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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부는 경제공동체인가?
[칼럼] 부부는 경제공동체인가?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0.12.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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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지난 10월 27일자로 흥미로운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하나 있었는데, 핵심내용은 공동생활 과정에서의 부부 간의 금전거래는 증여가 아닌 상호 간의 자금충당의 편의상 이루어진 금전소비대차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현실세계에서 부부는 소위 경제공동체라는 생각으로 대부분의 경우 부부의 재산은 그 명의에도 불구하고 공동재산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민법 제830조 제1항에서는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재산의 부부별산제를 채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결혼 전부터 일방이 가지고 있던 재산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결혼 후에 취득한 재산에 대해 그 명의를 부부 일방의 명의로 했다고 해서 전적으로 그 일방의 단독재산으로 보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민법 제839조의2에서는 이혼 시의 재산분할청구권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최근 판례 등에 따르면 결혼생활 중에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는 대략 50% 정도의 재산분할비율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결혼생활 중에 형성된 재산은 부부 일방의 명의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공동재산으로 보는 것이 현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재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부부 간에 자금이동이 있을 수 있지만, 경제공동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자금이동을 증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지 아닐까 싶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세무실무상으로는 부부 간의 자금거래에 있어 대차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상속이 이뤄진 경우 상속세 조사를 하면서 상속재산 합산대상인 사전증여재산을 파악하기 위해 상속개시일 전 10년 내의 자금흐름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부부 간에 오간 자금에 대해 소명을 요구하고, 정확한 용처를 밝히지 못하는 경우 증여로 보아 과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부부 간의 금전거래에 대해 증여가 아닌 금전소비대차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조세심판원의 결정과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처분청은 청구인이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배우자로부터 받은 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결정·고지했는데, 청구인은 쟁점 금액은 증여가 아니라 사실상 부부 사이의 자금융통거래로서 나중에 모두 정산·변제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처분청은 만약 청구인의 주장대로 부부 간 통산해 증여를 판단해야 한다면, 청구인과 배우자가 결혼 전부터 보유한 자산, 결혼 후 생성한 자산까지 확인해야 하고 금전소비대차상의 차액이 미래에 변제될 것인지 안될 것인지, 언제 변제될 것인지도 확정할 수 없으므로 사실상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과 같으며, 나아가 설령 등기·등록을 요하는 자산의 취득자금과는 무관하더라도 부부 간 자금거래에 있어 생활비 등 통상적으로 빈번히 있을 수 있는 자금거래 후 어느 일방에 남는 고액의 자금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지 못한다면, 다양한 자금거래 형태에도 불구하고 증여와 동일한 결과에 대해 과세형평의 문제가 있을 것이며, 부부 간 증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자명하여 실제적으로 부부 간 현금거래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처분청은 부부 간 금융계좌를 혼용하여 사용한 것으로 판단해 설령 배우자가 청구인에게 지급한 금전 역시 단순히 부부 간 계좌혼용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종국에는 부동산 형태의 재산이 청구인 명의로 됨으로써 수익과 처분의 권한이 청구인에게 귀결되는데도 쟁점 부동산 취득자금 중 쟁점 금액을 증여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다툼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증여세 과세처분에 있어서 현금차용이 아니라 현금증여라는 과세요건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고, 부부 간의 금전거래는 개개의 거래가 아니라 전체거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바, 사회통념상 부부 간에는 이자를 정하지 아니하거나 차용증이 없는 금전거래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어 보이므로 쟁점 금액은 증여라기보다는 부부의 공동생활과정에서 상호 간 자금충당의 편의상 이루어진 금전소비대차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점, 특히 청구인이 쟁점 부동산 취득 시 부족한 자금을 배우자의 자금으로 일시 융통한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이 일응 수긍이 가고 단지 배우자로부터 청구인에게 현금이체된 사실만으로 배우자가 쟁점 금액을 증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청구인이 배우자로부터 쟁점 금액을 증여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다시 되돌려 줄 이유가 없음에도 청구인과 배우자의 금융거래내역을 보면 청구인은 쟁점 부동산 취득시점 이후인 2015~2018년 기간 동안 쟁점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배우자에게 지급한 사실이 확인되는 바, 쟁점 부동산 취득 전후로 청구인은 이미 사업소득, 근로소득 및 양도소득 등 상당한 자력을 형성·보유하고 있었으므로 실제 청구인이 배우자에게 일시 융통자금을 상환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배우자가 청구인에게 쟁점 금액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조심 2020인1423, 2020.10.27.).
 

결국 현실에서 흔히 발생되고 있는 부부 사이의 자금이동을 부부 일방의 재산을 그 배우자에게 증여했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암묵적인 금전대차로 볼 것인지, 또는 부부 공동재산의 단순한 이동으로 볼 것인지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부부 간의 자금이동을 금전대차로 본 이번 조세심판원의 결정도 단순히 증여로 보고 과세하려고 하는 실무관행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런 경우 공동생활을 하는 부부가 경제공동체로서 편의상 서로 각자의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고, 필요한 경우 배우자에게 다시 이전시켜주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에 더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부부 간에 자금이동이 있는 경우 명시적으로 금전대차거래임을 밝히지 않더라도 서로 오간 자금액이 비슷한 액수인 경우 조세심판원의 결정처럼 암묵적인 금전대차로 볼 수 있겠지만, 조금 더 나아가 설사 부부 간에 명시적으로 증여를 하거나 상속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부부를 경제공동체로 본다면 오히려 증여세나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증여세 과세가액을 규정하고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7조 제2항 본문에서는 ‘해당 증여일 전 10년 이내에 동일인(증여자가 직계존속인 경우에는 그 직계존속의 배우자를 포함한다)으로부터 받은 증여재산가액을 합친 금액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그 가액을 증여세 과세가액에 가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만약 부부를 경제공동체라고 보지 않는다면 동일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가액을 합산하여 증여세를 계산할 때 증여자가 직계존속이라고 하더라도 동일인에 그 배우자를 포함해서는 안될 것이다.
 

부부 각자 명의의 재산을 각자의 재산으로 보아 부부 사이에서의 자금이동을 증여로 보면서, 동일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을 합산할 때는 부부를 동일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배우자에게 증여하거나 상속되는 경우 그 금액은 전액 증여세나 상속세 계산 시에 공제하고 있는데, 부부를 경제공동체로 본다면 이렇게 부부 간의 재산이동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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