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발의된 상법개정안 18건 중 14건이 규제강화 법안...경영 자율성 훼손
단기이익 추구하는 법안 경영권 공격세력 악용 땐 경쟁력 상실· 국부 유출
8개 경제단체,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에 대한 공동건의’ 정부·국회 제출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기업 지배구조 규제는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이른바 K-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국내 증시의 MSCI 선진지수 편입을 통한 대규모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을 유도하고, 상속세 등 불합리한 과세체계 개편, 기업 성장과 미래 신성장동력 촉진 등 국내 증시 투자 매력도를 근원적으로 높여나가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법안 중 기업경영과 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제사항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모은 ‘8개 경제단체,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에 대한 공동건의’를 11일 국회와 정부에 제출했다.
이번 공동건의에 참여한 경제단체는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모두 8개 단체다.
경제단체들은 발의 법안들이 기업가치 훼손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고 개인투자자 보호 효과는 미미한 반면 경영권 공격세력이나 단기수익을 노리는 글로벌 헤지펀드에게만 유리하다고 지적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8월 말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총 18건의 상법 개정안이 올라왔는데 이 중에서 14건이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정무위에도 최근 ‘상장회사지배구조법 제정안’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이들 법안의 주요내용은 최근 문제가 된 상법 제382조의3 개정 즉,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 외에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가 이사를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 실시 의무화,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독립이사제 도입 및 이사회 구성방식 강제, 권고적 주주제안제 도입,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법률 발의안들은 지배주주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는 강행규정들을 담고 있는데 경제단체들은 이런 규정들이 소수주주 권한을 강화시키는 효과보다는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권 공격세력만 유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발의안들은 이사들을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로 뽑도록 강제하고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선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 최대주주 대신 2~3대 주주들 입맛에 맞는 이사들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감사위원회의 막강한 권한(회사 영업 관련 보고 및 조사권, 회계장부 요구권, 경영진 경영판단에 대한 타당성 감사권, 자회사 영업보고 요구권, 이사회 소집 청구권, 주총 소집 청구권, 각종 소 제기권 등)을 감안할 때 투기자본에게 유리한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는 2003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이 SK를 공격해 약 1조원의 단기차익을 거두고 한국에서 철수한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이런 제도가 현실화되면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결국 국부유출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단체들은 또 현행 상법상의 이사회 구성방식을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법적 강제가 심한데 발의 법안들은 이를 더욱 강화시켜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정관에 이사회 총원의 상한 규정을 없애고, 현재 이사 총수의 4분의 1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비중을 3분의 1 로 확대하는 것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이와 함께 ‘이사 충실의무 확대’나 이사에게 공정의무를 부과하는 것, ESG 이슈에 관해 주주들이 적극 의견을 개진하도록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하는 것,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현장주총과 전자주총을 병행해 개최하도록 하는 것 등도 소수주주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소수주주권 강화 효과 대신 불만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기업들의 신산업 진출이나 M&A는 물론 과감한 투자 집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자금조달 위축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주주총회는 주식회사 최고 의사결정기구라 현행 상법은 주총에 상정·결의할 수 있는 주주제안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권고적 주주제안’은 이를 대폭 완화해 주총 진행을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부 주주들이 기업 주총을 사회운동의 장(場)으로 변질시키거나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권을 남발해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또 전자주주총회 역시 인터넷 등 전자적 매체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회적 약자(노령층, 장애인 등)들을 소외시킬 우려가 있고, 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게 현장주총과 전자주총 병행 개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데다 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기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들은 특히 고금리·고환율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옥죄는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국내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는 물론 기업가정신 훼손으로 한국경제의 체질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들은 이에 따라 2020년 상법 개정으로 이미 과도한 지배구조 규제가 도입된 상황(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강화 등)에서 더 이상의 규제 강화 입법을 멈춰야 한다고 국회에 호소했다.
아울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의 MSCI 선진지수 편입을 통한 대규모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을 유도하고 상속세 등 불합리한 과세체계 개편, 기업 성장과 미래 신성장동력 촉진 등을 통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근원적으로 높여나가는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