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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기금은 화수분인가
고용보험기금은 화수분인가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1.09.0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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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선심성 방만 운영…보험료 인상해도 상황 더 악화

언론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을 의결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고용보험료율 인상, 실업급여 수급요건 강화, 고용보험기금에 대한 세금지원 확대 등을 통한 고용보험기금의 적자 해소방안이라고 한다. 
이번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은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핵심은 실업급여계정분에 대한 고용보험료율의 인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 정부 들어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 각종 복지정책을 확대한데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될 지경에 이르자 결국 고용보험료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도 이번 방안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정에서 근로자 고용의 유지, 취약계층의 취업지원, 구직급여 등의 지출이 대폭 확대됐고, 특히 청년실업과 저출산문제에 대한 대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매우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될 상황이 됐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정부의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 무분별한 복지정책의 확대로 인한 지출증가와 실업급여 수급대상의 증가, 고용보험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부정수급의 문제까지 더해져서 고용보험기금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던 터였다. 

고용보험기금은 기본적으로 사업자와 근로자가 내는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는데, 현 정부 들어 기금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면서 결국 기금이 고갈될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직전까지 흑자였던 고용보험기금이 2018년에 808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계속하여 매년 적자를 내서, 2017년에 10조 2544억원이던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2019년에는 7조 3532억원으로 줄었고 결국 올해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 쓴 차입금을 제하고 나면 적립금의 규모가 실질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한다.

고용보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의 설명자료에 따르면, 고용보험은 근로자가 실직하는 경우 실업수당을 지급하고 구인구직 정보망의 운용, 취업알선 등 노동시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통합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1995년에 도입된 사회보장보험이다. 고용보험법 제1조에서는 고용보험법의 목적을 고용보험의 시행을 통해 실업의 예방, 고용의 촉진 및 근로자 등의 직업능력의 개발과 향상을 꾀하고, 국가의 직업지도와 직업소개 기능을 강화하며, 근로자 등이 실업한 경우에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과 구직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경제·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보험법에서 말하는 것처럼 고용보험제도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경제·사회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고용보험제도를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고용보험제도의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을 선심성 정책의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고, 일부 가입자들의 반복적인 급여수급과 부정수급 문제 등이 계속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노력 없이 고용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이 제도를 끌고 나가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현 정부 들어 실업급여 수급기간과 급여액을 늘리는 등의 선심성 조치와 심지어는 실업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을 초과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어 고용보험의 실업급여제도가 오히려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사업자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실업급여계정분에 대한 고용보험료율의 인상과정을 보면, 2003년 0.9%에서 2009년에 1.1%로 인상된 후 2013년에 1.3%로 인상되었고, 현정부 들어서는 2019년에 1.6%로 인상되었다. 그리고 2022년부터 다시 1.8%로 인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고용노동부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현재 1.6%인 고용보험료율을 내년에는 1.8%로 올린 후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1.9%와 2%로 3년 연속 인상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고용보험기금 관리계획에도 반영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보험료율을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고용보험기금을 방만하게 운영한다면 기금부족사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데 있다. 이미 정부는 포용성장을 명분으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2019년 10월에 실업급여 지급수준을 대폭 인상하고 수급기간도 확대한 바 있는데, 당시 정부는 기존 3~8개월이던 지급 기간을 4~9개월로 늘리고 지급액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 수급자 1인당 평균 수급액이 2018년 611만원에서 2020년에는 887만원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실업급여 월 하한액이 180만원으로 책정되어서 최저임금액 179만원보다 높아지는 현상도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차라리 쉬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 실업급여를 수차례에 걸쳐 받기도 하고, 수급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편법으로 실업급여를 받는 부정수급자도 많이 적발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고용노동부도 고용보험료율 인상방안을 발표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지출효율화 측면에서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특별고용촉진장려금 등의 한시사업을 조정해서 내년까지 1조원의 지출을 절감하고, 또한 고용유지지원금 등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으로 증가한 지원금의 수준을 감축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구직급여 반복수급의 문제도 급여를 6회 이상 수급하는 경우 수급금액을 감액하는 등의 방법으로 현행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고용보험의 수입은 한정되어 있고 쓸데는 많아서 기금고갈이 눈앞에 닥쳤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에 대한 뾰족한 개선방안은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작년 말 예술인과 특수고용직 등에 대해 고용보험의 적용을 확대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플랫폼 노동자 등으로 그 적용대상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은 앞으로도 개선되기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고용보험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성실하게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사업자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힘들게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도 배려해야 할 것이다. 실무를 하다보면 사업현장에서 영세한 중소기업의 실상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구인난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청년실업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사업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이런 구인난에는 실업급여 혜택을 보기 위해 장기근속을 하지 않고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일부 근로자들의 행태도 한 몫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사업자와 근로자가 납부한 재원으로 마련한 고용보험기금을 선심성 정책의 수단으로 쓰거나 방만하게 운영해서 기금이 고갈된다면 고용보험의 혜택은 보지 못하면서 정부를 믿고 꼬박꼬박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성실한 사업자와 근로자들의 신뢰를 배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차제에 정부는 고용보험기금은 흥청망청 계속 써도 끊임없이 솟아나는 화수분이 아니라, 사업주와 근로자가 열심히 일한 대가의 일부로 조성된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고용보험제도를 운영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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