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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다(?)”
[정창영 칼럼]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다(?)”
  • 정창영 주필
  • 승인 2023.05.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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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역대 거의 모든 대통령 마다 취임 1년을 맞아 ‘급변하는…’을 접두어처럼 썼지만 윤 대통령의 지난 1년은 말 그대로 변화와 갈등의 시기였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해 대통령에 당선됐고, 정권교체의 기반에서 출발했다. 

전 정권에서 터진 불공정 특권과 ‘불통’, 여기에 상식을 뭉개는 사건 사고에 식상했던 국민을 보듬어 주는 비정치인 윤석열의 등장은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각별한 관심을 받으며 직진으로 ‘대선 골문’을 통과했고, 윤석열 정권을 창출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국정운영의 기조에 ‘소통’과 ‘협치’를 올려놓고 각별한 신경을 썼다. 당선인 시절부터 온갖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추진한 대통령실 용산 이전 명분도 구중궁궐 청와대를 떠나야 ‘국민과의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논리였다.

이어 출근길 도어스태핑(door-stepping)이 정례화되고, 주요 현안에 대통령이 자주 등장하면서 비록 아슬아슬한 경계는 있었지만 국민은 진정한 소통을 위한 ‘성장통’ 정도로 받아들이며 기대를 가졌다. 

특히 역대 대통령 모두 국민과의 소통을 가장 앞세우면서도 막상 취임 후에는 시늉만 내다가 곧바로 ‘권력의 장벽’을 만들고 ‘마이웨이’를 부르며 달아나는 광경을 생생히 목격한 국민들로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에다 협치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1년차 지지율은 국민이 되레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대 야당과의 협치는 1년 내내 실종상태에 있고, 대통령실 까지 무리하게 옮기며 올인했던 소통마저도 바닥점수를 받고 있다. 결국 불협치는 갈등을 부르고, 불통은 국민의 국정 이해도를 끌어내리고, 그 결과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타고 있다.

실제로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가 올해 발표했던 ‘2022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집단 간 갈등이 늘었다”는 응답이 57.8%로 절반을 넘었고, 갈등이 늘어난 이유로 현 정부의 ‘소통과 협치’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집단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은 26.9%에 그친 반면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73.1%로 두 배 이상 높아 국민들의 비판적·부정적 인식마저 나타나고 있다.

야당으로부터 ‘불통’ 소리를 달고 살았던 문재인 정부 집권 첫 해인 2017년 같은 조사에서는 “갈등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이 73.4%였고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26.6%에 그쳤다. 

국정운영을 단순명료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국정운영 철학도 살려야 하고, 세부적으로는 워낙 복합적이고 정교한 내용이 많아 단편만을 강조해 평가하기는 위험한 면이 분명있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국민이 정부를 든든하게 여기며 믿고 가는 일 만큼은 변함없는 명제다. 이것의 결과가 곧 국민 지지율로 나타나고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로 이어진다.

국민과의 소통과 협치가 중요한 이유는 ‘국민’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법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신뢰로 가는 연결고리이기에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국민은 결과를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과정 또한 강하게 인식하는 특성이 있다. 배고픔은 참으면서 배 아픔에 분노하는 상황은 ‘신뢰’ 외에는 설명이 어렵다.

지금 대한민국은 서로 갈려 있고 그 골은 점점 더 깊고 멀어져가는 형국이다.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여의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되돌아보면 우리 정치가 어떠했고, 짙은 안개 속임을 실감하게 된다.

실제로 갈등이 일상화되면서 세상은 ‘정치의 세상’이 됐다. 모든 것이 정치로 귀결되고, 정책은 물론 국민의 삶과 안정까지도 정치 블랙홀이 빨아들이고 있다. 그 정치에 편승하지 못하면 결과는 좌절과 포기로 이어지는 구조다. 

입법 권력을 쥐고 난폭 폭주하는 야당의 심각한 문제도 문제지만 그 판에서 제자리를 맴돌며 결국 단단한 권력의 벽을 쌓는 정부의 ‘외면’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의지는 상당히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판단이 서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은 취임 1년을 넘기면서 외교·안보분야에서 실행으로 도드라졌다. 

여기에다 난제인 개혁과제 역시 빼놓지 않고 예고했다. 교육, 연금, 노동개혁과 함께 강력한 규제개혁은 비록 ‘우려’의 시선 속에서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국민적 명제인 점이 작용해 공감은 확보돼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시대적 상황과 글로벌 경제상황이 반영됐지만 과감하게 격(格)을 깨며 나가는 그의 추진력은 비록 긍정과 부정, 찬성과 반대, 지지와 비난으로 갈려 소란스럽겠지만 일단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은 핵심 국정과제와 이슈를 미적거리며 폭탄 돌리기 하듯 임기를 마쳐 ‘결정 장애’니 ‘비겁’이니 하는 비난은 받지 않아야 한다고 믿고 있고,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애정과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꽉 막혀 있던 체증을 뚫고 나가는 그의 진면목도 일부 경험했고,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정치 세계에서의 연줄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까지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국제정세의 냉혹한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제대로 찾고, 무엇보다 강력한 개혁추진을 통해 성장 정체의 벽을 넘어 활력을 찾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국민에게 예고하고 약속한 개혁과제와 국정 세부과제의 실천과 실행이 그 답이다.

문제는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다. 개혁이 수반된 국정과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동력, 힘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현실은 녹록함을 넘어 정반대의 상황이다. 부끄러움마저 상실한 여소야대의 기본 틀은 정책의 개미지옥이고, 견고한 진영의 벽은 뭐든 반쪽으로 나눠 놓는 날이 선 작두다. 아니, 나누는 것이 아니라 출발 자체를 나눠서 하고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양극단(兩極端)이다.

솔직히 이렇게 갈라진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을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그동안의 실증적 경험을 통해 국민은 기대와 가능성마저 지레 접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 잘못된 상황을 넘어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동력이 필요하고, 그 동력은 소통과 협치에서 찾아야 한다. 너무 일반적이다 못해 추상적인 것 같지만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소통과 협치를 실행하는 구체적 수단을 찾는 것이 일머리의 핵심이다. 정치에서 소통은 국민적 힘의 토양이고, 협치는 그 위에 집을 짓는 일이다. 

국민은 답답하게 꽉 막혀 있는 이 상황을 윤석열 대통령의 추진력으로 격(格)을 넘어 돌파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 난국을 깨기 위해 좌고우면만 하지 않고 과감하게 나서는 대통령의 걸음에 그의 ‘어퍼컷 세레머니’에서 처럼 박수를 보낼 준비가 돼 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대통령이 못 만날 사람이 없고, 소통과 협치는 그곳에서 풀린다. 일말의 우려하는 시선은 국민이 이미 꿰뚫고 있다. 대통령은 대통령 일을 하면 된다.

정치가 바로 서야 정책이 서고, 정책이 제자리를 찾아야 세금에 대한 신뢰도 찾아진다. 국민은 지금 많은 수업료를 내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배우고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없다. 단지 그 뒤에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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