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이 회장 “입법 과정서 폐지 막아내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정부가 사실상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키로 하자 세무사들이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한국세무사회가 이번에도 입법 과정에서 폐지를 막고, 현행 제도를 유지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20여년 유지돼 온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축소·폐지 거론 때마다 세무사회장 선거판을 출렁거리게 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국회 처리 방향에 1만6천 세무사들의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소득세‧양도세‧법인세 건당 2만원, 부가가치세 건당 1만원의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양도세만 남기고 모두 폐지하기로 했다. 또 세무대리인과 세무법인의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도 세무대리인은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세무법인은 7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축소했다.
정부가 부분 폐지·축소로 표현했지만 사실상의 폐지다.
정부는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이유로 높은 전자신고율을 들고 있다. 2022년 종합소득세 99.5%, 부가가치세 97.1%, 법인세 99.6%로 전자신고가 정착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세정의 원활화를 위해 매진해 온 세무사들은 “걸핏하면 폐지한다는데 20년 동안 전자신고율 제고 요청을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용도폐기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세무사는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전자신고를 대리하는 세무대리인의 비용 보전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마치 정부가 시혜를 베푸는 듯이 매번 겁박하고 있다”면서 “세무사들이 모두 서면신고를 해 세정이 마비돼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라고 분개했다.
다른 세무사 역시 “다 없애고 양도소득세만 건당 2만원, 공제한도 200만원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인데 개별 사무소당 양도세 전자신고 건수는 현행 전자신고세액공제에 비하면 극히 미미할 것”이라며 “사실상의 폐지인 만큼 세무사회 집행부가 반드시 존속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세무사회도 세법개정안에 대한 논평 등을 통해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축소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세액공제 제도가 폐지되면 전자신고에 대한 유인효과가 사라지고 서면신고가 점차 증가하게 돼 세무행정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자신고는 전자세정의 근간이 되는 만큼 신고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지속적인 제도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무사회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한 논평 등을 통해서도 실비보전 성격인 전자신고세액공제의 폐지·축소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논평에서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 대기업과 고액자산가에게 많은 조세특례를 주면서 소상공인 등 조세약자의 성실납세와 세정협력에 대한 실비보전 성격의 조세감면 제도를 폐지하려 하고 있다”며 “정책목표에 매몰되어 조세제도의 합리적 운용이라는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자신고세액공제 등 소상공인과 국민의 납세협력에 대한 감면제도는 충분히 보전되도록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현행 유지를 요구했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도 지난 26일 서울지방회 이종탁 회장집행부 출범식에서 “정부의 법안 제출과 국회 입법과정에서 폐지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적극 설명해 조세약자를 위한 조세감면인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유지시킴으로써 납세자와 회원 권익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한국세무사회와 구재이 회장 집행부의 이 같은 전자신고세액공제 유지 당위성에 대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이 과연 얼마나 공감하고 적극성을 보여줄 것인가다.
현재 민주당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비롯한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에 부정적이며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는 부분 손질을 강조하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상대적으로 정치권의 주목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국회 입법과정에서 어떻게 폐지를 막아내 제도를 존치시킬지 구재이 세무사회장의 돌파력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