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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넘쳐 ‘즐거운 비명’ 회계업계…세무업계는 2년째 세무사법에 ‘발목’
일감 넘쳐 ‘즐거운 비명’ 회계업계…세무업계는 2년째 세무사법에 ‘발목’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1.10.14 10: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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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업계, ‘표준감사시간제’ 시행 등으로 중견 법인들 앞 다퉈 회계사 채용·스카웃
세무사업계, 보수 제값받기 ‘표준세무대리시간제’ 도입 등 공약 추진여력 없어 ‘답답’
공인회계사회 홈페이지 회계사 구인 게시판.
공인회계사회 홈페이지 회계사 구인 게시판.

‘4본부 경력회계사 채용공고’, ‘2사업본부 회계사 모집’, ‘5사업부 풀타임 경력회계사 채용’, ‘세무본부 Global Tax & TP 경력·신입 회계사 채용’....

최근 공인회계사회 홈페이지 구인 게시판에 하루 수십 건씩 쏟아져 나오고 있는 회계법인들의 공인회계사 채용공고다. 지난 13일에는 무려 77건의 수습 및 경력 회계사를 뽑는다는 공고가 게재돼 심각한(?) ‘회계사 인력난’을 증명하고 있다.

‘회계사 인력난’이라지만 실상은 회계사업계에 수익확대를 불러오는 일거리 처리를 위한 ‘즐거운 비명’이다.

회계법인 위주의 이 같은 채용 열풍은 2018년 신외감법 도입에 따른 인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인데, ‘표준감사시간제’ 시행 등의 여파다. 표준감사시간제는 외부감사를 받는 모든 기업이 표준화된 기본 감사시간을 지키도록 해 충분한 시간으로 충실한 감사가 진행되도록 하는 제도다.

과거에 비해 감사시간이 대폭 늘어난데다 주 52시간 근무제 영향으로 감사인력 투입도 많아지고 회계업계 파이가 크게 확장됐다.

강남의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표준감사시간제 시행과 함께 지난 몇 년 사이 능력 있는 신규 회계사를 많이 뽑았고 경력 회계사 영입도 서둘렀다”면서 “새 외감법 시행의 영향으로 전체 매출이 크게 신장된 것은 맞다”고 일거리 확대에 따른 수익확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새 외부감사법 시행을 전후로 회계법인들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며 빅4 법인 대부분이 전년대비 10% 이상씩 매출이 늘어날 정도로 실적호조를 보였다.

대형회계법인들은 또 인력 엑소더스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임금인상 개편을 내놓으면서 직원 평균임금도 대부분 1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회계업계 인력 도미노 현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대형회계법인의 발 빠른 인력 채용 및 스카웃 행보와 달리 중견·중소회계법인들의 매출확대 이면에는 심각할 정도의 회계사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한 중소회계법인 관계자는 “우수한 신규 인력을 대형회계법인에서 입도선매하는 상황이라 중견·중소회계법인의 인력채용 여지가 줄어든 것이 현재의 회계사 채용 열풍을 몰고 왔다”면서 “덩달아 회계사 몸값도 올라가 수익 측면에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표준감사시간제 등 신외감법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배경으로 탄생한 것으로, 회계법인이 의뢰인의 입맛에 맞춰 감사를 하는 ‘회계감사 하청기업’이라는 말이 회자되면서 회계업계에 심각한 위기감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런 회계사업계의 팽배한 위기감을 일거에 반전시킨 걸출한 인물이 나타났다. 2016년 취임한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다. 그는 지식경제부장관과 경제수석을 역임한 중량급임에도 회장선거에서 추대가 아닌 경선을 거쳐 당선됐다.

‘회계가 바로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모토로 내세우며 업계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회계개혁에 나선 최 회장은 2017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감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책임도 대폭 강화하는 개혁의 신외감법이 결과적으로는 업계의 파이를 키웠고 이것이 오늘날 회계법인들이 겪고 있는 모처럼의 반가운 ‘인력난’이다.

이에 반해 세무사업계는 업무확대는 고사하고 2년 가까이 세무사법 개정안을 붙잡고 씨름중이다.

세무사법은 지난 2018년 4월 헌법재판소가 세무사자격을 자동 취득한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막은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19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1년 10개월째 ‘입법 공백’ 상태에 놓여있다. 지난 9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또다시 계류시킨 바 있다.

세무사 업역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당면 현안이지만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행부와 회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그만큼 관심도도 떨어지고 있다.

회장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업무영역 확대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을 약속했으나 집행부가 세무사법 통과를 위한 국회활동에 매진하느라 이들 공약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

지난 6월 재선에 성공한 원경희 세무사회장은 선거 당시 “‘표준세무대리시간 및 비용연구보고서’ 작성을 완료하였다”면서 “보수 제값받기와 보수덤핑을 방지하기 위해 ‘표준세무대리시간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급급한 집행부의 처지로서는 공약을 구체화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또 성실신고확인대상을 확대하고 세무사 직무에 자치단체 결산업무를 추가하는 등 업역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이 역시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라 임기 내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세무사업계의 이 같은 분위기와 관련, 서울 강남의 한 세무사는 “20년째 기장료는 그대로인데 직원 인건비는 치솟아 사무소를 접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든다”면서 “회계사회와 같이 획기적인 업역확대 방안을 찾아야 하는 판에 세무사법에 발목이 잡혀있는 업계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원지역의 한 세무사는 “회계법인 소속의 회계사 친구가 외감법 개정으로 일거리가 늘어 회계사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자랑하는데 부러움을 떠나 답답함과 함께 걱정이 앞섰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특히 그 회계사 친구가 “그런데 ‘세무사회는 왜 선거 때만 되면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느냐’는 느닷없는 질문에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면서 “세무사업계도 변화를 위한 새 바람이 일어나야 할 때인데 집 안 싸움에만 혈안이니 한심하다”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의 멍에를 짊어진 세무사회가 변호사와의 지루한 싸움을 조속히 끝내고 ‘획기적인 미래 먹거리’를 위해 움직여 줄 것을 그는 간곡히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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