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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잡는 귀신’ 세무조사 프로파일러 박수금 인천세무서장
‘비자금 잡는 귀신’ 세무조사 프로파일러 박수금 인천세무서장
  • 이유리 기자
  • 승인 2021.06.15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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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가 세무조사의 기본”

-세무조사에 프로파일링 적용, 대형 법무법인 비자금 적출
-상조회사 고객 예치금 재보험 의무화 등 세법 개정 이끌고
-현대백화점 사례로 실증한 ‘영업권 평가’ 석사논문은 학계서도 인정 
-37년 공직 6월 말 마감하고 서초동에서 세무사 개업

“세무조사에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써야 합니다.”

세무조사를 논할 때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박수금 인천세무서장은 이달 말 명예퇴직을 앞두고  37년간 국세공무원으로서의 회고하면서 ‘프로파일링’을 이야기 했다. 

“내가 이 회사의 오너나 재무 담당자라면 어느 계정에서 수익을 빼돌릴 것인가 프로파일링을 통해 예측 하면 한정된 조사 자원 내에서 조사의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박수금 인천세무서장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에서 근무할 땐 세무조사가 까다로운 대형 법무법인에서 비자금을 적출한 법무법인 잡는 조사팀장 이었다. 

대형 언론사 세무조사에선 ‘비자금 잡는 귀신’ 별명도 얻었다.  이 회사의 계열사가 매일 일정 금액을 본사로 보내 비자금을 조성했는데, 거래 은행의 마감시간 시재에 장기간 특이점이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 과세했다. 

국세청이나 감사원 등 사정기관 출신 전관들이 포진해 있는 법무법인들의 세무조사는 쉽지 않다. 세무조사를 해도 밝혀낼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박 서장은 주식회사가 아닌 파트너십 형태의 법무법인 구조에서 나올 수 있는 비자금 조성 방법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길목을 지켜 찾아냈다. 프로파일링 기법을 적용헸다. 

이같이 프로파일링을 세무조사에 적극 활용한 박 서장의 조사팀은 조사실적으로 전국 1~2위를 다투었다.  우수한 조사실적으로 박 서장은 이 때 서기관에 승진했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이었던 임광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조사팀장이었던 박 서장에게 우수한 조사실적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특강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서장은 “세무조사에는 정석이 있지 않으며, 조사를 잘 하려면 다양한 사회현상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조사분야는 야전과 같아 훈련을 통해 몸으로 부딪혀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업종에 대한 세무조사를 야전 사령관으로 지휘했던 박 서장의 머리속에는 기업의 규모와 업종별로 수익금을 숨기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패턴이 들어 있다. 

대형 유통기업, 대기업 계열회사, 법무법인, 언론기업, 지방 농협, 유명 음식점, 외국계 기업,  요양병원, 상조회사 등 업종별로 세무조사 때 아킬레스 건을 건드리는 방법을 안다. 

조사에 나갈 땐, 기업 사주의 입장에서 비자금을 어떻게 만들지 프로파일링 해 보기 때문이다. 

납세자 입장에서 세무조사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세무조사 때 납세자 권익보호를 위한 여러가지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돼 있어, 국세공무원이라고 해서 세무조사 때 무한대의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다. 

박 서장은 “대기업 정기조사는 제출된 자료 외에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으며, 사업자는 절대로 불리한 서류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조사 건수 규모에 비해 조사 인원은 너무 적고 세무조사를 할 수 있는 기간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으로 조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박 서장의 지론이다. 

그는 이를 위해  프로파일링 기법을 적극 적용했다. 

제출된 서류만으로는 흠을 찾기 어려웠던 재벌 기업의 세무조사에, 사주가 해외도박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법인을 동원해 도박자금을 어떻게든 만들어 낼 것으로 보고 이를 적출했다. 

또 부인과 자녀의 갑질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한 기업에 세무조사를 나가서는 최근 사주의 부인이 자택 인테리어를 한 사실을 포착하고, 인테리어 공사에 회사돈을 유용한 사실을 밝혀 냈다. 

박 서장은 세무조사 땐 기업에 대한 뉴스를 꼼꼼히 챙겨서 프로파일링에 활용하고 조사를 착안해 헛다리 짚는 일 없이 적출률을 높였다. 

거창세무서장 시절에는 지역의 농협이 주류회사와 짜고 수십억의 정부미를 몰래 뺴돌려 판매하고, 이를 숨긴 사실을 적발해 냈다. 

당시 지방농협에는 세무조사 결과 특별하게 적출할 만한 게 없었다. 

특별함 없었던 세무조사에서 수십억의 탈세를 밝혀낸 데에는 의성에서 지방농협이 정부미를 빼돌려 탁주회사에 팔았다는 뉴스가 힌트가 됐다.  

매출이 많은 유명 음식점의 계산서를 이용한 탈세수법, 수백 척 어선을 가진 선주들이 미끼 가격을 이용한 매출누락, 요양병원이 기저귀·빵·간식 등 사입 물건 계약을 부풀려 자금을 빼돌리고 사돈의 팔촌까지 직원으로 등록해 인건비를 빼돌리는 수법 등  업종별로, 사업자의 특성별로 너무나도 다양한 탈세 유형은 프로파일링을 통해서 찾아낸 것이다. 

박 서장은 입증이 어려운 외국계 기업에 대해서도 집요함으로 과세입증을 해 내기도 했다. 

강남세무서 조사과에 있을 땐 지방국세청이 실시했던 직전 정기 세무조사에서 일억 대 추징으로 끝난 한 일본계 외국기업의 조사를 맡아 수십 억을 과세했다. 

이 회사는 국내매출 일정액을 수수료 명목으로 일본 본사로 보냈는데, 조사과정에서 매년 인상되는 수수료율이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지만, 부당행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를 위해선 회사 내부의 서류를 입수해야 했는데, 일본 본사와의 한자(漢字) 필담을 통해 결정적인 서류를 팩스로 받아 부당행위임을 확인하고 과세 입증에 성공했다. 

많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세법의 미비점을 누구보다 많이 접한 박 서장은 세법개정을 위한 많은 제안도 냈다. 

현재 상조회사 등 유사 금융업들은 고객이 맡긴 예치금 대해 반드시 재보험을 들어야 한다. 

이 제도는 2010년 쯤 만들어졌는데, 박 서장은 “상조회사 조사 결과 사주가 고객의 예치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조회사는 예치금의 70%를 재보험에 들게 해야 한다는 제안서를 작성해 당시 청와대에 파견 근무중이었던 국장을 통해 법개정을 제안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강남세무서 조사과에 있을 땐 자료상의 세금계산서 수취자도 처벌받도록 ‘조세범처벌법’ 개정도 제안해서 이루어냈다. 

자료상은 사업자등록을 해놓고 가짜 세금계산서를 무단으로 발행, 그 대가로 일정수수료를 챙기는 사람을 의미한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거래상대방에게 부가가치세를 부당하게 공제 받도록 해주거나 무자료로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로부터 허위 세금계산서를 받아 거래를 정당화시키는 행위를 하는데, 이전에는 세금계산서를 받는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었다. 

박 서장은 “한국의 부가가치세는 전단계 매입세액 공제제도로 자료상이 생기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에는 자료상만 처벌하고 수요자는 처벌하지 않았는데, 세금계산서 수취자도 처벌받도록 법이 개정되고 또 조기경보시스템 도입 등으로 지금은 자료상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박수금 인천세무서장은 삶이나 국세공무원으로서 지켜온 원칙이 무엇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근면’이라고 답했다. 

“매일이 모여서 내 인생이 되고 하루 하루가 보람되어야 내 인생이 보람되는 것입니다” 37년 공직을 치열하게 보내온 박 서장의 말이다. 

바쁜 공직생활 중에도 그는 지난 2003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 서장의 석사 논문은 2004년 한국재정정책학회 학회지에도 실릴 정도로 학계에서 인정받았다. 

그는 ‘영업권 평가 및 과세방안에 관한 사례연구’를 석사논문으로 작성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현대백화점이 신촌의 한 지역 백화점을 인수한 사례를 실증했다. 

당시 영업권 평가 및 과세방안에 대한 이론은 많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연구는 없었다. 

박 서장의 석사논문이 이 분야 최초의 실증연구서가 됐다. 

그는 당시 논문에서 국내세법은 영업권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방법이 법률에서 규정되고 있지 않아 영업권에 대한 조세마찰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법인세법이 기업회계를 수용하도록 개정하고 영업권 정의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기업인수· 합병 등에 관한 회계처리준칙의 잔액개념의 영업권 개념의 도입과 함께 영업권의 구체적 인식조건을 세분화하는 방향의 세법 개정도 제안했다. 

37년 국세공무원 생활을 6월 말 마감하는 박수금 인천세무서장은 휴식기 없이 바로 서울 역삼동에서 세무사 개업을 할 예정이다. 

 

※박수금 인천세무서장 약력

▲경남 통영 ▲통영고(1982) ▲국립세무대학 2기(1984) ▲고려대 정책대학원 경제학과(2003)▲마포세무서 ▲강남세무서 ▲국세청 감사관실 ▲서울청 조사1국 ▲부산청 감찰계장 ▲영등포세무서 운영지원과장 ▲서울청 조사2국 조사1과 ▲서기관 승진 ▲거창세무서장(2017)  ▲금정세무서장(2018) ▲중부세무서장(2019) ▲인천세무서장(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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