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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아! 테스 형, 세금이 왜 이래
[정창영 칼럼] 아! 테스 형, 세금이 왜 이래
  • 정창영 기자
  • 승인 2020.11.02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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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산관리 세금분야에서 명성을 이어 온 A 세무사는 요즘 표정이 우울하다. 아니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실감하고 있다. 급기야 사람 만나는 것조차 꺼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스스로 놀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수첩은 약속으로 빼곡했다. 탄탄한 사무실에 대외활동도 왕성했던 그는 말 그대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써 왔었다. 세무사 업계에서 왕성하게 자신의 길을 열어가던 그가 요즘 힘들다.

A 세무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일종의 불확실성이다. 부동산 등 자산 분야 세금에 정통했던 그는 유명세에 걸맞게 우수한 고객이 많았다. 이 분야 세금은 A부터 Z까지 꿰고 있던 탓에 세금을 위주로 한 그의 컨설팅은 고객들의 각별한 신뢰를 받았다. 자연스럽게 일거리도 넘쳐났고, 실적과 명성도 많이 쌓았다.

이 정부 들어,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지난해부터 그의 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끊임없이 축적하는 세금분야 전문지식에다 풍부한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A 세무사의 자산컨설팅은 미친 듯이 변하는 제도와 따로 노는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정부 발표 반대로만 치닫는 부동산 시장을 따라가기 힘들었고,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홱 홱’ 뒤집어서 발표되는 조세정책은 가장 점잖은 표현으로 “돌겠다.” 수준이었다.

특히 자산가들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 부동산 관련 세금은 A 세무사가 35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세율이고, 과세대상이고 앞으로의 예측은 고사하고 당장 눈 앞에서 발표된 정책을 설명하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A 세무사는 늘 그래 왔듯이 달라진 정부의 정책과 제도는 납세자들에게도 합리적으로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가졌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추진되는 제도와 정책은 설명이 정말 어려웠다. 그저 설명만 할 뿐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여기에다 그동안 자신을 믿고 투자하며 세금을 납부하고 준비했던 고객들이 ‘홱 홱’ 달라진 세금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문의하는 사례가 빗발치면서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A 세무사 책임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을 벗어나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고객 일처리를 해야 하는 세무사 업무의 전제를 감안한다면 그로서는 보통 힘든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뚜렷한 답도 없고 현실적인 해결 방법도 없다. 고객들은 이미 다른 곳을 통해서라도 방법을 찾으려는 것 같지만 난망인 듯하다.

얼마 전 오랜 고객 한 사람이 A 세무사를 찾아 왔다. “여기 저기 알아 봐도 방법이 없네요. 그저 당분간 살피면서 버티고 기다리랍니다. 다들 현 정부에서는 답이 없대요. 어디 이대로야 되겠어요?”

40년 전 사회에 첫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그저 ‘열심히’만 살아온 B씨는 요즘 “자신은 국세청에 월세 사는 몸”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번듯한 대기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았고, 비록 오래는 됐지만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가 ‘월세 살이’ 운운하는 것은 최근 갑자기 폭등한 아파트 세금 때문이다.

B씨는 신혼부터 맞벌이도 했고, 이사에 이사를 거듭하며 천신만고 끝에 이곳에 아파트를 구입하고 이사 올 때는 “이 지긋지긋한 집, 내 평생에 이제 정말 끝이다”를 다짐했다. 실제로 그는 그 다짐을 실천했고, 이곳에서 내리 20년을 훌쩍 넘겨 살고 있다. 이곳 강남 아파트는 B씨에게는 그냥 집이다. 여기에서 두 자녀 시집장가 보냈고, 이제 은퇴해서 제2의 인생을 궁리하고 있다.

그러나 B씨의 제2 인생계획은 계획단계부터 심각한 수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수중에 남은 것이라고는 금융자산 조금과 이 집 한 채가 전부인 그에게 말 그대로 ‘보유세 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명색이 강남인데 연간 몇 백만 원 정도는 힘에 부쳐도 감내해야 한다고 믿었던 그에게 급기야 종부세 단위가 천만 원 대로 올라가면서 상황이 ‘확’ 바뀌었다.

아파트 보유세로 월 평균 100만원을 넘기면서 이는 월세와 다를 게 없다는 현실이 피부에 닿았다. B씨를 더욱 옥죈 것은 당장도 당장이지만 이대로 가면 금방 연간 보유세 부담이 2천만 원을 넘는다는 점이다. 지난주에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시가의 90%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도 나왔다. B씨로서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평생의 재산인 ‘사는 집’을 팔고 정리할까 알아봤더니 그 또한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줄줄이 세금이다.

하루아침에 국세청 ‘월세 살이’가 됐다는 B씨는 느닷없이 세금 걱정으로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퇴직하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평온한 삶을 살고 싶다는 그의 소박한 꿈은 이제 세금 때문에 꿈자리에 들지도 못한 채 불면의 밤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소 세금이나 국가 조세정책에 대해 구체적 생각을 접고 살았던 50대 초반의 직장인 C씨는 요즘 친구들과 종종 세금토론을 벌인다. 자본주의의 폐해로 부각되는 양극화에 대해 예민했던 C씨는 정부가 우리 사회의 주류를 바꾸고, 가진 자에게 거둬 가지지 못한 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정책을 추진할 때 큰 박수를 보냈다. 이런 노력만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치유하고, 복지가 세상을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C씨의 생각에 요즘 확실한 금이 가고 있다. 아니 자신의 그동안 생각에 근본적인 회의가 일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인 C씨는 그동안 소홀히 넘겼던 세금이 자신과 늘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됐다. 월급에서 떼는 것 외에도 모든 것이 세금이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안을 따라가 보니 귀착점이 세금인 것이 너무 많았다. 말 그대로 세금확보를 위한 전쟁이 곧 자본주의이자 정치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C씨를 화나게 한 것은 어렵고 힘들게 거둔 세금을 쓰는 과정이었다. 수조 원 수십 조 원 단위로 움직여 그간 실감이 잘 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파격적 추경이 편성되고, 이를 집행하는 과정을 보면서 그는 “이게 모두 세금인데…”라는 의문이 늘 뇌리에 남아 있었다.

저소득층을 위해, 저출산 대책을 위해, 고령화 사회를 위해 등등 끝도 없는 정책목표를 위해 어마어마한 세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달라지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에 이르자 C씨는 회의감을 넘어 화가 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자신들 돈이면 이렇게 쓰겠는가?”에 생각이 이르자 세금에 대한 근본 인식이 바뀌는 자신을 느끼기 시작했다.

실패가 분명한 주택정책으로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이 크게 올랐다. 정책 실패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파생되는 세수입 증가에는 혈안이 돼 각자의 주판알을 튕기는 정치권을 보면서 C씨는 정부의 조세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아울러 이렇게 세금을 거두고, 이렇게 세금을 써서는 곧 국민들이 세금에 대해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감’을 느끼고 있다. 실력 없는 사람들에게 맡겨 이대로 가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올 것 같다.

“아! 테스 형, 세금이 왜이래? 정말, 뭐라고 말 좀 해줘요”

“.......”

“예? 악법도 법이라고요?”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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