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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종부세 논란에 따른 과제
[국세칼럼] 종부세 논란에 따른 과제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1.12.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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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성격과 부과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국민적 합의로 폐지 또는 재산세 통합도 가능”

지난 11월 22일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고지서가 전국적으로 발부되었다. 대상자 94만 7천 명에게 5조7000억원을 부과한다고 국세청이 발표했는데, 이는 작년(66만7000명에게 1조8000억)에 비해 대상자는 28만 명이, 세액은 3조9000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납세인원과 세부담액 공히 파격적으로 증가했다. 고지서를 받은 납세자들은 정부 정책의 잘못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음에도 그 책임은 납세자들이 져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종부세 자체에 대한 위헌소송까지 대놓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1월 1일 탄생했다. 일정한 금액이 넘는 주택이나 토지를 소유한 사람에게 매기는 세금인데, 기존 재산세에 종부세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종부세는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양도소득세와 함께 대표적인 부동산 세금이라 할 수 있다. 종부세와 양도세를 만든 주된 목적은 물론 집값·땅값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종부세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양도소득세가 ‘지가 안정’을 각각 내세웠으나 가격 안정은 언제나 기대에 못 미쳤다. 오히려 집값을 잡겠다며 이들 세제를 강화한 정부마다 더 심해진 집값 몸살을 앓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징벌적 수준으로 세율을 대폭 올리고 과세 대상을 넓혀 역대 최고급으로 강화했지만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세가 없어 보인다.

종부세는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현재 주택·토지를 소유한 자(재산세 납세의무자) 중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이 6억원(1세대1주택인 경우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매겨진다. 2021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 세율인상과 함께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95%로 상향 적용됐고 세부담 상한선도 크게 상향 조정됨으로써 올해 세액은 작년에 비해 크게 늘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번에 고지서를 받아들고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이들의 주장을 본다. 서울 강남에 30년 가까이 살아온 한 회사원은 450만원이 적힌 종부세 고지서를 받았다. 40평대 아파트 한 채 가진 그는 재산세까지 합해 올해 1300여만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두 달 치 봉급을 보유세로 낼 수밖에 없는 그는 “소득은 그대로인데 세금만 크게 오르니 어이없다”고 했다. 종부세가 처음 시행된 2005년에는 납세 인원 3만6000명이 총 392억원을 냈던 것에 비하면 2021년 인원은 26배, 세금액수는 145배로 뛰었다. 반대로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16년) 동안 전국 아파트 가격은 2배, 서울 아파트 가격은 2.2배 올랐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종부세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이런 하소연을 하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부모님으로부터 고향 집을 물려받으면서 다주택자가 된 바람에 올해 내야 할 종부세가 폭증했다는 불만도 많다. 형제들이 아무도 물려받지 않으려 하니 장남이 울며 겨자 먹기로 물려받은 농가주택이라 억울하다는 것이다. 종중 재실을 소유하고 있는 장손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부분 “집으로 돈을 번 것도 아니고 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1주택자에 대한 세금부담도 늘었다. 여당 대표는 “1주택 종부세 대상자의 70% 이상이 26억원(공시가 17억원) 이하인데 세금은 50만원 정도로 쏘나타 세금보다 적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정책실장도 “25억~27억원 아파트를 12년 보유한 분도 종부세 72만원이 나왔다”고 했는데 이 같은 사례는 최대 공제자에게 적용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소유자가 미공제자인 경우 세금은 이보다 몇 배 더 부담해야 한다.


종부세를 내는 2주택자의 세금부담도 크게 올랐다. 2주택자 종부세가 공제금액은 다주택자 기준인 6억원으로 1주택자보다 적지만 세율에선 1주택자와 같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3주택 이상 보유자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받아 세금이 확 늘어난다. 과세표준 3억~6억원의 경우 2주택자 세율이 조정대상지역이 아니면 지난해 0.7%에서 올해 0.8%로 소폭 오르지만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1.6%로 2배 넘게 상승한다. 비조정대상지역 내 공시가격 9억원과 3억원 두 채에 대한 종부세는 지난해 260만원에서 올해 340만원으로 30% 조금 넘게 늘어날 테지만, 그 사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면 세금은 820만원으로 3배가 넘게 오른 것이다. 급격한 세부담 증가를 막기 위한 장치인 세부담 상한도 무용지물이다. 일반 2주택자는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종부세에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 총액이 전년도 납부 금액의 50%까지 늘지만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300%까지 늘어날 수 있다.

물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예고를 정부가 하지 않았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런 2주택자 가운데 투기와 무관하다며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 집을 갈아타는 과정의 일시적 2주택자, 다른 가족과 공동으로 상속을 받거나 정부 정책에 따라 말소된 등록 임대주택 아파트를 임대차계약갱신 등의 사유로 팔지 못한 2주택자 등의 하소연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미흡한 복지시스템 틈새에서 월세를 받으려는 노후 대책용 등으로 2주택자가 된 경우도 허다하다.

 

종부세는 고가 부동산을 대상으로 부채 여부와 관계없이 부동산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제도이다. 자산가치가 비슷하더라도 주택 수에 따라 세 부담에 큰 차이가 나는 점도 종부세의 특징이다. 실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시가 26억원의 아파트를 소유한 1세대 1주택자 보다 아파트 두 채를 합쳐 25억원인 다주택자가 내는 세금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20억원짜리 주택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5억원짜리 주택 4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비교해 보자. 뒤의 사람은 20억원을 나눠서 5억원짜리 한 채에는 자기가 살고, 다른 5억원짜리를 3채는 임대를 한다. 이것이 비난받아야 할 문제일까? 이들의 임대소득은 별도로 세금을 낸다. 5억원짜리 3개를 전세로 주고 있는 다주택자는 부동산시장에 임대주택을 공급해 국가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민간 연구기관인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주택가격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는 주택수급지수였다”며 “문재인 정부 5년간 주택 수요는 296만 가구 증가했는데 공급은 258만 가구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의 수요 증가는 45만 가구였는데 공급은 31만 가구에 그쳐 14만 가구가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미친 집값은 결국 투기세력이 아닌 공급 부족이 원인이었던 셈이다. 주산연은 “정부가 주택 시장 안정에 실패한 것은 수요·공급량 예측 실패와 이념에 치우친 비전문가들에 의한 정책 주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세제 말고도 더 근본적인 정책수단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주택자가 밉다고 보유 과세 부담을 한없이 높이는 것이 용인될 수 없다. 조세부담이 과중해 납세자의 재산 상태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면 헌법상 사유재산권 보장의 원칙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과세표준이 시가에 근접해가는 마당에 최고 6%(부가세를 합치면 7.2%)에 달하는 세율은 지나친 수준이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집은 주택공급이 한정된 현실에서 무주택 서민의 보금자리일 수 있다. 내년에도 공시가격 인상은 물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00%가 예고돼 있다. 종부세의 부과 기준점으로 년간 부동산 가격상승률과 연계해 현실화해 주어야 한다. 종부세의 부과기준 금액을 그대로 두면 10년 후에는 모든 국민이 종부세를 내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종부세의 성격과 부과기준을 명확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종부세법 1조에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 조세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고 규정했다. 법에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로 대상을 명시한 만큼 그동안 종부세는 보유세의 한 종류로 분류돼왔다. 하지만 보유세라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전체 부동산 보유자 중 일부만 과세 대상이다. 도입 초기에 과세 대상자 수 6만명을 기준으로, 기준가액을 공시가격 6억원으로 설정했지만 이후 집값이 뛰면서 1가구 1주택에 한해 9억원으로, 11억원으로 계속 올라갔다.

고가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부 유럽 국가에 부과하고 있는 ‘부유세’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부유세와 차이점도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부유세는 부동산뿐 아니라 차량, 현금, 금융자산, 귀금속 등 재산 전체를 합산해 과세하는 반면 종부세는 부동산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부유세가 총 자산액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만 대상으로 하는데 종부세는 부채 여부와 관계없이 부동산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종부세 제도를 운영하면서 태생적 한계 때문에 도입 당시부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는데도 그동안 부자세 징수라는 프레임 때문에 문제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 앞으로 폐지는 물론 재산세로 통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물론 국민적 합의가 먼저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본지 논설위원)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경영학박사
•수필가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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