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국내 개인 및 법인이 조세피난처에 송금한 금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15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아 외환전산망 보고서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개인이나 법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지정한 50개 국가(지역)에 송금한 금액은 약 1조 264억 7천만 달러였다 .
이들 50개 국가는 바하마, 버뮤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역외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국가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연도별 조세피난처 송금액은 2000년 56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2002년에서 2005년 기간 중에는 매년 약 100억 달러씩 송금액이 증가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주춤하다 2010년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1587억 달러 가까이 송금…싱가포르 가장 많아”
지난해에는 약 1586억 8천만 달러가 조세피난처에 송금됐다.
2000년부터 2012년 기간 동안 송금액 합계가 가장 많았던 조세피난처는 7830억 8천만 달러가 송금된 싱가포르였으며, 뒤이어 벨기에(726억 5천만 달러), 스위스(562억 5천만 달러), 말레이시아(382억 달러), 필리핀(157억 5천만 달러), 룩셈부르크 등의 순이었다.
이 시간 동안 송금액 합계 상위 15개국은 ▲싱가포르 ▲벨기에 ▲스위스 ▲말레이시아 ▲필리핀 ▲룩셈부르크 ▲리베리아 ▲오스트리아 ▲브루나이 ▲바레인 ▲케이만군도 ▲버뮤다 ▲파나마 ▲과테말라 ▲칠레 등이다.
이 밖에도 역외탈세를 위한 페이퍼컴퍼니가 다수 설립됐을 것으로 의심되고 있는 케이만군도에는 2000년 이후 총 47억 8천만 달러가 송금됐으며, 버뮤다에도 28억 5천만 달러, 바하마 4억 4천만 달러, 저지 4억 4억 3천만 다럴, 리히텐슈타인 1억 9천만 달러, 건지 1억 7천만 달러, 네덜란드령 안틸리스 1억 3천만 달러 등의 지역에도 상당 액수가 송금됐다.
조세피난처로 송금한 국내 개인과 법인의 수도 급증했다. 역외탈세 목적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개인 송금의 경우 케이만군도는 2000년대 초반 1~2명에 불과했던 송금자가 지난해에는 12명이 증가했다. 버뮤다로 송금한 자도 2000년 1명에서 2002년에는 갑자기 43명으로 늘었다가 급감했다.
바하마 송금자 역시 2000년 1명이 발생한 뒤 늘어나다 2011년 이후 10명이 넘는 송금자가 발생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송금자는 2000년대 초반 한 명도 없었지만, 2002년부터 발생해 2010년부터는 매년 10명 이상의 송금자가 나타났다. 2004년까지 송금자가 한 자릿수에 그쳤던 리히텐슈타인 역시 2005년부터는 두 자릿수로 늘어 지난해에는 34명이 송금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기업의 투자나 각국간 세율을 이용한 절세 차원의 송금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조세핀안처 송금액 전체에 역외탈세 혐의를 둘 수는 없으나, 개인·법인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조세피난처에 송금한 점을 감안하면 과세당국이 더 적극적이고 면밀하게 이들을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