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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칼럼] ‘조세학술상’ 위상 스스로 격하하는 한국세무사회
[이대희 칼럼] ‘조세학술상’ 위상 스스로 격하하는 한국세무사회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2.02.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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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편집주간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의 엘타워 대강당. 한국세무사회와 7개 지방세무사회 회장단, 125개 전국 지역세무사회장 등 200여명의 세무사들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함께 모였다. 수도권은 물론 부산, 광주 등 먼 거리에서도 새벽차로 발걸음을 재촉해 상경한 자리였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원경희 회장 2기 집행부가 긴 기간 야심차게 준비한 ‘세무사 드림봉사단’ 발대식 때문이다. 모든 회원이 참여하는 체계적이고 상시적인 세무사회의 사회봉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명제에 공감하고 실천의지를 다지는 열의가 있어 보였다. 봉사단 출범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회직자들이 통일된 봉사단복을 착용한 행사장에 가장 먼저 등장한 사람은 뜻밖에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다. 정견 발표를 겸한 축사에 이어 회직자들과의 요란한 기념촬영으로 30분가량이 소요됐다. 퇴장 때 ‘윤석열!’을 연호하는 일부 세무사도 있었다.

◆ 세무사법 개정 기여했다고 정구정 전 회장에 ‘조세학술 공로상’…참석 회원 “뜬금없다”

예기치 않은 대선후보 출현으로 세무사봉사단 발족의 긴장감이 떨어진데 이어 진행된 ‘조세학술상’ 시상은 다시 한 번 참석 세무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해 세무사법 개정 국회 활동에 기여했다며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에게 다름 아닌 ‘조세학술 공로상’을 수여한 것이다.

지역회장들 사이에서 “세무사법 국회활동에 뜬금없이 조세학술상을 갖다 붙이면 되나”라는 수군거림이 일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시상이 진행되자 적잖은 회원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조세학술상은 2012년 조세·회계 분야에 탁월한 업적과 활약을 한 자를 발굴하고, 조세·회계 분야 학술연구 장려를 목적으로 제정됐다. 조세학술상을 운영하는 조세연구소는 한국세무사회 부설 기관으로 소장은 한국세무사회장이 맡고 있다.

조세학술상 규정상 시상 분야는 ‘조세학술 공로상’과 ‘조세학술 논문상’으로 나뉜다. 이 중 공로상은 ‘한국세무사회 회원 및 조세연구소 연구위원을 대상으로 대상자를 추천받아 조세·회계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자를 위원회에서 선정한다’고 선정기준을 적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조세·회계 분야 탁월한 업적’은 조세학술상이란 명칭이 말해주듯 당연히 학술 관련 부분이지, 국회활동과 같은 세무사회의 통상적 업무수행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것이다. 정구정 전 회장이 기여했다는 변호사의 세무업무를 일부 제한하는 법 개정 활동과 회무활동이 학술분야인가. 조세학술상 제정 목적 등을 감안할 때 그건 아닌 것 같다.

만약 정 전 회장의 국회활동이 학술분야 업적이라고 본다면, 혹한과 폭서 가리지 않고 800여일을 국회 등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사비를 털어 일간지 광고까지 한 세무사고시회 임원들의 활동은 뭔가. 이들에게도 ‘조세학술 공로상’을 주는 게 맞지 않은가.

앞서 한국세무사회는 지난 1월 6일 이사회 구성원 및 위원장 연석회의를 개최해 국회 활동을 지원한 회원 71명에게 세무사회장 표창장을 줬다. 이날 원경희 회장과 정구정 전 회장도 세무사법 개정 공로로 7개 지방세무사회장 공동명의의 감사패를 받았다. 곧이어 세무사회가 발행하는 세무사신문은 무려 12개 면에 걸쳐 이들의 활약상을 대서특필, 회원들에게 배달했다.

그러나 이렇게 공치사 잔치가 이뤄지는 자리에 세무사고시회 회장과 집행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업역 수호 일념으로 3년 7개월 ‘야전군’의 역할과 수고를 감내한 고시회 집행진은 표창은 고사하고 초대조차 받지 못했다.

◆ ‘조세·회계 분야의 학술연구 장려’ 제정 취지맞게 운영해야 ‘학술상’ 권위 높아져

지금까지 ‘조세학술 공로상’은 조세정책 제안 등 연구활동에 매진한 대학의 조세법 학자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세 관련 연구에 왕성한 활동을 보인 원로 세무사들에게 주어졌다.

국회 활동과 회무활동에 업적이 있다고 조세학술상을 준적은 없다. 애초 세무사회가 조세학술상을 제정한 것은 조세·회계 분야의 학술연구 장려와 이를 평가해 합당한 상을 줌으로써 국내 유일의 조세전문가단체인 한국세무사회의 위상을 제고하고자 함이었다.

이런 취지와 달리 터무니없는 명분으로 조세학술상을 남발해서야 어떻게 상의 권위가 올라가고 한국세무사회 위상이 제고되겠는가.

타 자격사의 업무침해 저지와 직역의 수호는 자격사단체에서 핵심 업무임은 두 말할 나위없다. 세무사 회원들은 그 역할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라고 한국세무사회에 권한과 임무를 부여해줬다. 따라서 세무사회장과 그 집행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당연한 업무다.

정구정 전 회장은 중임제한 규정에 대한 해석으로 유례없는 회원분열을 초래한 끝에 3선까지 지낸 한국세무사회의 고문이다. 고문 대접을 받는 전임 세무사회장이라면 누가 공치사를 하지 않더라고 업역침해를 막는 세무사법 개정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그리고 지켜보는 회원들을 생각한다면 정 전 회장은 그러한 공로로 세무사회에서 ‘조세학술 공로상’을 준다고 하더라도 사양했어야 하는 게 맞다. 봉사단 발대식 참석 회원의 “자신들끼리 주고받는 공치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한국세무사회는 납세자 권익보호라는 중차대한 업무 등을 수행하는 공공성을 지닌 조세전문가들이 모인 단체다. 그만큼 세무사회의 업무 수행도 국민의 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합리성과 보편성을 띠어야 한다. 하물며 선정기준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되어야 할 ‘조세학술상’이 어떤 이유에서든 남발이 된다면 국민과 납세자들은 물론 학계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

조세학술상은 특정한 계기에 특정한 명목을 갖다 붙여서 특정인에게 주는 공치사용의 상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학술상이다. 발대식을 지켜본 회원들의 우려가 크다. 한국세무사회는 이번 시상을 계기로 ‘조세학술상’의 권위를 높이는 길이 무엇인지 다시금 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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