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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세금 징수와 이익공유의 선결과제
[정창영 칼럼] 세금 징수와 이익공유의 선결과제
  • 정창영 기자
  • 승인 2021.01.18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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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긴 아주 급했던 모양이다. 민심이든, 분위기든 뭔가 잡긴 잡아야겠는데 제대로 할 것이 없는 답답한 심경은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뜬금없이 여당 대표의 입에서 ‘이익공유제’가 나왔다. 일단 제목부터 무슨 뜻인지 아리송하다. 뒤에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분명했던 윤곽은 잡혔지만 ‘제도’로 말하기는 용어에 무리가 있었다.

코로나19로 1년을 보내면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두루 치렀다. 초반 흉흉했던 민심을 바꿔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은 대승을 이끌었고, 이후 기·승·전·개혁의 이름으로 폭주기관차를 몰았다. 개혁의 포장이 벗겨지면서 ‘실력 없음’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고, 연이어 파열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양극화로 입증된 ‘고장 난 자본주의’는 코로나19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 꼴이 됐다. 중산층을 뭉개고 서민·자영업자를 초토화 시켜 나가고 있다. 정말 아픈 대목은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었다. 정쟁을 멈추고 이 국난 수준의 재해를 극복하는데 말 그대로 국력을 모아야 할 때였다. 눈물 맺힌 국민의 불안한 눈동자를 감싸 주면서 이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해야 했다.

그런데 이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보냈다. 아니 현재 진행형으로 어떻게 보내고 있나.

화합과 통합, 소통으로 똘똘 뭉쳐야 할 시기에 갈등과 반목, 상대 진영에 대한 반대와 분노가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사례는 밤 새워 열거할 정도지만 전체적인 맥락만 짚어 봐도 ‘상식’을 벗어난 흐름임에는 틀림없다.

이 엄중한 시기에 한가하게 소통과 화합이 중요하고 굳이 갈등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지금 우리가 앓고 있는 아픔의 병인(病因)이 여기에 있고, 이 병을 치료하는 처방전도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익공유제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지금 상황에서 실현은 불가능에 가깝다’였다. 소위 ‘이미 알고는 있는 답’이었던 것이다.

국가가 재난을 맞아 국민의 삶이 소용돌이 속으로 급하게 빨려드는 상황에서 여유 있는 쪽에서, 특히 이 재난이 오히려 기회가 된 쪽에서 절박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우리는 그렇게 해 왔다. IMF 구제금융 당시 전 세계가 놀란 ‘금 모으기 운동’이 대표적이었고, 한·중 FTA 당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그랬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위기에 이타적으로 반응하는 DNA가 있다. 그리고 이것을 자긍심으로 간직하고 재생산해 내는 소중한 에너지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 이익공유제 문제가 제기되자 경제계는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 ‘움찔’하면서 눈치와 함께 부정적 의견을 나타내는 것은 이익공유제 도입 자체의 문제보다는 이를 펼쳐야 할 국내 환경조성이 전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가적 재난에 가슴 뜨겁게 뭉치게 할 국민적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지도자도 찾을 수 없고, 기업들은 자세만 숙연할 뿐 시선을 아예 돌리고 있다. 국민들조차 그저 분노와 갈등이 흐르는 강가에서 ‘물 구경’이나 하는 분위기다.

우리는 지금 ‘갈라치기’의 폐해를 실감하고, 정치공학의 메마름을 체득하고 있다. 아울러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무기력한 것인가를 체감하면서 답답함을 넘어 ‘끔찍함’을 실감하고 있다. 이대로는 백약이 무효이고, 어떤 정책도 뜻을 살려 착근(着根) 할 수 없다. 단지 이익공유제의 문제만이 아니다.

엄연하게 세금이 있고, 성금과도 구분이 어려운 이익공유제 이슈가 제기되자 기업·경제계는 반발에 가까운 ‘실현 난망론’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과 뭐가 다르냐?’가 먼저 나왔다.

또 기업이나 국민들에게 돈을 거두려면 꼼꼼한 사전준비는 물론이고 공감이 반드시 필요한데 선의의 큰 이슈를 이렇게 ‘불쑥’ 수준으로 내미는 것은 무엇을 염두에 둔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익공유의 핵심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치고 나간 기업들이 제도적으로 마련된 틀 안에서든, 자발적으로든 내용은 성금을 내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실행이 쉽지가 않고, 그렇다고 대강의 윤곽만 갖고 운영하기에는 너무 많은 장애가 따른다.

늘어난 세금에다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기업이나 고소득자들은 성금 또한 만만치 않게 이미 낸 상황인데 또다시 대규모 성금 분위기를 조성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또한 비록 코로나19 상황에서 나름대로 이익을 낸 기업이나 개인이라 할지라도 각자의 사정이 다양한데다 이익의 종류나 원인을 분석해 보면 ‘덜컥’ 거액의 성금을 내기에는 각기 사정과 이유가 있다.

여기에다 큰 이익을 낸 기업들은 주주의 의견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될 때부터 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 거론되는 정보기술(IT)·게임·신유통·바이오업계 주변에서는 주주의 이익과 상충하는데다 글로벌 시대에 자칫 경영진의 배임 문제로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엄살’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냥 엄살로 덮고 갈 문제만은 아니다.

특히 이익 공유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 등 강력한 세제지원을 해서 유인하는 방안도 제시되고는 있지만 조세전문가들은 세액공제를 하려면 차라리 세금을 거둬 제대로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처럼 이익공유제의 경우 시기적으로 필요한 면도 있지만 먼저 풀어 가야 할 문제가 산적한데다 이를 뒷받침할 환경이 아직 조성돼 있지 않아 현재로서는 도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나라 곳간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뜩이나 재정지출의 효율성이 염려되던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덮쳐 지금은 그 바닥을 모르게 만들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공공연하게 ‘재정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당연히 민간이, 그것도 코로나19의 수혜 또는 선방한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감동적인 대열을 이루면서 과거 ‘금 모으기’ 수준의 국민운동을 그릴 수 있다. 단지 구상만이 아니고 실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감동을 국민과 함께 풀어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뭉치고, 에너지가 결집돼야 한다. 그래야만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핵심 열쇠인 ‘국민적 신뢰’가 형성되고, 결국 신뢰가 힘이 돼야만 이익 공유든 더 큰 난제든 풀어갈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세금 거두기도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계층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익 공유까지 지금의 바탕위에서 무리하게 추진될 경우 죽도 밥도 안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착한 임대료’ 운동이 동력을 얻지 못했고, 1차 재난지원금 당시 반납운동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아예 실종됐던 상황도 되새겨야 한다.

지금은 무언가 새롭게 하기에 앞서 국민들의 마음과 신뢰를 얻는 일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세금이든, 이익 공유든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먼저 믿음을 얻어야 한다. 신뢰 없이는 그 어떤 처방도 효력을 볼 수 없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확’ 바뀌어야 하고, 지금같이 해서는 답이 없다.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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