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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칼럼] ‘취임 전 대통령집무실 이전’ 애초 불가능한 공약
[이대희 칼럼] ‘취임 전 대통령집무실 이전’ 애초 불가능한 공약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2.03.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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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에 이전 비용 없어…취임 전까진 예비비 집행 현 대통령 몫
-후보자 시절 ‘세출예산 150조원 절감, 공약 실현’ 주장에도 안 맞아
-윤석열 당선자, ‘법치’ 소신 지켜야…소통은 공간 아닌 의지의 문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1호 공약’이니 지켜야 한다는 당선자 측과 ‘안보 공백’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난색을 표하는 현 여권이 연일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 이양기 모든 국정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민생은 내팽겨 치고 집무실 이전 공방만 벌이는 신·구 정권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에 국민의 피로도가 높다. “나라꼴이 어떻게 되려는지 모르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여야의 정쟁적 주장을 떠나 윤 당선자의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과연 합당한 공약이며, 실현 가능한 공약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애당초 당선자 신분으로는 실현할 수 없었던 약속이었다. 그러니 이런 불협화음이 생기고 국민 분열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취임 전에 당선자가 직접 쓸 수 있는 예산은 취임식과 대통령직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수십억 원이 전부다. 이전 장소의 합당성 여부, 안보공백 등 발생된 여러문제를 떠나 집무실 이전을 위해 쓸 수 있는 비용이 없다.

당선자 측과 국민의 힘은 “예비비를 쓰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것도 명분과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초과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책정하는 것이다. 사용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예비비에 여력이 있다면 코로나19 지원, 산불피해 복구 지원 등 현재의 재난상황에 투입해야지 당장 불필요한 집무실 이전에 500억 가까운 예산을 쓸 일은 아니다. 예비비 집행 권한은 현직 대통령에게 있다. 더구나 대통령으로 취임하지도 않은 당선자 측에서 국방부 등에 이사를 지시하거나 요구를 했다면 그것은 명백한 월권이며 정부 행정조직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인수위와 국방부가 얘기한 496억원도 당장의 이사 비용 정도다. 합참 이전과 국방 관련 기관의 연쇄 이전 비용을 보태면 5000억, 1조의 엄청난 금액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후보시절 200개 공약 이행에데 필요한 소요비용이 266조원이라면서 세출예산 구조조정 150조원, 추가 세입증가 116조원으로 충당하겠고 밝혔었다.

5년 동안 해마다 정부 재정지출을 30조원씩 절감해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재정지출 규모를 감안할 때 쉽지는 않겠지만 국민이 낸 피 같은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이러한 후보 시절 윤 당선자의 의지는 어디가고 5년의 국정운영 프레임을 짜야 할 시기에 급한 민생문제도 아닌 청와대 이전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인가. 선거기간 줄기차게 외친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예산절감 약속이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 구호였음을 입증하려는 것인가. 불만이 있어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온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윤 당선자는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유물론도 아니고 선문답인 듯한 표현을 쓰며 집무실 용산 이전을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취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이전이 안 된다고 본다”며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60% 가까운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취임 전 집무실 이전을 고집하는 것이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만 모시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 당선자가 취할 자세인가.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면서 이와 모순되는 제왕적 결정을 하는 것에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는 것은 집무실 이전의 ‘공간 변화’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제왕적 권위를 내려놓고 행사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 궁극적으로는 국민 여론에 따른 헌법과 법률 개정에 의해 정치구조를 바꿔야 해결될 문제다. 개인의 의지만 갖고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국가 재정은 국민이 낸 세금이 원천이다. 그런 만큼 국가재정법 등 법률에 따라 투명하게 운용된다. 윤 당선자와 인수위측은 이러한 예산과 행정체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듯 보인다.

인수위측은 임기가 50일 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집무실 이전에 ‘제동’을 건다고 비난하는데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심지어 ‘대선불복’이라고 공격하는데 맥락이 맞지 않는 발언이다. 아무리 권력을 넘겨줄 힘 빠진 정권이지만 통상적 예산집행의 범위에 벗어나고 여론에 반하는 행정조치를 하면서까지 국민에 밉보이려 하겠는가. 당선자가 결정했으니 알아서 조치하라는 식으로 몰아붙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용산 이전에 청와대가 사실상 반대 의사를 보이자 윤 당선자측이 취임 뒤 두달 가량 인수위가 꾸려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집무실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굳이 비어있는 청와대로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국민이든 누구든 말릴 방법은 없다.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지의 ‘결단’이라는데 동의를 하던, 하지 않던 어쩔 수 없다.

‘탈 청와대’가 새 정권의 최우선 과제라 생각한다면 대통령 취임 후 자신들의 권한인 행정 절차를 통해 얼마든지 집무실 이전은 할 수 있다. 취임 전 예비비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취임 이후 추경을 하거나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해 하는 것이 예산회계 원칙에도 맞다.

윤석열 당선자은 후보시절 ‘법치’를 강조했다. 국가재정의 운용은 법과 원칙에 맞게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조급하면 탈이 나고 화근이 될 수 있다. 재정은 다름 아닌 국민 세금이며, 세금의 쓰임새와 운용은 국민이 위임한 방식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 윤 당선자는 이 점을 명심하고 국정 수행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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