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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최저한세율 도입하고 소비지국에 과세권 부여…조세피난처가 된 미국
법인 최저한세율 도입하고 소비지국에 과세권 부여…조세피난처가 된 미국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08.30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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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3주년 특집] ‘100년만에 탈바꿈한 국제조세’…전문가 시리즈 인터뷰①-1
— 고정사업장 도그마 탈피, 소득원천지국 정의…BEPS대응필요성이 변화 불러
— “조세피난처 은닉자금 탈세방지 위한 미 FATCA가 되레 역외자금 보호막 노릇”

국제사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세원잠식 소득이전(BEPS) 대응 프로젝트’ 시행으로 과세정보를 공개하기로 함에 따라 OECD가 과거 조세피난처로 열거했던 곳들은 대거 사라졌지만 미국이 조세피난처 노릇을 하게 됐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강성태 교수
강성태 교수

100년 전인 1920년대 제조업 중심의 국제거래 환경에서 국제조세는 고정사업장(PE)이 소재한 나라가 소득이 발생한 원천지국으로 과세권을 인정했는데, 100년 뒤인 지금은 디지털 제품의 최종소비지국을 원천지국으로 봐 과세권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큰 변화를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강성태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세신문>이 창간 33주년을 맞아 기획한 ‘100년만에 탈바꿈한 국제조세’ 기획특집 첫  인터뷰에서 “전통적 의미의 조세피난처에 은닉됐던 자금들은 국제규제나 자국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신뢰도가 높고 개인의 금융거래내용의 비밀보장이 잘 이루어지는 국가, 역설적으로 미국으로 몰려들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강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2010년부터 ‘미국거주자 외국은행금융자료 신고제도(FATCA)’를 시행하면서 OECD의 자동정보교환(AEOI)의 적용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금융거래제도의 신뢰도가 국제적으로 높았다. 게다가 개인의 금융거래내용의 비밀보장이 잘 이뤄지는 나라다.

그는 “미국은 FATCA를 통해 자국민이 외국의 은행에 개설한 계좌정보를 그 국가로부터 제공받으면서 미국의 금융기관에 예치된 외국인의 계좌에 대한 과세정보를 외국 과세당국과 교환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세피난처에 은닉된 자금의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FATCA 제도가 역설적으로 미국 금융기관에 예치된 외국자금에 대한 보호막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그러나 한국 국세청이 과세할 수 있는 납세자가 미국에 소득이나 재산을 은닉, 탈세나 조세회피를 하더라도 찾아낼 수 있는 조세행정기술을 갖췄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 국세청은) OECD 기준인 자동정보교환제도를 통해 수집된 방대한 양의 국제금융계좌정보를 국내 납세기록과 대조, 분석하고 실질적 소유자와 법인의 복잡한 연결구조를 밝혀 이동성이 높은 자본의 탈세를 줄여나가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강 교수는 “BEPS 프로젝트 중 원천지국 과세기준을 강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디지털 제품의 최종소비지국을 소득 원천지국으로 봐 과세권을 허용하도록 100년만에 국제조세의 틀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거대 정보기술(IT) 다국적 기업이 포함된 OECD 기준 세계 100대 기업의 탈세 방지를 위해 '과세최저한세(Minimum Tax)' 제도를 도입, 기준법인세율(15%) 이하인 저세율 국가에 자회사 등을 설립하는 경우는 기준 법인세율과의 차이에 대해 추가로 과세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 ’100년만의 국제조세 원칙 개정‘의 뼈대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본지는 지면계획상 강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2회에 걸쳐 싣기로 했다.  다음은 첫 회분 일문일답 전문.

 

—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100년 만에 국제조세 원칙을 바꾸고 있다. 바꿀 만한 이유가 있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본다.

▲ 맞다. 사업환경이 바뀌었다. 국제거래소득에 대한 과세기준을 근원적으로 변경할 필요성에 대해 모든 국가들이 공감하고 있는 이유다. 기존의 국제과세기준을 적용할 경우 공정한 과세가 어렵기 때문에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방지대책(BEPS)’이라는 새 과세기준을 적용,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과세원칙을 실현, 지구촌 버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 제조업 중심의 1920년대 경제환경을 전제로 만들어진 기존의 국제조세제도의 핵심은 뭔가.

▲제조업 중심의 과거 경제구조는 경제구조에서 사업활동은 해당 제조업이 이뤄지는 장소에 물리적으로 인적‧물적 시설 등이 존재해야 한다. 또 직접 제조시설을 설립하지 않고 다른 국가(A국)에서 판매할 경우에는 그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 해외근무 직원이나 판매대리인이 사업 중간에 관여해야 된다. 만약 이런 요소들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업활동이 어렵고 따라서 소득이 발생된 것으로도 보기 어려웠다. 국제거래소득에 대한 과세요건으로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요건이 핵심이었던 것이다. 이 PE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PE 소재국에서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소득발생국가(원천지국)에서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과세기준을 정립한 것이다.

 

— 제조업 관점의 국제조세 시스템이 오늘날 디지털 시대 경제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인가.

▲ 디지털경제가 발전된 오늘날에는 사이버공간(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를 통해 사업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기존의 국제조세제도가 전제로 하고 있는 전통적 경제거래환경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전자상거래에서는 외국의 제조회사와 다른 국가의 소비자간에 직접 연결되므로 전통적 상거래에서 필요로 하는 인적‧물적 중간매개가 필요 없어진다. 문제는 디지털 경제거래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소득이 생겨도 전통적 국제과세기준으로 과세할 방법이 없다. 디지털거래로 소비되는 나라(판매자 소득의 원천지국)에서 과세할 수 없는 공백이 있기 때문에 과세할 수 없는 지역에 법인을 세워 그 법인으로 소득을 이전하고 세원을 잠식시키는 (BEPS) 현상이 생겼고, 국제사회 대응 필요성을 낳은 것이다.

 

— 그래서 고정사업장이 있는 거주지국 중심 과세에서 소득이 발생한 원천지국 과세로 개념 변화가 필요했다는 것인가.

▲ 그렇다. BEPS 프로젝트 중 원천지국 과세기준을 강화하는 방법이 바로 디지털 제품의 최종소비지국을 원천지국으로 봐 과세권을 허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거대 IT 다국적 기업(OECD 기준 세계 100대 기업)의 탈세 방지를 위해 ’과세최저한세(Minimum Tax)‘제도를 도입, ’기준법인세율(15%)‘ 이하인 저세율 국가에 자회사 등을 설립하는 경우는 기준 법인세율과의 차이에 대해 추가로 과세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 ’100년만의 국제조세 원칙 개정‘의 뼈대 개념이다.

 

— 기후변화를 부른 온실가스를 배출한 장본이면서 ‘탄소국경세’라는 새 제도로 다른 개발도상국에 저탄소 부담을 떠넘기는 게 선진국 아닌가. 이들은 조세피난처로 이득도 봤다. 이제 또 다른 이해충돌이 생기니까 새 규칙을 만들어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과거 식민지를 착취했던 유럽 국가 부자들이 휴양지로 삼는 작은 섬 나라를 소득 은닉처로  이용하면서 소득에 대한 조세상 특혜와 비밀유지 규칙을 만들었다. 거기서 유래된 게 조세피난처(tax havens)다. 미국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국제조세 규범과 원칙은 조세피난처의 단물을 이미 다 빨아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의 경제환경이 변화된 것에서 원인을 찾는다고 보는 게 맞다.

 

— 그럼 전통적 의미의 조세피난처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인지.

▲ 조세피난처란 말 그대로 과세대상 소득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과세당국의 과세권으로부터 피난 가는 장소가 된다는 의미였다. 기존의 조세피난처는 BEPS 프로젝트 시행으로 모든 과세정보를 공개하기로 함에 따라 과거 조세피난처로 OECD가 열거했던 곳들은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 미국이 새로운 조세피난처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는데.

▲ BEPS 프로젝트 시행 이후 종전의 조세피난처에는 더 이상 자금을 은닉하기 힘들어진 사실과 관련돼 나온 얘기다. 지난 2017년 9월부터 시행된 금융정보자동교환제도(Automatic Exchange of Information, AEOI)에 따라, 자국 납세자가 다른 국가의 금융기관의 계좌에 예치하고 있는 금융정보자료가 정기적으로 해당국 과세당국에 전달된다. 따라서 기존의 조세피난처에 은닉된 자금이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 움직일 수 있다. 조세피난처에 은닉된 자금의 속성상 이동성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서 움직인다는 것. 이런 맥락과 과정에서 미국이 새로운 조세피난처로 부상하게 된 측면이 있다.

 

— 어떤 논리적 혹은 실증적 근거로 미국이 조세피난처 기능을 하게 된 것인가.

▲ 미국이 새로운 조세피난처로 부상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다. 미국이 2010년부터 시행한 ’미국거주자 외국은행금융자료 신고제도(FATCA)‘의 결과를 분석, 미국의 투자흐름과 세수증가를 검토한 실증연구결과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조세피난처에서 미국으로 직접 유입된 투자자본의 양은 오히려 21.2%가 감소했다. 이는 조세피난처에 은닉된 자금이 다른 지역으로 은밀하게 이동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케이먼 군도, 룩셈부르크 등 조세피난처에 몰렸던 은닉자금은 어디로 이동한 것인가.

▲ 그 은닉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곳은  FATCA나 OECD의 자동정보교환(AEOI)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금융거래제도의 신뢰도가 국제적으로 높으면서 개인의 금융거래내용의 비밀보장이 잘 이루어지는 국가일 것이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추정에 가장 적합 국가로 미국을 지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은 FATCA를 통해 자국민이 외국의 은행에 개설한 계좌정보를 그 국가로부터 제공받으면서 미국의 금융기관에 예치된 외국인의 계좌에 대한 과세정보를 외국 과세당국과 교환하는데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조세피난처에 은닉된 자금의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FATCA 제도가 역설적으로 미국 금융기관에 예치된 외국자금에 대한 보호막이 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오히려 미국이 새로운 조세피난처가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가 밖의 ’역외탈세‘가 아니라 국가안의 ’역내탈세‘라는 새로운 문제의 발생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러면 가령 한국 부자들이 미국을 조세피난처로 활용하면 한국 국세청은 속수무책이라는 말인가.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국세청이 OECD 기준인 자동정보교환제도를 통해 수집된 방대한 양의 국제금융계좌정보를 국내 납세기록과 대조, 분석하고 실질적 소유자와 법인의 복잡한 연결구조를 밝힐 수 있다. 이런 탈세나 조세회피의 존재를 찾아낼 수 있는 조세행정기술 발전을 통해 이동성이 높은 자본의 탈세를 줄여나가는 게 가능하다.

이미지 출처=taxjournal.com
이미지 출처=tax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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