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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인터뷰] 지구촌 관문, 관세청 직할 평택세관
[르포·인터뷰] 지구촌 관문, 관세청 직할 평택세관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11.13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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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송화물, 수입車 전국 최다 통관…따이공의 추억, 역사속으로?
- 주한미군기지 통합주둔지, 마약 등 범죄대응기능도 커져 바쁘다
- 중국 너머 지구촌 관문 역할…삼성‧LG‧현대 평택에 터 잡은 이유

2020년의 화두는 단연 코로나19다. 크고 작은 변화들이 사뭇 뚜렷하다. 모든 분야에서 ‘비접촉’이 권장됐다. 소비도 전자상거래(On-line shopping)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으로부터의 특송화물 반입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마침 노석환 관세청장도 직할 평택세관을 최근 찾았다. 지난 11일 중국 광군제(光棍節) 특수를 맞아 해상특송을 통한 해외직구 물품들의 국내 반입이 평택항으로 집중될 것으로 예상, 통관지원 상황을 직접 챙기기 위한 현장 행보.

지난 10월8일 이갑수(李甲銖) 평택세관장은 세관을 찾은 기자를 반갑게 맞으면서 “여성 관세행정관이 점점 늘면서 분위기가 화사해지고 있고, 업무공백은 더 촘촘하게 메워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갑수 세관장 뿐 아니라 평택세관 통관지원과 정창조 팀장, 추홍맹 관세행정관, 김훈희 관세행정관이 평택세관의 이모저모를 많이 알려줬다. 수입 자동차의 7할이 평택세관을 통한다는 사실, 코로나19로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이 역사속으로 사라질지 여부, 10년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세관내 여성 공무원 비율 등 여러모로 흥미로운 취재였다. 다음은 이갑수 세관장과의 일문일답.

- 다양한 외국 브랜드의 자동차가 많이 수입되는 세관으로 알고 있다.

▲ 맞다. 평택항은 수도권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과 2018년 자동차 전용부두 확충으로 평택세관을 통한 승용차의 수입통관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 수입자동차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9월까지 누계로 무려 75%에 이른다. 특히 9월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약 58%가량 폭발적으로 늘었다. 개별소비세 인하,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외산 친환경차 수요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에 견줘 하이브리드는 107.8%, 전기차는 무려 416.5%나 수입이 늘었다. 비엠더블유(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산 비중이 크다. 일본 브랜드 토요타도 인기가 많다. 앞으로도 수입차 통관 역할이 클 것 같다.

- 최근 무역패러다임이 전통적 ‘기업 간(B2B) 거래’에서 ‘개인간(C2C) 거래’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전자상거래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평택세관에서도 해상 특송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대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 평택세관 해상 특송장은 지난 2019년 5월 개장 이후 물동량이 급증, 올해 5월 이후 월평균 100만건을 웃돌고 있다. 지난 9월까지 반입량 누계가 무려 약 850만 건이다. 코로나19가 부른 지구촌 전자상거래 활성화 추세에 중국발 특송화물 반입은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평택세관은 신속통관 지원과 총기류·마약류 등 사회안전 저해물품 반입차단을 위해 기존 3대를 운영 중이던 엑스레이(X-ray) 검색기를 6대로 늘렸다. 장치장 보관시설도 증설했다. 이처럼 특송장 시설을 보강, 수용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엑스레이 전문 판독관을 확충하고 정보분석팀도 편성, 해상 특송화물에 대한 위험관리도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다.

 

- 듣고 보니 평택세관이 전자상거래 전문 세관인 것 같다.

▲ 평택세관은 평택항의 신(新)수출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대(對) 중국 전자상거래물품의 해상 수출기지 육성을 목표로 물류업체 등과 협력, 해상 특송 수출물류 유치를 위해 전력을 기울여 왔다. 세관‧선사‧특송업체‧하역사가 참여한 ‘전자상거래 수출활성화 협의체’를 구성, 평택항 활용 수출 때 최적의 물류프로세스 설계와 물류비 절감, 신속통관 지원체계 마련 등을 함께 부심해왔다. 노력의 결실은 고스란히 성과로 나타났다. 올 2월 최초 한류상품 등 전자상거래물품이 중국으로 수출된 이후 9월까지 27만7000건, 금액으로 623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앞으로도 해상 특송수출입 중심지, 서해 최고의 국제 중심항구를 만들겠다.

- 평택세관은 10년 전부터 여성 직원비율이 높아진다는 얘길 들었다.

▲ 정말 그렇다. 평택만 그런 게 아니다. 검찰, 경찰 등 공직 전반에서 여성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평택세관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14%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신입직원 중 여성 비율이 늘면서 2014년 24%, 2018년 34%로 쑥쑥 비중이 커졌다. 2020년 11월 현재 41%가 여성 직원이다. 특유의 섬세함과 친화력으로 남성 중심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꾸는 것은 기본이다. 여성 직원들은 다양한 업무분야에서 개방적이고 투명한 업무처리로 무슨 일이든 중추적 자리를 점점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으로 운영돼온 조사, 해상감시 업무도 여성 직원 참여비율이 늘고 있다. 기관장으로서 세관내 여성들의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육아휴직‧육아시간‧돌봄휴가 등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 평택세관을 통해서도 마약이 밀수되는가?

▲ 앞서 중국 보따리상, 선원 등을 통해 마약 밀수 사례가 있었고, 작년 5월 해상특송장 개장 이후 특송화물을 통한 마약류 밀반입도 적발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 전국에 흩어져 있던 주한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통폐합 이전, 미군사우편물(APO) 등을 통한 대마류 밀반입 가능성도 커졌다. 마약류 단속역량을 보강할 시점이다. 다만 최근 평택세관에서 마약 밀수 적발사례는 거의 없다. 그래도 마약 밀반입에 대해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직원들의 마약 적발능력 향상을 위해 실물 마약을 활용한 현장감 있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마약 탐지견 활용 단속 강화, 주요 우범 루트별 실무자간 정보공유 등을 통해 마약관련 정보수집 활동도 지속 벌이고 있다.

마약은 각종 다른 범죄도 부른다. 주한미군기지 평택 이전 후 미군 범죄 총괄 전담 세관이 된 만큼 지구촌 문화감수성 인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수사권 한계를 넘어 효율적 마약 단속을 위해 국정원과 검찰, 경찰, 미육군범죄수사대(CID) 등 수사기관간 정보공유‧수사공조 등으로 입체적 단속망을 구축, 마약류 밀반입을 철저히 차단하겠다.

- 평택항 하면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이 떠오른다. 코로나19 이후에도 활동을 하는지.

▲ 평택항은 중국 연태항과 위해항, 용안항, 일조항, 연운항을 오고가는 총 5개 노선이 있다. 각 노선별로 화객선 각 1척씩 주 2∼3 회 운항 중이다.

중국 보따리상은 인천항과 평택항, 군산항으로 입출국 했으며, 이 중 평택항에 가장 많은 보따리상이 활동했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1월28일 이후 평택항을 통한 여행객(보따리상 포함)의 입출국이 전무하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 등이 완화돼 여행객 승선 제한이 풀리면 보따리상 출입국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 평택세관은 농산물 수입 비중이 크고 특히 고추 등 고세율 농산물과 관련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고 들었다. 고세율 농산물 밀수입 단속 활동도 만만찮아 보인다.

▲ 평택항은 인천항과 더불어 중국을 통해 고추, 양파, 생강 등 농산물 수입 주요 항만이다. 평택세관은 입항-수입통관-보세창고 반출 단계까지 화물흐름 전(全) 단계에 걸쳐 고추 등 고세율 농산물 밀수입 차단에 나선다. 최첨단 컨테이너 검색장비 활용, 실시간 감시체계 유지 등 다각적 단속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통적인 농산물 밀수입 수법으로 ‘커튼치기’라는 게 있다. 저세율의 신고물품을 컨테이너 입구에 쌓아 안쪽에 감춘 고세율 농산물을 가리는 수법. 농산물 형태‧밀도 등을 정교하게 모방, X-Ray 검색기로 판독을 어렵게 하는 방법 등 밀수방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이밖에 보세창고내에서 이미 통관된 저세율 농산물과 최근 반입된 고세율 농산물을 바꿔치기 하는 수법도 있다. 지난 3월 정밀분석‧판독이 가능한 최신 양방향 X-Ray 컨테이너 검색기를 도입했다.시기별‧품목별 농산물 밀수 유형분석과 CCTV를 활용한 보세창고 실시간 감시, 수시로 적발기법 연구 등 단속역량을 담금질 하고 있다.

- 높은 해상 특송화물 비중 이외에도 평택세관 관할지역 내 삼성전자와 LG 등 대기업이 새롭게 입주하고 있다. 세관의 비전(VISION)이라면?

▲ 우리 비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국민과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경기남부・충청권을 아우르는 중부권 중심세관’이다.

일반 수출입 통관과 세금 징수 말고도 평택・당진항 육해상감시, 밀수단속, 평택항 국제여객선 및 오산 미공군비행장의 휴대품통관 등 공・항만세관과 내륙세관 기능을 두루 수행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평택 고덕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업단지 6개 구역을 조성 중이다. 첫 구역은 이미 지난 2017년 6월 공장건설이 완료됐다. 플래시 메모리와 D램을 양산하고 있다. 두 번째 구역도 최근 막 건설이 완료돼 가동을 준비 중이다.

경제자유구역 포승지구에 현대모비스 전기자동차 공장이 입주 예정이다. 이밖에도 대기업과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잇따라 모여들 예정이다. 중국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해상 특송화물도 급증, 업무량이 크게 늘고 있다.

향후 조직・인원도 늘어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경기 이남과 충청지역 세관과 중부권 세관 라인(Customs Line)을 신설, 중부권 본부세관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다.

직원들과는 ‘건강하고’, ‘일 잘하며’, ‘미래를 열어가는 세관’이라는 3대 핵심가치로 의기투합하고 있다.

이갑수 평택세관장(오른쪽) 

 

 

평택세관 사람들의 일과 꿈

- 8급 관세행정관, 세관장, 관세청장 모두 “일 많아도 내일이 기대돼”

서른 살, 3년 만에 8급으로 승진한 평택직할세관 소속 김훈희 관세행정관은 “7급 승진까지는 7~8년 걸린다”고 자못 아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첫 근무지는 인천세관. 평택세관으로 전보된 뒤 처음 몇 달간은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비록 관세청 직할이지만 정원 160명밖에 안 되는 세관이 조사, 심사, 통관 등 어느 것 하나 녹록한 부서가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분위기였기 때문.

집이 경기도 김포인 김 행정관은 내년 4월에 장가를 간다. 자칭 ‘흙수저’ 청년의 이른 바 ‘독립’은 시야가 그다지 쾌청하지 않다. “자주 옮기는 직업이지만, 수도권에 꼭 집 한 채 사고 싶은데, 요즘 집 값 보면 엄두가 안나요.”

기자가 “국가가 만약 ‘자주 옮겨 다니는 공무원들에게는 집을 무상임대 해주는 대신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부동산 개발정보 유출시 엄벌, 퇴직 후 저렴하게 주택 구입 보장 등’이라는 제안을 한다면?”이라고 묻자 “무조건 받겠다”고 했다.

지난 7월20일 부임한 이갑수(李甲銖) 평택세관장은 경북 봉화군 물야면에서 나고 자랐다. 조선 건국의 주역 정도전이 봉화 정씨, 퇴계 이황도 봉화에서 나고 자랐다고 은근히 고향의 내공을 자랑했다. 이 세관장은 “수백년에 한번 우직한 사람들이 태어나는 강한 정기의 고장”이라고 했다.

이 세관장은 공직 전후 총 4개 대학을 다니며 세무와 법학, 경영학을 섭렵했다. 명문 S대학에서 전공한 유교경전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공직 생활 중에도 공자‧맹자‧노자의 덕목을 안팎에 전파하는 훈장님 역할을 한 것으로 공직사회에 명성이 자자하다. 은퇴 후 봉화 물야 시골집에서 공부하는 게 자신에게 줄 선물이란다. 천상 선비, 훈장이다.

노석환 관세청장은 지난 11일 빠르게 늘어나는 해외직구물품 등 특송화물에 대한 효율적 위험관리와 신속한 통관지원 상황을 직접 챙기기 위해 평택직할세관 해상특송장을 찾았다. 마침 이날이 중국의 광군제 당일이었다. 연말 특수까지 겹쳐 해상특송을 통한 해외직구 물품들의 국내 반입이 평택항으로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평택세관은 올해 광군제 이후 극성수기인 3주간 평택항을 통해 국내로 배송될 특송물품이 약 210만 건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같은 기간 58만 건의 3.6배 수준.

노석환 청장은 이날 엑스레이 검색 단계부터 물품 검사 과정까지 꼼꼼하게 현장을 점검한 뒤 “코로나19로 비대면 전자상거래가 지속 확대되고, 광군제 등 연말 해외직구 물품 국내 반입이 늘어나고 있으니, 원활한 통관지원과 함께 불법물품의 반입 차단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평택세관 사람들을 다독였다.

팔지 않고 쓸 목적의 해외특송물품은 미화 150 달러(특례물품은 200달러)까지 관세,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통관 절차도 간소하다. 상거래 목적이라면 정상 수입통관 절차를 밟아야 하니 조심해야 한다.

이갑수 평택직할세관장(오른쪽)이 11일 노석환 관세청장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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