 음주문화 시민단체들 斷腸의 호소

酒類協, 국세청, 복지부 지급약속한 운영자금 50억원도 ‘폭탄돌리기’

지난 21일 국세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 앞서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앞에서는 가면 시위가 벌어졌다. 국내유일 알코올문제 전문공익기관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와 ‘카프병원 정상화 및 알코올치료 공공성확보를 위한 시민공동대책위’가 주최한 집회였다. 이들은 벌써 횟수로 3년 가까이 길거리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21일 뿐 아니라 24일에도 국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주류협회가 약속한 미납출연금 50억원의 지급 이행과 이를 위한 국세청의 책임 이행이다. 그러나 재단출연금을 납부해야 하는 주류업계와 국세청의 대답은 매번 같다. “정상적인 경영진을 구성하면 약속한 재단출연금을 당장 지급하겠다!”, “국세청은 주류업계의 재단출연금 지급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3년 동안 도돌이표만 계속되는 모양새다. 이들은 왜 이렇게 오랫동안 국세청과 주류업계를 향해 끊임없는 메아리를 보내는 것일까? <국세신문>이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 편집자주

▲ 카프노조는 지난 21일과 24일 국세청 앞에서 미납출연금 지급 촉구를 위한 가면 집회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이하 카프·KARF)는 알코올로 인한 폐해를 줄이고자 만든 알코올문제 예방·연구·치료·재활사업을 종합적으로 시행하는 국내 유일의 알코올 문제 전문 공익재단이다. 1997년 건강증진부담금을 주류에도 부과하는 입법발의에 대응하고자 국세청 주도하에 주류업계는 주류소비자보호사업 추진을 천명하고 2000년 2월 재단법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를 설립했다.
2004년에는 매년 50억원의 운영금을 지원키로 하고 알코올중독자 치료 전문병원인 카프병원을 열었다. 그런데 2011년도부터 주류협회가 운영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2년 6개월간 파행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 6월 1일에는 남성병동의 마지막 남은 환자 10명을 퇴원시킨 뒤 휴업신고를 낸 상태다. 카프병원 환자와 가족들은 8월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계기는 2004년 카프 병원 설립과 함께 병원 운영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주류협회 임완혁 차장에 따르면 카프재단 사업이 알코올 중독 예방·연구, 대학생들의 건전한 음주문화 홍보에 주력해주길 바랬지만, 카프재단은 수익성과 수요 계층이 일정지역에 한정된 치료 사업에 치중해 서로 방향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 차장은 “외국에선 치료와 재활 사업은 안한다”며 “치료와 재활은 공익적인 부분이 크다. 정부나 민간업체의 역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6년부터는 매년 50억씩 지불해야 할 출연금을 10억씩 이연 하는 방식으로 완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임 차장은 “그 때는 재단이 출연하는 카프재단과 별도의 주류연구원이 있었고, 거기에 출연을 했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 국세청 이해관계 때문에 카프에서 손 떼기?”

그러다 전면적으로 주류협회가 출연금을 지급하지 않고 손을 떼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이에 대해 카프재단 정철 노조 위원장은 “병원 치료 사업이 커졌다는 것은 주류협회측이 만들어낸 명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애초 건강증진부담금을 사회공헌 사업으로 돌리기 위해 만들었지만, 재단에서 알코올의 폐해성에 대해 알리게 되자 주류업계에서는 내심 불편해 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병원 개원 이후 주류협회측의 운영 방해가 집요하게 계속돼 왔다. 
 

▲ 현재 폐업중인 카프 병원.

정 위원장은 “병원 개원하고 의사들을 고용했는데, 주류협회와 국세청 낙하산 출신 재단 이사들이 하도 괴롭혀서 1,2개월 만에 모두 나갔다”면서 “그리고 병원 건립 후 3개월 만에 매각설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 국세청 퇴직인사들의 ‘낙하산’ 자리 확보를 위한 ‘어용 기관’으로 전락시키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 때문에 국세청도 주류업계도 모두 재단에서 손 털고 ‘나몰라라’로 일관 한다는 게 노조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주류협회측에서는 <국세신문>과 만나 또 다른 재단설립은 “일단 불가하다”고 명확한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동안 카프 재단 이사 및 감사직을 거쳐간 국세청 퇴직인사만 해도 16명이다. 또 주류협회 회장직 및 전무이사직을 거쳐간 국세청 퇴직인사만 해도 김남문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을 비롯 14명이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이들이 재단건립 이후 국세청 출신 재단경영진(비서진 포함)이 2012년 사임할 때까지 사용한 비용만 6억원이 넘는다. 사실이라면 주세부터 병마개 등 주류산업법의 총괄을 담당하는 국세청과 주류업계가 ‘악어와 악어새’ 관계라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닌 셈이다.[표참조]

2011년 주류협회에 재단출연금 지급을 완전 중단하면서부터 카프재단과 노조는 국세청과 주류업계 회원사를 찾아다니면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재단 노조 측은 출연 미납금 160억원을 지급하라고 촉구했고, 국세청에도 카프재단 설립시 국세청이 관여하고 퇴직인사들이 재단에 안착함에 따라 주류협회의 출연금 미납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으므로 그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협회측에서는 일관적으로 재단 사업에 손을 떼겠다고 맞서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이렇듯 병원과 재단 운영 파행이 계속되면서 그 피해는 병원 치료를 받다 밖으로 내몰린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카프사태 중재안, 감독관청인 복지부가 비토…왜?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프·카프병원 정상화와 알코올 치료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주류협회의 운영권 포기 및 미납 출연금 완납(1단계) 후 공공기관 전환(2단계)’ 등으로 사태 해결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민주당 김현미 의원과 김용익 의원실의 중재로 주류협회는 지난 달 5일 ‘카프재단 사태 해결을 위해 주류 회원사들은 카프재단의 병원 건물 등 재산이나  운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2014년 6월까지 운영자금으로 50억 원을 출연한다’는 내용을 결의했다. 카프재단의 노조도 사전에 협의를 마친 상태다.
카프재단 이사인 주류협회와 회원사 쪽 인사 3명도 사퇴서를 제출키로 했다. 또 당연직 이사였던 국세청 법인납세국장도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주류협회측에서는 50억 지급 약속 이행 전 재단이 정상적인 경영진을 구성해야 지급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지급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조에게 50억원이란 큰돈을 줄 수는 없다는 것. 그러나 이미 카프 재단측은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해 이사회를 열고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했지만, 이번에는 감독관청인 보건복지부에서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관할 감독관청인 보건복지부는 “카프병원의 경영정상화 방안과 주류협회의 미납 출연금 100억원에 대한 이행 방안이 없다”면서 결의안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카프재단 정철 노조위원장은 <국세신문>과 만나 “주류협회가 그 동안 내지 않은 출연금 170억 원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50억원이란 금액도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합의한 50억원의 지급도 미뤄지자, 이들은 국세청도 주류협회의 재단출연금 이행 관련 일정부분 책임을 지고 이행촉구에 나서주길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세청 소비세과 관계자는 <국세신문>과 만나 “국세청은 소관부처가 아니”라며 “주류협회에 출연금 50억원을 주라 마라 하는 권한과 책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카프재단의 주무관청은 보건복지부”라면서 “국세청이 재단 설립에 관여했다 치더라도 돈은 주류업계에서 나온다”고 재차 확인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정책과 유동욱 사무관은 <국세신문>과 통화에서 “2012년도 결산자료에 따르면 주류협회의 출연금 미납액이 150억원이 된다”면서 “그런데 50억만 출연하기로 약속하면 나머지 100억 원은 어떻게 하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주류협회측에 따르면 2011년 출연금 지급을 중단할 당시 재단에 100억원 이상 잉여자금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면 재단 운영에 충분한 금액이라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복지부 유 사무관은 “음주문화연구센터 자체 수익구조가 취약하다”면서 “50억원만 출연 받으면 금방 다 써 버린다. 그리고 1년 길어야 2년 안에는 문 닫을 가능성이 크다.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당연히 선행 논의가 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즉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카프 재단의 경영구조가 취약한 만큼 당장의 50억 가지곤 앞으로의 재단 경영은 불 보듯 뻔 하다는 것. 100억 원 미납 출연금에 대해서도 2000년도에 출연을 하기로 사회적 각서를 작성한 만큼 주류협회가 피해가기 어려운 의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카프의 존속가능성을 본다”며 주류협회가 재단에서 손을 뗀 뒤에도 카프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장의 결의안에 대해서는 승인을 해줄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복지부, 알코올치료 전문센터 필요성 느끼지만 책임은 부담?

이에 대해 중재안을 제시했던 김용익 의원실 여준성 보좌관은 <국세신문>과 통화에서 “보건복지부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일단은 병원이 조속한 재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미 의원실 백현석 보좌관도 <국세신문>과 통화에서 “주류협회의 자발적 출연금이기 때문에 주류협회가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면서 “카프 병원이 망가지고 지금의 사태까지 온 데에는 국세청 출신 낙하산 인사와 주류협회 인사가 재단 경영진으로 참여한 책임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노조도 지금의 카프 재단 사태가 노조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지만 카프 병원 정상화에 있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장기파행으로는 그 기능을 못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보건복지부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책임을 좀 안 지려고 한다. 제일 큰 문제가 있다”면서 “보건복지부가 대안을 만들어서 뭘 했으면 좋겠는데 안 되니까 갑갑하다”고 말했다.
백 보좌관에 따르면 알코올 치료 전문 병원 존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도 공감을 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현실적인 운영과 관리·감독 의무를 떠안기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
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카프병원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가 인수해 경영 및 사후관리를 책임져 주는 것이지만, 현재 서울시의 재정 상태로는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래저래 카프병원을 제 발로 찾아, 발목 잡던 인생의 중독을 떨치려다 떠밀려난 알코올 중독 환자들만 몇 개월째 부표 없는 인생을 표류하고 있는 딱한 처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세청 퇴직관료 주류업계 낙하산 인사 현황(2013년 10월 현재)

     
 

 
 

 

 

 

 

 

 

 

 

 

 

 

 

●국세청 퇴직공무원의 한국주류산업협회 재취업 현황

 
 

 

 

 

 

 

 

 

 

 

 

  

 

 

/김현정, 윤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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