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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퍼펙트 스톰 경고음 커지는데 위기의식 안 보인다
[국세 칼럼] 퍼펙트 스톰 경고음 커지는데 위기의식 안 보인다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2.10.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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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경상수지가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7일 발표했다. 지난 해 8월에는 흑자 74억4000만 달러였는데, 1년 사이 104억9000만 달러 감소한 것이다. 전년 대비 감소 폭으로는 관련 통계작성 후 가장 컸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해외 배당’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있는 4월 외의 경상수지 적자를 봐도 2012년 2월(마이너스 25억8400만 달러) 이후 10년 만이다. 

경상수지는 무역 등을 통해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과 외국에 지불한 돈의 차이인 만큼, 적자를 볼 경우 빚을 내 이를 메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원화가치 하락 압력이 커지며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미 원화가치는 지난달 28일 달러 당 1439.9원까지 밀리는 등 하락세에 불이 붙은 상태다.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건 눈덩이처럼 불어난 무역적자 때문이다. 8월 무역적자 규모는 94억9000만 달러로 통계작성 후 최대였다고 한다. 무역수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상품수지도 8월에는 44억5000만 달러 적자로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또한 적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미지근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300억 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경상수지 적자가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9월 들어 무역적자(마이너스 37억7000만 달러)가 크게 축소됨에 따라 9월 경상수지는 흑자전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나타난 경상수지 적자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남은 4분기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중국은 코로나19 봉쇄정책 여파 등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협의체(OPEC+)가 다음 달부터 일일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뛸 가능성도 커졌다. 

주요 수입물품 가격은 오르고, 반도체 등 수출 품목의 가격은 내리면서 한국의 교역조건(순상품교역조건지수)도 지난 8월 사상 최저를 기록하는 등 교역환경도 좋지 않다.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도 떨어지며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증가 효과도 과거보다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줄었던 해외여행이 다시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8월 서비스 수지도 7억70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나, 1년 전 8억4000만 달러 흑자에서 확연한 적자로 전환했다.

주요국들은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자국 화폐가치를 방어하는 역(逆)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원화 가치 하락을 막느라 달러를 풀면서 외환 보유액이 9월 한 달 새 200억 달러나 줄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외환 보유액이 4167억 달러라고 하나 결코 안심할 수 없어 보인다.

유가 급등에도 되레 소비는 증가, 이대로는 안 된다  

6개월 연속 무역수지 누적 적자가 247억 달러에 이른 주원인은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1~8월 중 원유·가스·석탄의 3대 에너지 수입액이 작년보다 89%(589억 달러)나 늘어났다. 에너지값이 비싸지면 소비가 줄어야 할 텐데 오히려 늘었다. 7월 기준 휘발유 소비량이 1년 전보다 16%나 늘었다. 정부가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류세를 대폭 낮춘 탓에 에너지 절약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계속 억제해 온 결과 전기 소비량도 줄지 않았다. 작년 기준 국민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1만330KWh)다. 작년에도 5% 증가했다. 산업용 전기료는 OECD 평균 전기료의 88% 수준이나 가정용 전기료는 61%에 불과하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유럽보다 한국이 훨씬 더 높은데 저렴한 전기료 탓에 우리 국민과 기업은 에너지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 체계를 글로벌 표준에 맞게 고치고, 연료 가격 변동이 원가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무역 적자 주요인이  되고 있는 에너지 수입도 줄일 수 있다. 

“전력 소비를 10% 줄이면 연간 에너지 수입액이 15조원 감소하고, 무역수지 적자도 60%가량 개선된다”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우리도 에너지 소비 절감을 위해 사투를 벌어야 할 때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 과소비·저효율 구조를 갖고는 유가 급등의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산업 현장에서 에너지 소비 감축을 성공적으로 해낸 기업에겐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의 에너지 절감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 공공기관들의 실내 난방온도 하향 조정, 조기 소등도 필요하다. 국민을 상대로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펼쳐야 한다. 물론 기업과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성공의 관건일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 울리는 비상벨,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7%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작년 3분기에 비해 2.7% 늘었지만, 올 2분기보다는 1.5% 줄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위축과 재고 급증으로 D램값이 급락한 게 직격탄이 됐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위기 신호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버팀목 반도체의 불황은 무역·경상수지 적자도 키우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먹구름은 쉽사리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등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자국의 기술·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키로 해 국내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외국 기업에 대한 수출은 별도 심사를 거쳐 허용할 것이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미·중 무역 갈등과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등은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홀로 헤쳐 나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미국이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반도체산업육성법’을 통해 전 세계 반도체 기업 투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처럼 우리도 획기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담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하루속히 K-칩스법(반도체특별법)과 법인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 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후진적 노동 규제를 철폐해 기업의 투자·고용·혁신의 걸림돌을 치워야 한다.

포퓰리즘적 불요불급 예산으로 잘못된 신호 보낼 때 아니다 

복합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 부문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긴축 정책을 통해 재정 건전성 확보에 진력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설득력 있게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 여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급하지 않은 곳에 혈세를 쓸 궁리로 논란을 일으키고 선심 정책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지금보다 쌀을 비싼 값에 매입해 쌀값을 세금으로 떠받치겠다는 것이다. 쌀 매입·보관에 매년 조(兆) 단위의 예산이 투입될 수 있어 재정건전성 보다는 농가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법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의 철회 지시로 일단락됐지만 대통령실 영빈관 건립 추진 논란도 안이한 인식이다. 경제난으로 국민들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큰돈을 들여 영빈관을 서둘러 건설하려고 한 발상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쌀 의무 매입, 병사 월급 인상 등은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고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경제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길어지는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해 정부·정치권부터 포퓰리즘적 불요불급 예산을 구조 조정해 모범을 보여야 할 때다.

IMF(국제통화기금)는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 예측치를 2.9%에서 하향 조정하겠다면서 2026년까지 세계 생산량이 ‘독일 경제 규모’ 만큼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온 세계는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 세계화 퇴조 등의 악재가 겹치고 있다. 당연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타격은 더 클 것이다. 특히 한국의 가계·기업 부채는 GDP의 2.2배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영업자, 한계기업의 연쇄 파산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가장 문제는 너나없이 ‘경제 위기’를 먼 산의 불처럼 보는 분위기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는데도 에너지 소비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위기는 멀리 있지 않아 보인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정부는 국정 운영을 비상 체제로 전환하고 국민과 정치권의 협력을 구해야 할 것이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경영학박사 •수필가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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