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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정부 정책 믿어야 하나, 세법도 걱정이다
[정창영 칼럼] 정부 정책 믿어야 하나, 세법도 걱정이다
  • 정창영 주필
  • 승인 2022.09.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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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세법이 걱정이다. 답답하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난맥상을 진단하려면 종합부동산세법을 보면 답이 ‘딱’ 나온다.

대통령과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민생 과제’가 현실 정치에서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일단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진전이 없다. 정책 입안과 추진 초기에 말은 요란하고 그럴듯하지만 진행속도나 결과는 실감할 수 없다. 한마디로 ‘되는 게 없는 상황’이다.

과도하게 오른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위한 종부세법 개정은 이미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부터 여야가 공약한 내용이다. 구체적 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인 종부세 부담완화라는 줄기는 이미 ‘합의’가 된 정책이었다. 그런데 막상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한 이 정책은 지금 반쪽으로 쪼그라들었고 향후 진로도 가물가물하다.

여야는 종부세 완화 논의 첫 관문인 조세소위원회 구성도 못하고 지난여름 공전을 거듭했고 치열한 위원장 자리다툼으로 시간만 끌다 종부세 안내서 발송 기한을 하루를 넘겨 그나마 반쪽 합의를 했다.

일시적 2주택자 등 불가피하게 다주택자가 된 ‘억울한’ 일부는 구제 됐지만 정부가 핵심으로 내세웠던 종부세 부과기준선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려 세부담을 전반적으로 완화하겠다는 핵심내용은 반영되지 못했다.

여야가 어정쩡하게 합의한 내용이 더 기가 막히다. 당초 기준선 인상을 기대했던 납세자를 의식했던지 이달 국회에서는 일단 여기까지 하고 기준선을 조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은 올해 안에 집행될 수 있게 뒤에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합의대로 올해 조특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대상이 되는 9만여명의 납세자들은 일단 세금을 낸 뒤 절차를 거쳐 환급을 받아야 한다. 혼란과 혼선은 불가피하다. 국민을 바라보고 하는 정치, 이러고도 민생을 말할 수 있나.

이번 종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일선 납세현장에서는 질문이 폭주했다. 법이 바뀌어 특례대상이 되면 해당 2주택자는 1주택 적용을 받게 됐지만 같은 세대 구성원인 부부라도 부동산 명의에 따라 세 부담이 천양지차가 되기 때문이다. 

부부 중 한사람 명의로 2채를 갖고 있으면 이번 특례로 1주택 적용을 받지만 남편과 아내가 각각 한 채씩 갖고 있다면 종전대로 2주택자가 되고, 부부 공동명의라도 지분율에 따라 상속주택이나 지방 저가주택 특례적용이 달라진다. 

법이 바뀌자마자 국세청에는 문의가 쇄도했고,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유권해석은 필수가 됐다. 종부세 완화 취지가 제대로 살려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종부세가 인별 과세체계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되새겨야 했다.

우리나라 부동산 관련 세제는 인별·세대별·물건별 과세로 섞여 운영돼 복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기에다 잦은 개정과 셀 수조차 없는 예외가 많아 전문가들도 세법을 ‘숨은 그림 찾기’ 식으로 뚫어지게 독파해야 ‘맥’을 짚을 수 있다.

민생 종부세법 개정안이 여기에 또 하나의 ‘예외’를 추가했고, 그 과정은 정쟁의 한 가운데서 해치우듯, 던져지듯 처리된 것이다. 간단한 것도 이정도면 납세자 입장을 고려한 조세개혁은 시도조차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조세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종부세법 개정은 쉽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종부세가 워낙 큰 이슈였고, 실제로 ‘억울한 납세자’도 상당했고 무엇보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잘못된 세법’을 현실에 맞춰 고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은 물론 인수위와 대통령 취임 이후 시종일관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활력’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종부세·법인세 완화를 약속했기 때문에 물 흐르듯 될 것으로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대통령과 정부가 호언장담한 정책조차도 예측은 불가능했고, 과정은 험난했으며, 결과는 턱없이 부족했다. 원인이 무엇일까. 현란하게 말 바꾸기로 일관하는 야당 탓도 크지만 이래서야 이 시대의 엄혹한 국제경제 현실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인플레·환율·쪼그라드는 지갑을 보는 국민은 불안하다.

                                                                            

간단하게 보자. 윤석열 정부가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결론은 ‘별로 없다’다.

이 정부 들어 참 많이 나온 말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데 지금 법을 만드는 국회는 야당이 169석으로 과반(150석)을 훨씬 넘고 있다. 정권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잡았지만 입법권력은 야당이 갖고 있다. 다음 총선 때까지 ‘임시정부’라는 말이 허튼소리도 아니다. 종부세에서 보듯 정부 여당이 마음먹었다고 그대로 떼어지는 걸음이 아니다. 

국가를 시행령만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론은 나와 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고,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적극적으로 야당과 소통하고 핵심 정책을 공유해 협의하고 이해와 설득, 수용으로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이 땅에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관계는 정쟁과 싸움을 넘어 야당 대표의 말처럼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매사 부딪치고 맞서며 침 튀기는 일이 다반사다.

환율이 치솟고 새벽이면 미국 금리인상 숫자에 국민이 밤잠을 설치지만 국회에서 대응책이 진지하게 논의되는 장면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대한민국 먹여 살리는 국가 핵심 산업이 줄줄이 끌려 다니는 상황 속에서도 관련법안은 국회에서 실종된 상태에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외교에서도 뉴스 쟁점은 ‘여사’가 차지하고, 여당은 젊은 대표 한 명을 포용하지 못해 내부총질·가처분의 늪에서 불안한 코미디를 이어가고 있다. 기소된 의원을 대표로 뽑은 야당은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오로지 ‘방탄’이고 스토킹 수준의 흠집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국민이 똘똘 뭉치고 정치권이 앞장서 머리 맞대며 고민해도 이 난관을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분열’만 고속으로 진행 중이다.

‘분열의 일상화’를 접하는 국민은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감조차 잡지 못할 정도다. 이곳에서, 이런 상황에서 ‘위기의 대한민국’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법이 걱정이다. 국민 재산권과 직결되는 데다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경제 활력 지원과 세수확보, 분배까지 감안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올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나마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 첫 세법개정안에 대해 시종일관 ‘부자감세 반대’를 제목으로 달고 있다. 현실적으로 169석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반대하면 윤석열 정부가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며 야심차게 뒤집은 법인세법을 비롯해 경제 활력 세제는 물거품이 되고 무엇보다 불신을 동반한 엄청난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그 상황에서 “잘하려고 했는데 야당 때문에 안됐다”고 한다면 국민이 뭐라고 할까. 나라는 또 어떻게 될까.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소주성·탈원전이라도 내세웠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고 ‘뭘 했는지, 뭘 한다는 것인지’ 자꾸 되돌아 찾아보는 습관마저 생겼다. 목적은 희미하고, 수단은 경직돼 국민은 불안하고, 주변은 어수선하다.

정치는 목표를 분명히 갖고 현실적 수단을 강구하는 일이다. 가시에 찔리고 손에 흙 묻히지 않고 장미꽃을 피울 수는 없다. 초보들이나 걸려드는 핫 마이크, 핫 포토 존에서 빠져 나와 ‘핫라인’으로라도 소통을 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이 모든 책임 역시 대통령에게 있다.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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