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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분 특별세무조사는 미 PE운용사 조세회피의 나비효과?
대한제분 특별세무조사는 미 PE운용사 조세회피의 나비효과?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2.01.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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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강 현금으로 공격적 재무투자…미 사모펀드운용사 보유기업 매수
- 조세회피의혹 미 사모펀드운용사 TPG 보유 기업지분 인수위해 투자
- 투자파트너 대거 동원, 수수료‧매각차익 등 자본이득으로 신고‧납부

곰표 맥주와 곰표 밀가루 등으로 유명한 대한제분이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재계가 배경과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품재료 거래로 현금유동성이 가장 뛰어난 기업 중 하나인 대한제분이 막대한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사모펀드·스타트업·공모주 등 활발한 재무투자를 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거래를 튼 해외 거대 사모펀드운용사들의 조세회피 문제와 얽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제분 경영지원본부 관계자는 18일 본지 통화에서 “비정기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고, 무엇을 더 볼지 모르니까 언제까지 진행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한제분 지분 27.71%를 보유한 최대주주 디앤비컴퍼니를 통한 편법 증여 관련조사 사항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측의 말을 믿자면, 비정기 세무조사는 다른 이유로 시작됐을 수 있다.

대한제분은 지난해 9월16일 헬스밸런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100억원을 투자했다고 공시했다. 언론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차원의 7월, 8월 두 차례 공시 때 확인을 미루다가 이날 관련 이사회 결과를 알린 공시였다.

대한제분은 9월 공시에서 “헬스밸런스 주식회사의 지분 100%를 취득하기 위해 9월9일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에이치앤드비 유한회사 및 할시온코리아홀드코 주식회사(매도인)에 출자하는 건”이라고 밝혔다.

이 공시는 같은 해 7월29일과 8월27일 한 경제신문이 ‘헬스밸런스 인수 추진설’을 잇따라 보도하자 해명과 동시에 보도 내용 일부가 확정됐음을 알리는 차원이었다.

해당 경제신문은 당시 “대한제분이 지난 2020년 하반기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잡고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인 건강기능식품회사 헬스밸런스를 인수한다”고 보도했었다.

다른 보도에서는 “헬스밸런스 매각을 추진 중인 TPG와 매각 주관사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은 최근 대한제분-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을 최종 인수 후보로 결정하고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한제분이 스톤브릿지캐피탈과 ‘깐부(컨소시엄)’를 맺고 TPG가 보유한 헬스밸런스 지분 100%를 인수한다는 보도인데, 기사에서는 최초 1000억원으로 투자금액이 추산됐다.

하지만 9월17일 공시에서는 대한제분측이 에이치앤드비 유한회사 및 할시온코리아홀드코 주식회사에 넣은 금액은 100억원이다. 100억원은 대한제분 2021년말 자기자본 7807억9936만1744원의 1.28% 수준이다.

경제신문은 당시 “컨소시엄 파트너인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세컨더리 펀드를 활용해 헬스밸런스 투자를 마무리할 예정이며, KB증권과 함께 2400억 원 규모로 조성한 코인베펀드로 솔루엠과 스타일쉐어·메가존클라우드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18일 “지난 9월17일 공시에서 밝힌 바와 같이 헬스밸런스 지분투자를 위해 출자한 이래 달라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제분이 막강한 현금 동원력으로 사모펀드 등에 대거 재무적 투자를 해온 정황이 최근 국세청의 비정기 세무조사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다만 대한제분이 인수를 추진한 회사 지분을 투자목적으로 100% 보유했던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의 조세회피 정황이 미 현지 언론에 소개되면서, 대한제분의 재무적 투자도 직간접 세금위험(risk)에 노출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한제분 투자 관계회사들은 이름이 길고 무슨 회사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특수목적회사들로 구성돼 있다.

2020년에는 미국 최상위 사모펀드 운용사 TPG가 대한제분이 인수하려는 헬스밸런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연히 대한제분 공시에 이 운용사 이름이 등장해야 한다. 하지만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뉴욕타임즈(NYT)>의 지난해 6월12일 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

<NYT>는 기사에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수많은 파트너 회사들을 일부러 동원해 각종 인수‧합병(M&A) 투자거래를 통해 거둔 수수료 소득을 일반 소득이 아닌 자본이득으로 둔갑시켜 사실상 수억 달러의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PG도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ohlberg Kravis Roberts),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등과 함께 조세 회피 혐의를 받는 미국 최상위 사모펀드 운용사로 기사에서 거론됐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통상 기업가치가 절정에 오른 회사를 사들이기 위해 증권사나 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빌린다. 인수‧합병 거래를 성사시킨 뒤 빌린 돈에서 비용을 빼고 빚을 갚는다.

TPG가 지난 2019년 12월 투자목적으로 매수한 헬스밸런스 주식을 어떤 파트너의 어떤 역할로 대한제분에 넘겨줄지, 전문가도 파악할 수 없다. 게다가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 이외에는 투자추진상황을 공지할 의무도 없다. 이 때문에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파트너들을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M&A 거래 성사를 위해 수많은 투자파트너를 동원해 복잡하게 배치시키는데,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 관리 명목으로 매각 총자산 가액의 2%를 수수료로 뗀다. 또 투자를 통해 장래 발생할 이익의 20%를 확보한다. 매각 차익이 얼마든 그중 20%를 투자이익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미국 국세청(IRS)은 이런 미래투자이익을 경상소득이 아닌 자본이득으로 취급하도록 허용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2주 전인 2021년 1월5일 “파트너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법령 개정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미지급 수수료 역시 자본이득으로 간주된다.

연방 소득세 최고세율은 37%이며, 장기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은 20%다. 일반적인 투자소득에 대한 소득세가 투자손실 공제를 과거 분까지 통산해서 받을 수 있는 자본이득세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다른 소득 같으면 이런 특혜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NYT> 보도의 핵심이다. 이 신문은 “사모펀드가 미국 조세 시스템을 정복했다(Private equity has conquered the American tax system)”고까지 개탄했다.

사모펀드 회사 고위 간부들이 미국 국세청에 고발한 내용에 따르면, 사모펀드 회사들의 세금회피는 수십 건에 이른다. IRS는 그러나 인원과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IRS 전현직 근무자는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사모펀드는 대규모 파트너십을 맺어 소득세 문제를 분산시킨다. 권리 계약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복잡하기 때문에, 국세청이 세무조사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NYT>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그 결과 지난 2020년 6억1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블랙스톤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A. 슈워츠만(Stephen A. Schwarzman) 같은 사람이 낸 소득세는 미국인 평균 수준으로 연방 소득세를 납부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정부가 집권하면서 국세청 예산을 늘려 사모펀드 과세 시스템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성과를 볼 전망이다. 혹여 정권이 바뀌면 또 사모펀드 과세 정상화는 무산될 전망이다.

대한제분은 계열사를 대주주가 배당을 받고 있고, 대주주들이 설립해 대한제분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지주회사격 계열사를 통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 증여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이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의 조세회피 문제와 대한제분 비정기 세무조사의 관련성에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한편 국세청의 이번 대한제분 비정기 세무조사가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와 관계가 있다면, 추후 KB증권도 세무 검증을 받을 수 있다.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 상위 사모펀드 운용사로부터 기업을 인수하는 대한제분의 M&A 거래 이야기에 KB증권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KB증권은 하나금융투자가 전체 자산거래를 주도하고 헤리티지자산운용이 설정한 미국 뉴욕 맨해튼 지역 부동산개발신탁 사모펀드 투자자를 유치하는 등 투자에도 깊이 관여했었다. 채권과 주식의 장점만 제시하지만 실제로는 양쪽의 단점만 주로 투자자가 뒤집어쓰는 사모방식의 ‘메자닌’ 해외부동산신탁투자인데, 해당 펀드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릴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모펀드 투자 실패로 명성을 구긴 KB증권이 비정기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대한제분의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의 조세 회피와도 얽혔다면,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거래한 국내 금융기관들은 물론 관련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기업들에게도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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