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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정보분석으로 ‘마약 청정국’ 한국 이미지 지켜”
“치밀한 정보분석으로 ‘마약 청정국’ 한국 이미지 지켜”
  • 이유리 기자
  • 승인 2022.01.20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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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신문-서울본부세관 기획 인터뷰⑤]
채성완 서울본부세관 조사1국 조사정보과 주무관
작은 단서로 지난해 관세청 사상최대 1.3조 필로폰 밀수 적발
초고층 빌딩 뒤엔 치밀한 설계…관세수사 뒤에는 ‘정보분석’ 밑그림
한발 앞서 읽는 세계흐름…기존 분석 관행 초월, ‘현장’에도 적극

관세청 사상최대 마약밀수 적발

지난해 9월 1일 1조 3000억 상당 필로폰(메스암페타민) 404.23Kg 밀수가 관세청에 의해 적발됐다는 뉴스가 각종 매체에서 쏟아졌다.

‘마약 청정국’인 한국을 경유지로 이용한 사상 최대규모의 마약밀수가 적발 된 배경에는 마약을 은닉한 밀수입자를 찾아낸 채성완 서울본부세관 조사1국 조사정보과 주무관의 정보분석이 있었다.

이 때 적발된 필로폰 404.23Kg 은 무려 135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기존 최대치였던 2018년 112Kg에 비해 4배 가까이 되는 엄청난 규모였다.

지난해 5월 부산항에서 출항한 수출화물 2건에서 호주세관은 메트암페타민 230kg을 적발했다.

관세청에서 마약조사를 총괄하는 국제조사과는 곧바로 호주세관과 공조에 들어갔다.

마약을 호주에 밀수출한 한국의 수출업체를 찾아내기 위한 수사에 착수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채성완 주무관은 수사 착수 전까지 부산항에서 출항해 호주에서 적발된 마약이 어떻게 국내에 들어왔는지 그 반입경로를 알아내기 위해 정보분석에 들어갔다.

그는 “이 사건의 특이한 점은 해당 마약을 국내에서 생산한 건지 해외의 어느 국가 누가 수입했는지 출처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채 주무관은 “호주세관으로부터 입수한 국내에서 호주로 마약을 수출한 자의 수출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수입실적이 없어 마약을 국내에서 제조했거나 다른 수입업체를 통해 해외에서 반입했을 가능성이 있겠다는 의심을 하며 조금은 막연하게 정보분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호주세관의 마약 적발 기사를 검색하던 그는 외국인이 범죄에 가담했을 것이라는 단서를 발견했다.

호주세관이 마약을 적발을 알린 현지 뉴스.
호주세관의 마약 적발 소식을 알린 현지 뉴스.

채 주무관은 마약이 해외에서 반입됐다면 ‘수입자’와 ‘마약은닉 도구’를 찾아 그 행방을 추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업체가 수출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약을 들여 온 수입자를 찾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곧바로 분석대상을 밀수입한 ‘사람’에서 ‘마약을 은닉한 도구’로 옮겨 분석을 시작했다.

호주에 마약이 은닉된 화물을 수출할 때 사용한 항공기나 선박의 동력전달 장치인 ‘헬리컬 기어’를 찾는다면 밀수입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결국, 세관자료와 연계한 우범화물 분석기법을 통해 채성완 주무관은 호주로 수출될 때 마약을 은닉에 이용됐던 도구인 ‘헬리컬 기어’와 동일한 물품을 멕시코로부터 수입한 업체를 찾아냈다.

채 주무관은 그 사업자의 수입내역을 분석해 멕시코에서 밀수입한 마약이 아직 국내에 남아 있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해당 정보를 관세청 국제조사과와 부산본부세관의 수사팀에 공유했다.

부산본부세관의 수사팀은 검찰과 공조해 마약의 추가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한 달 이상의 잠복근무를 통해 국내에 남아 있는 마약 404.23Kg 을 적발하고 밀수입자를 검거했다.

 

‘정보분석’으로 마약 밀수 적발… ‘마약청정국’ 이미지 지켜

이 사건으로 국제마약사범들이 우리나라를 마약밀수루트의 경유지로 이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이 정도의 마약이 들어올 정도면 한국이 더이상 마약청청국이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채 주무관은 “오히려 한국이 마약청청국이기 때문에 마약조직원들이 한국을 대규모 마약의 경유지로 이용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멕시코에서 바로 호주로 가면 호주세관에서 적발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한국에서 통관을 거쳐 수입자와 수출자를 다르게 했던 것이다. 한국의 관세당국에서 적발을 잘 해 냈기 때문에 한국은 아직도 마약 청정국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관세청 조사총괄과는 채성완 주무관에게 조사정보 우수사례 경진대회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국내 최대 규모 마약 밀수 적발에 정보분석을 통해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한발 앞서 읽는 세계의 흐름

채성완 주무관이 정보분석을 하고 있다.
채성완 주무관이 정보분석을 하고 있다.

매일 정보분석으로 하루를 시작하다 보니 채성완 주무관은 세계의 흐름을 한발 앞서 알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의 이동은 줄었지만, 그만큼 화물을 통해 상상도 못했던 물건 속에 마약이 숨어서 들어온다.

채 성완 주무관은 “마약조직원들이 마약을 숨겨 운반하는 도구도 계속 변화하지만, 세계적으로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정보분석을 통해 해당 품목을 미리 파악하고, 국내 수입통관시 검사를 통해 적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관의 정보분석을 초고층빌딩을 짓기 위한 세밀한 설계도에 비유했다.

사람들이 보는 것은 설계도가 아닌 완성된 빌딩이지만, 지진과 풍력, 압력 및 하중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치밀한 설계도가 없다면 제대로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채성완 주무관은 “정보분석은 드러나지 않은 범죄의 단서를 찾아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면서 “작은 단서라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흔적을 타고 올라가면서 퍼즐 조각을 맞추는 작업을 통해 범죄혐의를 밝혀 수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려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분석부터 현장잠입까지

정보분석은 단순히 데이터를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현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채성완 주무관은 지난 2019년 동대문 의류 수십억 원 어치를 ‘라벨갈이’를 통해 중국으로 밀수출한 일당을 검거하는 데도 기여했다.

이 때는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정보활동을 했다.

당시 상황을 묻자 채 주무관은 “당시 중국 상인들이 동대문 의류를 밀수출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혐의업체의 자료를 분석했지만 서류상으로는 정상적인 수출업체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추가 정보수집을 위해 직접 현장으로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혐의업체가 동대문에서 밀수출 의류를 마대포대에 담아 새벽에 운송한다는 정보를 추가로 입수해 한겨울 새벽, 시동을 끈 차 안에서 잠복을 하며 이동 동선과 화물운반 시간을 확인하고 동대문에서 인천공항 화물터미널까지 차량 미행을 통해 의류 밀수출 증거자료를 확보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채성완 주무관

대학에서 세무학을 전공하고 2006년 관세공무원 길에 접어 들어 15년이 지났다.

서울본부세관 조사1국 조사정보과에서 2017년부터 5년 넘게 정보분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본부세관 동료들은 그에 대해 “우범요소 포착 등 정보와 첩보입수 능력에 우수하며, 작은 단서로도 심도 있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대형사건을 도출하는 등 정보분석 능력이 뛰어나다’”고 입을 모은다.

채 주무관은 “범죄수법 지능화와 수사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 관행에서 탈피한 새로운 수사기법 및 분석방법 아이디어 제시 등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조사행정을 추구한다”고 자신의 정보분석 철학을 밝혔다.

조사정보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다크웹 사이트에서 대마재배 정보와 통관자료를 연계·분석, 외부기관과 수사공조를 통해 대마 불법재배 혐의자를 단속해 지난해 관세청 수사기법 경진대회 최우수상 을 받았다.

또 10년이 경과한 체납자의 은닉재산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체납부서와 협업으로 10억원의 채권 압류해 2019년 이달의 관세인(조사분야)와 서울세관 으뜸이에도 선정됐다.

‘정보분석 베테랑’ 채성완 주무관은 “시간이 갈수록 지능화 고도화 되는 범죄 혐의점을 분석하기에 ‘내부자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사무실에서 자료를 분석하던 방식에서 한발 나아가, 관련 업계 사람들을 직접 만나 정보를 입수하는 등 발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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