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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22대 국회에 바란다
[국세 칼럼] 22대 국회에 바란다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4.05.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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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2%포인트 차이였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여야의 국민연금 개혁안 얘기다. 내는 돈(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것에 양당의 의견이 같았다. 그러나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여당 안은 43%, 야당 안은 45%였다. 국회 연금특위가 2022년 10월 첫 회의를 시작해 2년여 동안 논의한 결과가 ‘받는 돈’ 단 2%포인트 차이 때문에 무산된 것은 너무 아쉽다. 

연금 전문가들은 두 안 중 어느 것을 받아들여도 현행 9%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까지 얘기한다. 완벽한 대안은 아니지만 답답해서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21대 국회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처참할 정도다.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여당과 제1야당이 원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자 여당 단독으로 개원한 것이다. 

지난 4년간 성적표도 처참하다. 발의된 의원 법률안 2만6000여 건 중 9400여 건만 국회 문턱을 넘어 처리율은 36.1%다. 역대 최하라는 20대 국회(36.4%)보다도 낮다(17대 50.3%, 18대 44.4%, 19대 41.7%). 계류 중인 1만 6600여 건의 법안은 21대 국회가 끝나는 5월 29일 자동 폐기된다. 국회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9차례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역시 역대 최다다. 야권은 이런 사태를 앞세워 “불통 대통령”이라고 공격하지만, 여야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야가 밀어붙이는 법안을 대통령이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22대 국회는 개원도 하기 전에 야당이 천막농성부터 시작했다.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특검 관철을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사안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개원도 하기 전에 장외투쟁부터 시작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은 착잡하다. 대화와 타협의 협치를 기대하던 유권자들에게 22대 국회도 희망이 없다는 것을 예고한 셈이 됐다. 국민의 삶을 괴롭히는 고물가 문제에서부터 한국 경제의 미래가 걸린 시급한 입법 사안까지 숱한 민생 의제가 쌓여 있는데도 말이다. 

제발 22대 국회는 대화와 협치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민생을 헤아려 주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혈세를 쓸 때 자문해 보자…“내 돈이면 이렇게 쓸 수 있을까?”

나라 살림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재정 건전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9일 발표한 1분기 나라 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5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2014년 3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이자, 올해 정부 목표치(91조6000억원 적자)의 80%를 넘어선 수치다. 재정지출이 많이 늘어난 반면, 세수입은 줄어든 탓이다. 

재정 상황이 이런데도 야당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여 강행처리를 시도하고 있다. 가격이 폭락한 쌀을 나랏돈으로 사들여 보관하려면 연간 3조원 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국민 1인당 25만원을 민생회복지원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기도 한다. 

대통령도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기초연금을 임기 내 40만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대선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기초연금을 인상하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기초연금은 2008년 제도 도입 당시 10만원 안팎에서 출발했지만, 대선 때마다 10만원씩 올라 40만원 지급을 약속하는 데까지 이르렀고, 받는 사람도 2014년 435만 명에서 올해 701만 명까지 늘어났다. 기초연금은 본인이 보험료를 내지 않고 전적으로 세금으로 주는 것이므로, 꼬박꼬박 국민연금을 낸 사람과의 형평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진정으로 민생을 위한다면…징벌적 세금 폭탄 손질
1가구 1주택자들에게 ‘부자세’인 종부세를 부과하는 데 대한 반발은 2005년 제도 도입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사는 집 한 채 값이 올랐다고 소득이 없는 은퇴자에게 매년 세금을 물리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1주택자이면서 종부세를 내는 사람의 수는 2017년 3만6000명에서 2022년 23만5000명으로 5년 만에 6.5배로 증가했다. 그 사이 집값이 폭등한 데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빠르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1주택자가 낸 종부세액도 17배인 2562억원으로 폭증했다. 

현 정부 들어 1주택자 기본공제액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고,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승도 억제해 작년에는 1주택 종부세 대상자가 11만1000명으로 감소했다. 그래도 여전히 종부세를 내는 4명 중 1명 정도가 1주택자다. 투기와 무관하게 1주택에서 사는 실거주자를 고통 주는 이런 징벌적 종부세는 손보는 것이 마땅하다.

상속세법 개정 또한 시급하다. 상속세는 과거엔 소위 대재산가 중심의 세금이었으므로 대다수 국민은 자신과 상관없는 세금으로 여겼지만, 이제 자산평가액이 높아져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대중세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중견·중소기업에서는 상속세 납부 때문에 경영권 쟁탈이 벌어지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기업은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소득, 즉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거의 유일한 존재다.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기업가이며,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기업인이라야 세상의 부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가져올 수 있다. 

평생 기업경영에 혼신을 다한 후 가업을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 본성에 따른 것이다. 가업 상속의 경우, 상속받은 2세가 적어도 해당 기업을 계속 경영한다면 상속세 부담 때문에 가업의 소유권이 위태로워지는 일이 없도록 상속세를 유예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업 승계를 용인하는 게 옳다. 

글로벌 경제 여건에 맞게 세율도 낮춤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과세체계도 현재의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부자 감세라는 명분으로 상속세 개편을 마냥 미룬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집값 더 올린 양도세 중과세 문제를 고쳐야 한다. 지난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부터 집값이 오르자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세금 공세를 폈다. 대표적인 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을 최고 75%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집값 상승세가 멈추기는커녕 재임 기간 내내 폭등세가 이어졌다. 

KB국민은행의 주택매매가격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집값 상승률은 14.97%로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국토연구원 보고서, 2024.4.13.). 당시 정책 입안자들은 부동산 세금을 올리면 수요가 줄어들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공급이 줄어 정반대 효과를 나타냈다는 지적이다. 

실패한 정책은 폐기하는 것이 옳다. 윤석열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내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임시방편으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 관련 세법을 고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원천 배제해야 한다. 

 

◇조세지출 전면 재정비…세수 확보 대안이다
국세감면율이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 해 걷어야 할 세금(국세 수입전망치+국세감면액) 중 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국세감면율이 올해 16.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세감면율은 2022년 13%에서 지난해 15.8%로 뛰어오른 데 이어 올해까지 불과 2년 만에 3.3%포인트가 높아졌다. 그 결과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국가재정법이 정한 법정 한도를 초과했으며 초과폭도 지난해 1.5%포인트에서 올해는 1.7%포인트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세감면율이 상승하는 것은 세수입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과도하게 세금을 깎아주기 때문이다. ‘2024년 조세지출 기본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69조5000억 원이었던 국세감면액을 올해는 77조 1000억원으로 10.9%나 늘려 잡았다. 이는 같은 기간 국세 수입 증가율 전망치(7%)를 3.9%포인트 앞지른 수준이다. 세수가 부진한데도 국세감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조세지출에 대한 정부의 관리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마다 각종 명목의 신설감면이 늘어나고 있지만, 일몰이 도래한 감면은 정확한 평가 없이 관성적으로 연장되고 있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임에도 ‘지출’이란 용어가 사용되는 것은 재정지출과 동일하게 씀씀이를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금감면 제도에 대한 사전 사후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신설을 억제하고 일몰 도래 항목에 대한 재연장을 억제해야 한다. 

 

◇맺는말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여야 2+2’ 협의체가 발족한 적이 있었다. 입법·정책 실무 담당 여야 핵심 인물인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로만 구성된 데다 정쟁은 말고 법안만 논의하는 자리라고 했다. 

출범 당시 여야는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법안이 여야 합의 정신으로 처리될 때 진정한 빛을 발하고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했다. 바로 이것이다. 새로이 구성될 제22대 국회에 거는 소망은 ‘제발 싸우지 말고 협치와 타협을 해라’다. 

세금을 내는 유권자들은 새 국회의 임기가 끝날 시점인 2028년에는 ‘민생과 경제재건에 전력을 다한 국회’로 평가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 경영학박사 
• 수필가       
•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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