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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회 ‘이상한 의전(儀典)’…지방총회에 정구정 전 회장 축사 ‘필수’?
세무사회 ‘이상한 의전(儀典)’…지방총회에 정구정 전 회장 축사 ‘필수’?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2.06.28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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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지방회 중 5곳서 한국세무사회장과 유사한 격으로 소개, 인사말도 배정
김완일 서울회장도 전국서 축사…정작 전직 지방회장·원로회원 인사말은 실종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열린 한국세무사회 산하의 전국 7개 지방세무사회 정기총회가 연이어 개최됐다.

“제23대, 27대, 28대 회장을 역임하시고 세무사법개정 비상대책공동위원장으로 이번 세무사법 개정에 큰 힘이 되어주신 한국세무사회 정구정 고문님을 소개합니다.”

“다음은 한국세무사회 정구정 고문님의 축사가 있으시겠습니다.”

한국세무사회 행사가 아닌 지방세무사회 정기총회의 내빈 소개와 인사말을 의뢰하는 문구다. 토씨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이렇다.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은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전국 7개 지방세무사회 정기총회 가운데 광주지방회를 제외한 6곳에 참석하고, 5곳에서 이런 소개와 함께 상당 분량의 축사를 했다. 5개 지방회는 서울·중부·인천·부산·대전지방회 등이다. 대구지방회에는 참석했지만 축사는 하지 않았다.

특정 전직 세무사회장이 이렇게 전국 지방회 총회에 참석하고 내빈 자격으로 인사말을 한 것을 두고 회원들 사이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지방세무사회 총회는 사업실적을 보고하고 예·결산안 처리와 현안을 논의하는 지방 회원들의 최대 행사다. 이런 자리에서 해당 지방의 회원도 아닌 전직 본회장이 참석해 ‘이러쿵저러쿵’ 축사를 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국세무사회장이 업계를 대표해 축사를 하는데 왜 또 특정 전임 회장이 나서서 비슷한 내용의 축사를 하고 회원들이 들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통상의 행사에서 내빈은 해당 조직을 대표하는 1인을 초대하고 인사말도 그 대표자만 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세무사회의 의전(儀典)은 그런 관례에 아랑곳 않는다.

정구정 전 회장의 축사는 ▲지방회장들이 본회장을 도와 국회 기재위원 방문 등으로 세무사법 개정 통과에 많은 노력을 했다 ▲국회의원님들의 마음을 얻어 가능했고, 그분들의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변협에서 승복 않고 헌법재판소에 제소했고,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세무사법 개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회원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해달라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정 전 회장에 앞서 축사를 한 원경희 회장이 세무사회 대표로서 세무사법 개정과 관련해 이와 비슷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감사를 표하고 협조 당부도 한 뒤였다. 세무사업계를 대표하는 회장이 언급하는 것으로 끝날 사안에 전직 회장이 또다시 나서서 관련 내용을 재차 얘기하고 회원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지방국세청장 등 초청된 외부의 시각으로 볼 때 세무사회 대표가 누구인지 헛갈릴 수밖에 없는 의전 상황이 1만5천 세무사단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구정 전 회장 본인이 축사를 원한건지, 의중을 읽은 각 지방회에서 축사를 권유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런 지방회의 의전에 대해 마땅치 않은 시선을 보내는 회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의전에 대해 “지방세무사회가 주최한 행사인지, 한국세무사회에서 기획한 행사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상왕’ 얘기가 나오는 모양”이라는 등 비꼬는 소리도 들린다.

한 지방회원은 “비상식적 의전에 익숙한 탓인지 인사말이 끝나면 어쨌든 회원들은 요란한 박수로 응답한다”면서 “세무사업계가 마치 ‘집단 최면’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개인에 대한 ‘신격화’가 과연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번 지방회 총회에서는 또한 김완일 서울세무사회장이 유일하게 전국 지방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파격이 연출됐다. ‘지방회 맏이’라는 명분을 붙여 소개되었으나 “인사말을 시켜달라”는 본인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게 다수 지방회 임원들의 전언이다.

한 지방회 임원은 “내년에 본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인 만큼 지방 회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한 선거전략의 일환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지방회장의 지위는 동일한데 특정인에게만 인사말이 독식되어도 아무렇지 않은 ‘이상한 의전’이 일어나는 곳이 세무사업계”라고 덧붙였다.

이런 일부 특정인들의 축사 배정으로 정작 총회를 개최하는 해당 지방세무사회의 전직 회장이나 원로회원들의 인사말은 대부분 생략돼 주객이 전도됐다는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방세무사회가 독립이 되지 않아 ‘지방회 총회 행사가 의무교육과 선거를 치르기 위한 일종의 요식행위’라는 지적을 받아오긴 했다.

하지만 지방회 총회는 해당 지방회 소속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인 만큼 지방 회직자가 주축이 되고, 회원 결속과 화합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행사 진행과 의전도 지방 회원들이 얼굴을 찌푸리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전국 지방회 정기총회에서 일어난 의전 일탈에 대한 회원들 지적을 계기로 지방회 총회 진행과 의전이 제자리를 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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