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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관중(管仲)에게서 배운다
[국세 칼럼] 관중(管仲)에게서 배운다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1.06.05 09: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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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약력•국세청 국장 명예퇴직(38년 근무)•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경영학박사 •수필가•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약력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38년 근무)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경영학박사 
•수필가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전)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관중(管仲)은 죽마고우 포숙아(鮑叔牙)와의 우정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춘추시대에 들어서면서 여러 제후 중에 제(濟)의 환공이 맨 먼저 패자가 된 데는 40년 간 재상으로 있었던 관중의 보좌 때문이었다. 도량이 넓고 사람을 볼 줄 아는 환공과 관중의 능력이 제나라를 강한 나라로 만들게 된다.

어느 날 환공이 재상 관중에게 물었다.
“지금 국고가 충분하지 않은데 모든 백성에게 인두세(人頭稅)를 거두는 것이 어떻겠소?”

이에 관중이 대답했다.
“전하께서 인두세를 과세하면 백성들은 가족 수를 줄여서 신고할 것입니다.” 

“그러면 가축 수에 따라 세금을 거두고 싶은데 경의 생각은 어떠하오?”

이에 관중이 또 대답한다. 
“백성들은 가축을 도살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면 백성들이 갖고 있는 나무에 세금을 매깁시다.” 

이에 대하여 관중이 말하기를 “백성들은 수십 년 자란 나무들을 다 베어버릴 것입니다.” 

관중이 번번이 반대하므로 환공이 수심에 빠져있을 때, 관중은 엉뚱한 방법을 제시했다.

“전하, 소신이 보기에는 죽은 사람을 위해서 세금을 거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환공은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서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관중은 환공의 역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설명한다.

“전하, 천하를 호령하고자 한다면 세금 거두는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천하는 수백 개의 제후국으로 나뉘어 있고 주인이 없습니다. 우리가 우(禹)의 현명한 다섯 신하를 제사 지낸다고 하면 백성들도 긍지를 갖게 될 것입니다. 또 명분상 제사를 지낸다고 하는데 반대할 백성이 있겠습니까?”

환공은 관중의 설명을 듣고는 무릎을 치면서 탄복했다. 즉시 이 세금 제도를 채택하고, 죽은 자를 위한 제사를 풍성하게 지낼 것이라는 방을 전국에 붙이게 하였다. 이처럼 제사를 크게 장려하니 제수 마련을 위해 곡식이나 과일 가격이 폭등했고, 그 차익을 자연스럽게 세금으로 흡수하였다. 결국 제(濟)는 강력한 군대와 정부를 유지하며 춘추시대의 주인이 된다.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세제 개편 움직임이 빈 수레처럼 소리만 요란하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민심 이반이 드러나자 부랴부랴 부동산특위를 새로 꾸리고 재산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며칠 전 부동산특위의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되는 재산세 0.05%p 감면 혜택을 9억원 이하 주택으로 확대 적용하고, 양도세 1가구 1주택자의 비과세 기준금액을 9억 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개선방안 등만을 내놨다.

선거 참패 이후 “부동산 죽비를 맞았다”며 반성하던 것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결과다. 전국 44만 가구의 재산세를 찔끔 내려준 정도로는 민심을 다독이기에 한참 모자랄 수밖에 없다. 

이번 부동산 세제 완화 가운데 핵심은 종부세와 양도세 조정이었다. 종부세와 양도세 과세 완화는 민주당 입장에서 결론을 도출해내기가 쉽지 않은 이슈다. 재보선 패배의 핵심 원인이 집값 폭등을 부른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세 부담 경감이 정부의 부동산 기본정책 방향과 역행한다는 점에서 큰 틀을 건드리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종부세 과세대상을 줄이는 것도, 아직 시행도 못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는 것도 시장에 ‘버티면 이긴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지 않을까 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소득이 없는 1주택의 고령 은퇴자나 장기보유자 가운데는 투기와 상관없는 실수요자인데도 정책 잘못(공시가 인상 등)으로 집값이 오른 탓에 졸지에 종부세 과세대상이 된 경우도 많다. 과거 ‘상위 1%’ 집 부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종부세 기준이 서울 아파트 중윗값이 1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분명히 불합리하다.

어느 수준에서든 보완은 필요하다.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성은 물론 실거래가와 공시지가 급등에 따른 과도한 세 부담의 완화 필요성 사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런 혼선이 오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빠른 시일 내에 합리적인 결론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민주당이 주택 매입 임대사업자 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과도한 세제지원으로 임대사업자가 폭증한 결과 시장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관련 세제의 정비를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집값 상승을 주택임대사업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2017년 이 정부가 전 국민을 상대로 요란스럽게 장려했던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였고, 정부 정책에 따라 임대사업자들은 그동안 전·월세 폭등 장에서도 5% 임대료만 올리며 정부가 시키는 대로 따랐던 것인데도 말이다. 오히려 임대사업자들은 전·월세 시장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순기능 역할도 해오고 있다고 본다. 이 제도의 폐지는 정부 정책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또다시 전·월세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뿐만 아니라 주택임대사업자 자동말소나 자진말소 후 6개월 이내에 집을 팔지 못하면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없애버리겠다고 한다. 주택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과거에 유예기간을 주면서 매물을 유도한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점을 상기하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동산을 사고파는 데 있어 6개월이란 기간은 그리 충분한 기간이 아니다. 정책 의욕만 앞세운 결정은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난마처럼 얽힌 부동산 문제를 쾌도난마처럼 해결할 한방은 찾기 어렵다. 결국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고, 그 수단은 공급·금융·세제가 될 것이다. 이런 수단의 비중과 완급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해야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발표에서 세제뿐만 아니라 금융이나 공급 측면에서도 개선책을 비중 있게 검토하겠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은 거의 세제에 의존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릇 세금 제도는 그 역할에 과하게 의존하면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조세의 일차적인 기능은 국고를 채우는 것이고, 그다음에 정책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정책 목적을 빙자한 이른바 부수적인 조세의 목적이 그 약효를 강하게 발휘하면 약을 복용하는 국민은 국고를 채울 목적에 무리한 과세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을 거두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명분이 뚜렷할 때 국민과 정부 사이에는 신뢰가 형성되고, 신뢰가 쌓여야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책당국은 시장 기능을 존중하고 현장의 소리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26명을 대상으로 ‘조세부담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응답자의 74.7%가 현 조세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고, 74.6%는 최근 5년간 조세부담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체감하는 조세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세 부담이 가장 많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세목은 역시 부동산 관련 세금이었다. 취득세·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가 32.0%로 답변이 가장 많았다.

문재인 정부들어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하고 부동산 공시가를 올린 탓이다. 물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이번 조사결과는 조세제도와 과세 수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코 가볍게 지나칠 일은 아닌 것 같다.

관중은 임금보다 잘 살았다고 한다. 공자도 관중을 사치스럽다고 비판한 바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도 제나라 백성들은 누구도 관중을 욕하거나 비판하지 않았다. 자신을 잘 살게 만들어 준 장본인이고, 그런 만큼 그만한 부를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관중은 “창고가 가득차야 예절을 알고, 입고 먹는 것이 넉넉해야 영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倉凜實而知禮節 衣食足而知榮辱)”라고 하였는데, 이 말에는 ‘가난한 백성을 국가가 통치할 수 없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백성을 먹여 살리지 못하면서 나라에 충성하길 바랄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2700년 전의 관중에게서 관포지교 말고도 우리 정책당국이 배워야 할 것은 더 있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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