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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세탁‧테러지원 국제공조 강화에 시중은행들도 바빠져
자금세탁‧테러지원 국제공조 강화에 시중은행들도 바빠져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01.0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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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 차세대 국외점포 자금세탁방지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개선
- 우리‧IBK, 이란 중앙은행 차단에 발동동…화난 이란軍 선박 나포 감행

미국이 지난해 기업 소유권 투명화 목적을 겸해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 방지를 위한 새로운 규제로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NDAA)이 지난 1일 미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의 시중은행들도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시중은행들 중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이미 미국 단독 경제제재 중인 이란에 대한 금융차단 차원에서 미 금융당국의 집요한 제재를 받아왔으며, 4일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선박 나포는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캐럴린 멀로니(민주·뉴욕) 하원의원이 지난해 ‘기업투명성법’이라는 이름으로 발의한 법안이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돼 지난 1일 상원에서 재의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차방위정책법안인 NDAA에 많은 미국 기업이 실제 소유주를 등록하도록 의무화 했다. 불법적 수단으로 익명의 껍데기 회사를 발본색원 하기 위함이다.

WSJ는 "이 법 입법으로 국민들이 잠재적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사항 보고를 장려하는 새로운 '내부고발자 프로그램'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재벌닷컴> 격인 미 워싱턴 소재 소유권 공개회사인 '재무 지속가능성 및 기업투명성 협회(Financial Accountability and Corporate Transparency Coalition)의 클라크 가스코인(Clark Gascoigne) 선임정책자문역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진정한 수익 소유자를 알 수 없는 익명의 껍데기 회사는 자금세탁방지 보호장치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4일 한국 선박을 나포한 것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상황에서 한국의 시중은행인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이 한국으로 수입되는 이란 산(産) 원유 대금 70억 달러(약 8조4000억원)를 이란중앙은행에 지급하는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점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압돌나세르 헴마티(Abdolnaser Hemmati) 이란중앙은행 총재는 지난해 6월10일(미국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측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동결된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을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이란으로 외화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면서 미국 기업 이외의 다른 나라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자신들의 이런 방침에 어긋나면 음양으로 제재와 압박을 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이 교역할 수 있는 제재 우회 통로로 이란에서 원유, 초경질유(가스콘덴세이트)를 수입한 한국 정유·석유화학 회사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원화계좌에 대금을 입금하면 이란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이 수출대금을 이 계좌에서 찾아가는 상계 방식으로 운용됐다. 하지만 지난 2019년 9월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서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제재 수준을 올리면서 한국의 두 은행은 이 계좌의 운용을 중단했다.

이란 측은 미국의 제재 면제 품목인 식료품과 의약품, 의료 장비를 포함한 인도주의적인 물품을 수입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조차 한국정부가 이행하지 못했다. 한국 정부가 누차 미국의 제재 상황을 호소했지만, 이란측은 “일본은 하는 데 왜 당신들은 못하냐”는 식으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심지어 10억 달러 상당의 인도주의 물품 수출입 상계방식의 성과를 본 외교부 중동-아프리카 국장을 이집트 대사로 발령내고 해당 방식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았다.

한편 하나은행(은행장 지성규)은 국제적 자금세탁방지업무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차세대 ‘국외점포 자금세탁방지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Anti Money Laundering, 국외 AML 시스템)을 고도화 한다“고 5일 밝혔다.

국내은행 중 가장 많은 24개국에 진출해 있는 하나은행은 국외 점포의 자금세탁방지 및 컴플라이언스 업무에 지속 투자해 왔다. 2008년 은행권 최초로 글로벌 은행 수준의 국외 AML 시스템을 도입한 뒤 2012년과 2017년 두차례의 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통해 은행권 최고 수준의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여 운용 중에 있다.

이번 차세대 ‘국외 AML 시스템’ 고도화 사업 프로젝트에서는 ▲차세대 사례 분석 도입 ▲자금세탁 유형론을 활용한 시나리오 확장 ▲고도화된 자동 보고서 작성 지원 등 레그테크(Reg-tech: 규제와 기술의 합성어) 기반의 모니터링 기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은 1월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하여 연내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 국외 자금세탁방지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자금세탁방지부 관계자는 “이번 차세대 ‘국외 AML 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통해 현지 금융 당국 기준에 부합하는 글로벌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지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본지가 미국 NDAA 법안에 포함된 자금세탁방지 제도개선과의 관계를 묻자 “2008년과 2012년에 이어 지난 2020년에도 주기적으로 시스템을 업데이트 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한편 최근 자금세탁방지 업무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는 가운데 하나은행 뉴욕지점은 2017년 현지 자금세탁방지 평가에서 미국 진출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등급을 획득하여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도은행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해오고 있다.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는 한국 국적의 선박을 나포했다. / 사진=연합뉴스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는 한국 국적의 선박을 나포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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