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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간 벽 허물기가 진정한 혁신"…’외국인 부동산 자금 불법 반입’ 최초 밝혀낸 주인공
"부처간 벽 허물기가 진정한 혁신"…’외국인 부동산 자금 불법 반입’ 최초 밝혀낸 주인공
  • 이유리 기자
  • 승인 2021.12.30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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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신문-서울본부세관 기획 인터뷰②]
2021 정부혁신 우수사례 국무총리상 주역 박미희 서울본부세관 주무관
'김치 프리미엄' 비트코인 환치기까지 동원해 서울아파트 55채 쓸어담은 외국인 불법 적발
외환 반입~부동산 취득까지 각 기관별 분산된 정보로 수사에 난항…국토부 등 협업 이끌어
"새로운 접근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문제 해결 실마리 찾는 아이디어 뱅크"

중국인 A씨는 중국 현지에서 환치기 조직이 지정한 계좌로 위안화를 보냈다. 

환치기 조직은 중국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해 한국에 있는 조직원의 전자지갑으로 전송한 후 이를 매도해 현금화 했다. 

환치기 조직은 이 돈을 A씨의 은행계좌로 송금하거나 현금으로 직접 지급하는 수법으로 2018년 1월부터 2월까지 총 11회에 걸쳐 4.5억원을 국내로 불법 반입하고 국내 은행 대출자금 등을 추가해 시가 11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수했다. 이들은 가상자산 시세가 국내 거래소에서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차익도 챙겼다. 

지난 4월 ‘김치 프리미엄’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반입해 서울에 아파트를 산 외국인들이 서울본부세관에 의해 적발됐다는 뉴스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외국인이 소유한 아파트는 2017년 2만6000 채에서 2020년 4만여 채로 3년 만에 53% 이상 증가했다. 

“이러다 나라 땅이 중국땅이 되겠다. 외국인 땅 무단투기를 바로잡아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던 터라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을 불법쇼핑 했다는 서울본부세관의 발표는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외국인들이 불법으로 들여온 자금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는 많았지만, 정부 부처간 협업으로 그 실체가 밝혀진 것 최초였다. 

최근 부동산, 특히 아파트는 가격 급등과 이에 따라 높아진 세금 부담으로 국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터라 비거주자인 외국인이 관세포탈 등 범죄자금과 환치기로 들여온 불법자금으로 부동산 쇼핑을 해 왔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은 하마터면 드러나지 않을 뻔 했다.

외환의 흐름과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까지 과정을 관할하는 정부 기관이 각각 달라 정보가 한 곳에 모여 있지 않았고, 이를 파악하기 위해 나서야 하는 주무기관도 불분명 했기 때문이다.  

박미희 서울본부세관 조사2국 외환조사총괄과 주무관은 “외국인이 부동산을 불법으로 취득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정보 분석에 들어가 막상 수사를 하려니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다. 어떤 자료는 국토부에서 받아야 하고, 또 다른 자료는 한국은행에 요청해야 하는 등 각 기관마다 권한이 각각 흩어져 있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외국에서 자금을 들여와 국내에 아파트를 취득하는 과정을 관할하는 기관은 관세청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국민건강보험공단, 금융감독원과 지자체가 얽혀 있다.  

모두 ‘정부’로 통칭되는 기관이지만, 정보는 기관마다 세워진 높은 칸막이에 막혀 좀처럼 공유되지 않았다.

박 주무관은 “국토부가 보유한 외국인 부동산 취득정보와 관세청이 보유한 외환반입 정보를 분석하면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의 자금출처 실태파악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관세청에서 외환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인 서울본부세관 조사2국은 외국인 정보를 보유한 기관들을 참여시켜 아파트 취득자금 불법 여부를 조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지난해 12월 서울세관 조사2국은 전 직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외국인 부동산 특별단속'을 추진했다. 

부처간 칸막이를 과감하게 허물고 작은 정보까지 공유하는 협업으로 외국인들이 가상자산의 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한 환치기를 통해 자금을 들여와 부동산 매수에 사용한 신종 수법도 드러났다. 

서울본부세관 조사2국 주도로 정부 기관들이 협업해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불법 쇼핑 실체를 적발한 이 사례는 국민의 공감을 받아 2021년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10월 27일 서울 동대문플라자에서 개최된....
, 지난 10월 2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01 정부혁신 우수사례 통합 경진대회'에서 서울본부세관 조사2국이 출전한 관세청이 은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사진 왼쪽부터 김철수조사2국장, 전성배 외환조사총괄과장, 박미희주무관.

박미희 주무관은 조사2국 외환조사총괄과에서 각 부처의 담당자를 설득해 협업을 이끌어 내 불법의 실체를 밝히고 관세청의 외환조사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법령개정까지 이끌어내 낸 관세청 외환조사가 정부차원의 혁신업무로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받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23일 서울본부세관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불법 쇼핑을 적발했는데 성과의 내용은  

“최근 3년간 서울 시내 아파트를 매수한 외국인 중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469명을 조사해 수출입거래를 악용해 소득세를 누락하거나 관세를 포탈한 자금으로 서울시내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 61명(취득액 840억 원)을 적발했다. 

이중 환치기나 관세 포탈 등 범죄자금으로 아파트를 매수한 17명(16채, 176억원)은 고발 조치하고, 외환당국에 부동산 취득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아파트를 취득한 44명(39채, 664억원) 을 적발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 환치기 조직과 가상자산 거래를 위해 불법으로 외환거래 한 사람들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번에 적발된 외국인들의 아파트 매수 지역은 강남구가 13건(315억원)으로 가장 많고, 영등포구 6건(46억원), 구로구 5건(32억원), 서초구 5건(102억원), 송파구 4건(57억원), 마포구 4건(49억원) 등으로,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3구 지역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적발된 외국인 국적은 중국이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9명, 호주 2명, 기타 6명 등이었다.”

-외국인 부동산 취득 과정에 여러 부서의 권한과 책임이 얽혀 있었는데, 협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

“먼저, ①국토부에서 최근 3년간 외국인의 서울시 아파트 구매자료 약 8000건을 제공받았다. 이를 관세청이 보유한 외환자료를 비교 분석해, 약 2000 명을 1차 조사대상자로 선정했다.그리고 ②법무부(출입국외국인청)의 협조를 받아 출입국자료를 확보해, 국내 거주여부를 확인했다. ③건강보험공단에서는 직장가입내역을 받아 국내에 영업소득이 있는지 살펴보았으며, ④등기소에서는 부동산 등기정보를  ⑤지자체인 구청에서는 (부동산구매)자금조달계획서를 ⑥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 거래내역을 받아 분석했다. 이렇게 이중, 삼중의 검증절차를 거쳐 최종 조사 대상인 469명의 외국인을 선정할 수 있었다.”

-이번 '외국인 부동산 특별단속'을 진행하면서 법령개정도 이끌어냈는데

“비거주자가 국내에 부동산을 취득하려면 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종전 외국환거래규정에는 외국환은행장이 신고 내역을 관세청에 제공할 이유가 없었다. 근거 조항이 없었기 때문에 관세청이 외국환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받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외국환거래규정 신고절차에서 제도에 사각지대가 있는 것을 발견, 본청에 건의해서 제도를 개선했다.

이제는 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가 들어오면 비거주자의 국내 부동산 취득신고사항을 관세청에 통보하도록 조항이 추가됐다. 

올해 6월 18일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제10-12조 제2항 제1호(관세청장 통보대상거래)에 제9-42조 추가)으로 한국은행의 외환전산망 자료 중 비거주자의 국내부동산 취득 관련 자료에 대한 관세청장의 접근이 허용됐다. 비거주자의 국내부동산 취득에 관한 관세청장의 정보공유가 강화돼 관세청에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자금을 모니터링하고 자금조달의 위법성을 조사할 수 있게 됐다”

 

-서울본부세관 조사2국 출범 3년 만에 큰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어떤 노력이 있었나

“서울세관은 주요 기업의 본사, 외국인투자기업, 국내외 금융기관이 소재하는 외환조사 업무의 중심 세관이다. 조사2국은 2018년 9월 출범 이후 불법외환거래 및 환전업에 대한 검사권과 수사권 확보를 기반으로 수출입거래를 악용한 국부유출 단속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와 연계된 자금세탁 범죄도 강력하게 단속하고 경미한 외환절차 위반 방지를 위한 계도활동을 병행하며 외국환거래 질서와 공정한 무역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9년 8월에는 고액자산가의 해외부동산 불법취득 사건, 2020년 8월 코스닥상장기업의 투자자금 해외유출사건, 올해 4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자금 불법반입 등 중대사건들을 해결해 외환 전문 단속기관으로 위상을 높였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한편,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 조직 등 법과 제도를 앞서가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신종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의 지식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습득하는 등 직원들의 수사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참가 과정이 궁금하다

“수사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사가 혁신이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는데, 7개 기관이 협업해서 외국인의 불법 부동산 취득을 적발한 의미있는 성과라고 생각했다.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는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에서 제출한 혁신사례를 대상으로 우열을 가린다. 올해 모두 302개 기관에서 총 896건의 혁신사례가 접수됐다. 

▲참여·사회적가치 ▲행정제도 ▲민원제도 ▲협업 ▲일하는 방식 등 총 5개 분야에서 우수사례를 선정하는데, '외국인 부동산 특별단속'이 혁신적인 협업사례에 부합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 

저희는 지난 8월 관세청 내부 경진대회에서 3차에 걸친 심사 끝에 최우수사례로 선정돼 관세청을 대표해 경진대회의 협업분야에 후보작으로 나서게 됐다. 

전문가와 국민 심사를 거쳐 최종 21 사례에 들었으며, 지난 10월 2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01 정부혁신 우수사례 통합 경진대회-왕중왕전’까지 올랐다. 

현장에 참석한 전문가평가단과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국민평가단 심사로 은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관세청 개청 이래 조사단속으로 혁신을 인정받은 것은 최초라고 알고 있다.”

 

◆박미희 서울본부세관 외환조사총괄과 주무관 

2006년 관세청에 입사해 서울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세관운영과, 천안본부세관 통관지원과를 거쳐 2019년부터 서울본부세관 외환조사총괄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좋아하는 박미희 주무관을 상사와 동료들은 “아이디어맨”이라고 부른다. 

매일 천안에서 서울까지 장거리 통근을 하는 그는 긴 출퇴근 시간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시간으로 알차게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부동산 특별단속' 과정에서 부처간 칸막이를 뛰어넘은 협조를 이끌어 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그는,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은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에 대해 "개인이나 팀이 받은 것이 아니라 관세청이 받은 상"이라며 겸손해 했다. 

개인적 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앞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에 부딪힐 때 새로운 접근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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