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1:55 (금)
[국세칼럼] 자영업 손실 보상, 앞을 내다보고 설계해야
[국세칼럼] 자영업 손실 보상, 앞을 내다보고 설계해야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1.02.05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일 년 이상 계속되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적 피해가 막심한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손실보상 법안 마련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의 방역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한 분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며 손실보상 법제화를 기획재정부에 지시했다. 코로나 쇼크가 중소 자영업자에게 집중된 현실을 감안해 기존 재난지원금 차원을 넘어서는 피해보상을 국가에서 해주겠다는 취지다. 한계상황에 처한 영세 자영업자 구제는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반감되고, 전 국민 대상의 ‘무차별 일괄지원’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재정 동원책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의 생계를 제한한 만큼 이로 인해 입은 금전적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미증유의 감염병 상황이라 할지라도 아무 보상도 없이 국가가 국민들에게 재산적 피해를 강요한다면 누가 지시를 따르겠는가. 그렇다면 아예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서 사회적 형평성 논란과 소모적 정쟁을 줄이자는 것이 정부 방침일 텐데도, 홍남기 부총리겸 기재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야당의 입장이나 홍 부총리가 그동안 보여준 자세로 미루어볼 때 어떤 형식으로든 보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돈이다. 나라 곳간은 이미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 500조가 넘는 수퍼예산에 네번에 걸친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해 국가채무는 147조3000억원이 늘어 역대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국가채무 총액은 내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보고 있다. 올해 예산도 적자 국채를 발행하며 근근이 짰는데 자영업자 보상제까지 더해진다면 빚은 더 쌓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의 손실보상법안에 따르면 손실 매출액의 50%(일반 업종)에서 최대 70%(집합금지 업종)까지를 보상하는데 필요한 재원이 월 평균 24조7000억원이다. 한달 소요재원이 올 한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26조5000억원)과 맞먹는다. 방역조치 기간을 4개월로 보면 100조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올해 보건·복지·고용 예산(199조7000억원)의 절반에 이른다.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도 불투명하고, 차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 두렵기까지 하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짚어야 할 것이 있다. 국가 채무는 누가 갚아야 할까. 말할 것도 없이 우리 국민이 세금으로 갚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나랏빚은 급증하고 있는데 빚을 갚을 세수입은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 국세수입은 2019년 한 해 동안 293조원인데 반해 지난해에는 279조원으로 잠정 집계돼 14조원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다소 경기가 회복될 것을 예상해 282조원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이마저 달성을 낙관할 수 없다. 특히 기업과 관련한 법인세는 2019년에 72조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4조원 감소한 58조원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금년도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53조원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연간매출이 감소하면 덩달아 이익이 줄고, 이익이 줄면 재투자가 어려워지면서 고용창출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돈을 쓰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는 재원조달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단기적으로는 국채 발행이 있을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증세의 방법이 있다. 우리의 국가채무가 OECD 국가들에 비해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국채 발행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국가 신인도에 타격을 준다. 시중금리나 물가가 오르는 등 걷잡을 수 없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설령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해도 국채의 발행은 다음 세대에게 빚을 물려주는 점에서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구절벽과 결핍의 시대가 예상되는 다음 세대에게 결코 할 일이 아니다. 내가 편하게 살려고 후대에게 짐을 지워서야 되겠는가. 증세문제 또한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한 일이다.

재원이 조달된다 하더라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를 산정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피해 규모 파악을 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마다 형편이 제각각이다. 지역·업종·입지·서비스 품질이 천태만상이다. 특정 자영업자의 작년 영업손실 중 얼마를 코로나19 탓으로 돌리고, 얼마의 금액으로 보상할지 판단하는 건 고도의 전문적 작업영역이다. 어떤 자영업자는 손실에 비해 많은 보상을 받는 반면, 다른 자영업자는 턱없이 적은 보상에 분노할 수도 있다. 소득을 축소 신고한 자영업자, 수십만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무등록 점포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손실보상에 대한 법제화 때문에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되레 늦춰질 수도 있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기준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이런 문제를 정리하지 못한 채 설익은 법제화를 추진하면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자영업 ‘표심 잡기’용이라는 비난은 계속 나올 수 있다. 포퓰리즘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남기면 정책의 효과는 반감되고 말 것이다.

주요 선진국은 코로나19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 수준이 높고 보상체계도 비교적 잘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매출액과 피해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돈으로 최대 6억7000만원까지 지원해 준다. 캐나다는 2주 단위로 1000 캐나다달러(약 86만원)를 지급한다. 최대 26주간 받을 수 있어 업소 당 지원 한도액은 1000만원이 넘는다. 일본은 매출액이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해 50% 넘게 감소한 경우 최대 200만엔(약 2100만원)까지 지원한다. 임대료 지원금도 최대 6개월분을 5600만엔 한도로 지원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지원제도는 대부분 감염예방, 소상공인 지원, 재정 관련 법 등 기존 법을 근거로 하고 있다.


간과해서는 안될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지나치게 많은 것이 사실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 종사자 수는 657만3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690만4000명) 가운데 24.4%를 차지한다. 생산액으로 따져도 국내경제의 17.5%(작년 3분기 국내 총생산 기준) 비중이다. 독일·호주·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자영업 취업자 비율이 10% 안팎으로 우리의 절반도 안된다.

영세 자영업은 대기업 명퇴자나 산업구조 상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하는 탓에 이른바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영업난에 시달리다 폐업을 하면 곧장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 사태 속에서야 자영업자를 지원하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려면 자영업 구조조정도 미룰 수 없다. 과당경쟁 업종에 한해서는 진입을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폐업을 원할 경우 출구전략으로 그 비용을 제공함으로써 퇴출이 용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쇼크로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지원해서 하루 빨리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고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문제를 생각하면 걱정스럽다. 코로나 쇼크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나 더 재원이 소요되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대상은 선별적으로, 규모는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 불가피하더라도 세출 구조조정, 경제주체들의 고통분담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국가채무를 늘리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 손실보상 기준도 재정상태와 형평성 등을 면밀하게 조사해 지급기준을 촘촘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 접근을 해선 안 된다. ‘표심잡기’ 오해를 없애기 위해 지급시기도 선거 후로 해야 한다. 나라 곳간을 지키는 기획재정부는 확고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야 하고, 그 기준을 아무나 쉽게 묵살해서는 안될 것이다.

차제에 자영업 출구전략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두고 과감한 자영업자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언택트 시대에 장래성이 있는 업종으로 전업할 수 있는 신산업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 맞춤교육과 금융지원 패키지를 선별적으로 지원하고 구조조정된 자영업자에 대한 재기 과정도 도와야 한다. 코로나 쇼크는 위기임에 틀림없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기회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master@intn.co.kr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