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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회 선거공보물 ‘칼질’ 이젠 못해?…법원, 변협선관위 삭제에 “권한 밖”
세무사회 선거공보물 ‘칼질’ 이젠 못해?…법원, 변협선관위 삭제에 “권한 밖”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3.01.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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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표현 및 선거운동의 자유·회원 알 권리 침해”…“선거관리권 한계 벗어나”
-한국세무사회 선관위의 ‘집행부 비판 내용 등 무차별 삭제’ 권한 남용 줄어들 듯

오는 16일 치러지는 변협회장 선거와 관련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선거관리위원회가 현 집행부를 비판하는 회장후보의 선거공보물 내용의 삭제를 요구하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오는 6월 치러지는 한국세무사회장 선거에서 세무사회 선관위의 무차별적인 선거공보물 ‘칼질’이 근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4일 법원과 대한변협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는 지난달 20일 변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안병희 후보가 변협을 상대로 낸 ‘선거운동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 결정으로 변협은 지난달 23일 2차 선거공보물 발송 때 안 후보 측 1차 공보물 발송에서 삭제당한 내용을 되살려 발송했다.

변협 선관위가 안 후보의 선고공보물 삭제를 지시한 내용은 ‘집행부 비판’ 부분으로, 세무사회 선관위가 선거 때마다 내용 삭제와 수정을 해 온 사례와 매우 흡사하다.

안 후보는 1차 공보물에 ‘지난 2년, 특정 단체 출신 변호사들이 변협과 서울변호사회 주요 직책을 교차로 맡아 회무를 독점하고, 플랫폼·유사직역 관련 소송 사건을 셀프 수임했으며, 임원 수당을 대폭 셀프 인상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변협 선관위는 변호사단체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금지한 ‘협회장 및 대의원 선거 규칙’을 위반했다며 지난달 7일 1차 수정을 요구했다.

안 후보가 이를 받아들여 일부 내용을 수정했지만, 변협은 문제의 내용이 담긴 면 전체 삭제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재검토 결과를 반영하지 않으면 인쇄물을 선거권자들에게 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안 후보는 1차 공보물 발송 시기에 맞춰 일단 선관위가 문제 삼은 면의 내용을 삭제하고 검은 면으로 대체했다. 다만 2차 공보물 발송 때부턴 1차 수정본을 그대로 발송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 “회원 공통관심사와 공적 이해관계 사항은 문제 제기 가능”

재판부는 안 후보 측 이의제기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협의 삭제 요구가 “채권자(안 후보)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 회원들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며 “선관위에 부여된 선거관리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공보물 내용은) 변협 회원들에게 공통된 관심사이거나 공적 이해관계에 속한 사항으로, 후보자로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그런 비판을 백안시할 것이 아니라, 신의성실의 원칙과 사회 통념에 비춰 상당성이 인정된다면 허용 가능한 선거운동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위반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상항에서 1차 선거인쇄물 총 12면 중 2면 전체를 삭제하도록 한 것은 선관위가 할 수 있는 심사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라고 적시했다.

변협 회장 선거와 관련한 법원 결정은 ‘표현 및 선거운동의 자유와 회원 알 권리’를 침해하는 선거관리는 ‘권한 밖’이라는 것이다. 선거관리권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후보 말문 막는 세무사회 선관위…‘상식’ ‘공정’ 단어조차도 칼질

가처분 결정, ‘세무사회 선거규정’ 합리적인 개정 계기될지 관심

따라서 집행부 비판은 물론 일상적 단어 사용조차도 자의적인 잣대를 적용해 무차별적으로 삭제해 온 한국세무사회 선거 관행도 이번 법원 결정으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당장 오는 6월 한국세무사회장 선거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세무사회 선거는 선관위의 지나친 홍보물 검열(삭제)와 편파적인 선거운동 제한으로 매번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치달았다.

세무사회장이 임명하는 윤리위원으로 선관위가 구성되고 집행부의 영향력 하에 선거가 치러지는 모순적 구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집행부를 비판하는 내용은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비방’ 등을 이유로 여지없이 삭제됐다.

2021년 6월 치러진 세무사회장 선거 당시 A 회장후보의 홍보물에서 '상식' '공정한' '50%' 등의 문구가 선관위에 의해 삭제돼 가려져 있다.
2021년 6월 치러진 세무사회장 선거 당시 B 회장후보의 홍보물 공약사항 중 많은 부분이 선관위에 의해 삭제된 채 발송된 모습.

2022년 6월 치러졌던 세무사회장 선거에 출마한 A후보는 홍보물에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세무사회’란 공약을 실었는데 ‘상식’과 ‘공정한’이란 단어가 선관위에 의해 삭제됐다. ‘실적회비 50% 인하와 복식부기 도입’ 중 ‘50%’란 단어 역시 삭제됐다.

선관위는 “세무사회가 언제는 상식이 통하지 않았고, 공정하지 않았느냐?”라며 ‘상식’과 ‘공정’을 칼질했다. ‘50%’란 단어를 삭제한 것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라는 논리를 폈다. 세무사회 선거에서 ‘표현의 자유’는 가당치 않다.

B후보 역시 자신의 홍보물에도 없는 내용을 특정 후보가 홍보물에 실어 ‘비방’한 데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이의신청을 했지만 선관위가 ‘각하’했다고 어이없어 했다. B후보의 홍보물 초안에 있던 “고시회 출신 세무사 국세공무원 특채 및 정계진출 희망자 발굴지원” 문구는 선관위 검토과정에서 삭제됐다.

그런데도 특정 후보가 삭제된 문구에 대해 “그건 이렇습니다... 허황된 주장입니다”라고 자신을 비방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황당해 했다. 선관위는 비방 내용이 담긴 이 특정 후보의 홍보물은 삭제하지 않고 회원들에게 발송했다.

그동안 세무사회 선거관리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지극히 자의적이며 비상식적으로 진행됐다. 무소불위의 칼날을 휘두른 명분도 가히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후보 말문을 막고, 유권자인 세무사의 선거운동 참여는 철저히 제한하는 시대착오적인 ‘임원선거관리규정’과 친 집행부 인사로만 채워지는 선관위 구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공직선거법’과 대한변협의 ‘선거규칙’은 원천적으로 후보자와 유권자(회원) 모두의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보장하고 있다. 토론회와 공청회, 언론 인터뷰와 기고, 문자·카카오톡 등 전자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이 허용된다.

반면 세무사회 선거규정은 회원의 선거운동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잘못하다간 징계를 당해 세무사를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

한 원로 세무사는 “선거규정이 공청회, 인터뷰, 전자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해 ‘깜깜이’ 선거를 만들고 있다”며 “회의 주인인 회원들의 선거규정 개정 목소리가 번번이 묵살되고 선관위의 전횡은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변협 회장 선거와 관련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5개월 남짓 남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번에는 상식선의 선거규정 개정이 이뤄져 정상적인 선거가 치러질지 세무사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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