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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위기의 세무사’ ⓶특정세력 10년 세무사회, ‘그들만의 리그’
[기획]‘위기의 세무사’ ⓶특정세력 10년 세무사회, ‘그들만의 리그’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2.10.1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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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인 장기 집권 ‘잃어버린 10년’…‘회 권력’ 잿밥만 관심, 4차혁명 대비 못해
- “세무사법으로 처벌” 호언장담 1년5개월 ‘삼쩜삼’에 완패…세무사업 위기 고조
- 유일 소통창구 자유게시판 폐쇄, 집행부 비판 용납안돼…독선 회무로 회원과 단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 변화가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 생소한 용어가 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시스템이 등장하는 변혁의 시대에 접어든 지 오래다.

사회 전반에서 4차 산업시대 대비를 서두르는데 세무사업계는 그런 변화에 잘 대처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세무사 존망을 걱정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1만5천 회원의 담당 주체인 한국세무사회 운영 행태와 사고의 틀은 여전히 70, 80년대 권위주의에 머물러 있다.

그러다 돌출한 암초를 만나 세무사업계가 뿌리 채 흔들리는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AI에 기반한 세무플랫폼 ‘삼쩜삼’의 세무대리 출현이다.

‘불법 세무대리’ 혐의로 삼쩜삼을 고발 한 지 1년 5개월 만에 한국세무사회는 완패했다. 장담했던 ‘세무사법 위반 처벌’은커녕 경찰 단계에서 무혐의 결정이 내려져 법적 다툼조차 해보지 못했다. ‘어~어~’ 하다가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세무사업계가 4차혁명 시대에 대비 못한 이유로 ‘잃어버린 10년’을 거론한다.

서울 역삼지역의 한 세무사는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된 것이 6, 7년 전이고 삼쩜삼도 2년여 전인 2020년 5월에 출시됐다”며 “세무사회 집행부가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대처를 소홀히 한 것이 오늘의 화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IT기반의 정보화에 바탕한 세무업 혁신이 거론됐지만 세무사회는 이에 대한 대비 보다는 오로지 회장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로 세월을 보냈다”며 ‘잃어버린 10년’을 거론했다.

‘회장 차지’ 아귀다툼 10년…기장료 반토막, 변호사에 외부세무조정 허용

2013년 3월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은 자신의 3선을 위해 국어사전이 놀랄 ‘중임=연임’의 유권해석 안을 임시총회에서 가결시켰다. 이후 10년 동안 사실상 1인의 특정세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백운찬 회장, 2017년 이창규 회장, 2019년과 2021년 원경희 회장 모두 정 전 회장의 지원으로 당선됐다. 이 기간에 상임이사와 이사 등 집행부 구성원은 그 추종 세력으로 채워졌고, 직간접으로 회무를 좌우하는 상왕체제가 공고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회직이 본업이냐”는 회원들의 비아냥에도 아랑곳 않았다.

당선 후 백운찬·이창규 전 회장이 상왕체제에 반기를 들고 독자노선을 걷고자 했으나 극심한 내부 반발에 부닥쳤고, ‘지라시’의 집요한 공격 끝에 모두 재선 실패의 쓴맛을 봤다. 여기에는 토론과 집행부에 대한 비판을 허용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구시대적 선거규정과 이에 따른 회원 무관심, 인지도만 따지는 회원들의 묻지마 투표도 한몫했다.

세무사회 감사들은 특정인과 특정세력의 불법유인물에 의한 혼탁 선거를 지적하며 징계를 촉구하는 감사보고서를 매년 정기총회에 냈다. 그러나 회원 무관심과 집행부의 무시로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다.

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가 2018년 감사에서 불법·혼탁 선거를 지적하며 ‘선거규정을 개정, 공정성을 가진 외부전문가를 선관위에 과반수 참여시키라’는 개선 권고를 했지만 세무사회는 묵살했다.

이렇게 세무사업계에서는 지난 10년 기득권 고수를 위한 권력 쟁취가 최우선이었다. 납세자를 붙잡을 시대 흐름에 맞는 업무 혁신과 개발은 뒷 순위로 방치됐다. 어떻게든 회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집요함과 아귀다툼이 지배했을 뿐이다. ‘우리가 맡아야 세무사회가 발전한다’는 아집으로...

강남의 한 원로세무사는 “10여년에 걸친 1인 체제 아성(牙城)을 구축하는 와중에 근간인 기장료는 뒷걸음질 치다 반 토막이 되고, 외부세무조정 업무마저 변호사들에 허용됐다”며 자책했다. “잿밥에만 혈안인 집행부의 무능은 이제 인공지능 ‘삼쩜삼’에 세금신고 업무를 빼앗기는 형국을 초래했다”며 “선배로서 젊은 세무사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했다.

‘삼쩜삼’의 무혐의 처분 이후 세무사회는 회장 명의의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도 내놓지 않았다. 담당 임원이 회원 카톡방에서 “삼쩜삼이 최대 로펌변호사를 선임했고, 세무사회는 일반 변호사를 선임하는 자본의 열세를 깊이 느꼈다”면서 “담당 임원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해결할 수 있는 방안과 의견을 주어야지 헐뜯는 카톡방이 되어선 안된다”고 한 것이 유일하다. 사과도 아닌 변명조의 이 해명 글은 오히려 회원들의 분노만 자극했을 뿐이다.

일선 세무사들, 특히 젊은 회원들이 “세무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할 정도로 극도의 위기감을 토로한다. 그런데도 특정세력 10년의 집행부는 소통창구를 닫은 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세무업 위기, 선거제도서 연유…전면개선 없으면 퇴행적 1인 체제 계속

종로지역 세무사의 일갈이 현 세무사회의 문제점을 압축해 지적하고 있다.

그는 “회의 주인이 회원인데 현안에 대해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보내는 공문이나 세무사신문을 통해 듣는 것이 전부”라며 “자유게시판이 폐쇄돼 비판적 시각은 사라지고 부풀려진 집행부의 공과만 회자되는, 소통 부재의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삼쩜삼이 곧 처벌된다’고 근거없이 수차례 확언하고, 지키지 못한데 대해 사과 한마디 없어도 아무 문제없는 곳이 위기에 빠진 세무사회의 현 주소”라고 꼬집었다.

특정 1인과 특정세력이 장악해 이룬 공과도 물론 있다. 국회 활동에 치중해 공인회계사의 세무사자동자격 폐지 등 세무사의 자존심을 세우는 성과를 냈고, 그로 인해 ‘세무사업계의 정순신’이란 다소 억지스런 칭송의 용어가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1인체제와 특정세력 10년의 폐해는 그에 비할 바 아니다.

다섯 번 치러진 세무사회장 선거판은 혼탁의 극치를 보였고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회원들은 ‘친정(親鄭)’ ‘반정反鄭)’으로 분열돼 반목하고 있다. 독선적 회무 집행에 대한 비판은 용납되지 않았으며, 회원의 유일 소통창구인 자유게시판은 폐쇄됐다.

국회 활동만 치중하다 우군이 되어야 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과는 소원해졌다. 중부회 회원 세미나에서 “기획재정부는 삼쩜삼 고발사건 관련한 세무사법 위반 질의에 답변을 미루고 위법 여부에 확답하지 않아 조사 발표는 늦어지게 되었고, 기재부의 최종 유권해석이 세무사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돼 불송치 결정에 이르렀다”는 진단을 곱씹어 봐야 한다.

이렇게 1인체제와 특정세력의 10년은 시대 흐름을 거슬렀고, 결과적으로 세무사회를 후퇴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세무사업계 위기는 구시대적 임원선거규정과 불공정한 선거관리에서 연유하고, 이의 전면적 개선이 없는 한 퇴행적 1인체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한국세무사회를 정상화할 변화의 주체는 결국 회의 주인인 회원일 수밖에 없다. 세무사 회원들이 세무사회와 업계의 문제가 무엇이고, 당장 뭘 해야 할지를 곰곰이 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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