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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주택 증여 건수가 양도 추월…정부가 ‘증여’로 내몰았나?
고가주택 증여 건수가 양도 추월…정부가 ‘증여’로 내몰았나?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10.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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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 계산 해보니 증여가 최적…30억원 고가주택자들부터 증여 선택
- 세무서 증여세 신고 창구 북적이는 것 사실…작년보다 50% 늘 전망
- 취득‧양도‧보유 모두 압박→자산보유 하면서 소득 있는 자녀에 증여

“서울 강남에 시가 약 35억~40억원 아파트를 가진 2주택자라면 증여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죠.”

하나은행 박정국 상속증여센터장(세무사)이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딱 잘라 전한 최근 돈 좀 있는 고객들의 추세다.

7·10 대책 이후 3분기 서울 아파트 월평균 증여 건수가 이전보다 2배 이상 급증하자 최근 실제 은행의 우량고객들의 상담이 잇따르고 고객들 중 상당수가 실제 증여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박 센터장의 귀띔이다.

박 센터장은 “서울 강남에 공시가액 기준 35억~40억 원 짜리 아파트와 다른 지역에 다른 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 A고객은 최근 미리 계산해 본 증여세가 양도세보다 높았지만 증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A고객이 향후 10년간 집을 팔거나 증여하지 않고 보유할 경우 종합부동산세를 매년 8000만원씩, 10년간 약 10억원을 납부하게 된다”면서 “팔면 주택가격의 50%를 양도소득세로 납부하게 되니, 당장 7억원의 증여세를 내더라도 가족이 자산을 보유하는 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소득 있는 자녀가 보유세를 감당하면서 쉽게 형성할 수 없는 자산을 유지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실제 국세청 현장에서도 증여세 신고‧납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일선세무서 간부는 26일 본지 통화에서 “최근 부동산 증여세 신고‧납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런 추세라면 작년보다 약 5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국세청 자산과세국 한지웅 상속증여세과장은 “대법원과 한국감정원 자료를 토대로 부동산 증여건수가 발표된 바 증여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도된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 통계를 발표한 바는 없다”며 부동산 증여 추세에 대한 공식 확인은 유보했다.

한 과장은 “부동산 증여는 어차피 3개월 후 신고가 이뤄지는 것이니, 7.10 부동산대책 이후 실제 증여 증가 여부는 연말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7.10대책이 실패했다는 프레임의 보도가 많은데,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며 “양도 등 전체 부동산 거래 중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고, 세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아직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증여세율이 높고 양도세도 보유기간이나 주거요건까지 고려해야 하니 개인별로 사정이 달라 증여 증가가 세수 증가로 이어질 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정부 고강도 부동산 규제 효과로 올연말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시세보다 크게 낮은 ‘급매물’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매물 대신 증여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23일 발표한 부동산 통계에서 7~9월 3개월간의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가 8973건으로 상반기 증여 건수(8391건)보다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7월 이후 월평균 증여 약 3000건으로 상반기보다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7.10 대책에서 당초 1~4%였던 취득세율은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은 12%로 각각 인상했다. 또 2년 미만 단기 보유주택 양도세율은 60~70%로 올렸고,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도 종전보다 2배 높은 6%로 올렸다.

취득, 양도, 보유 모든 단계의 세금 부담이 늘다 보니 부동산 거래 자체가 줄었다. 지난 7월 1만6002건으로 정점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월 6880건, 9월 4795건으로 가파르게 줄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히 8월 이후 증여 건수가 늘어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증여 취득세율을 최대 12%로 높이고, 8월11일 이후 증여분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이날 이후에 증여가 증가한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증여 건수는 2843건으로 8월(2768건)보다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6680건에서 4795건으로 줄었는데 증여 건수는 되레 늘어난 것.

고가주택 비중이 높은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에선 지난 9월 매매(770건)보다 증여(1037건)가 더 많았다.

박정국 하나은행 센터장은 “정부가 의도덕으로 부동산 증여 쪽으로 유도한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적당한 강도와 속도로 증여 쪽으로 수렴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7.10 부동산대책 발효 직전 부동산 증여가 급증했지만, 증여 취득세가 인상한 8월12일 후로는 급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금 강화에도 증여 건수는 지속 유지되고 있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 그래프=연합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7.10 부동산대책 발효 직전 부동산 증여가 급증했지만, 증여 취득세가 인상한 8월12일 후로는 급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금 강화에도 증여 건수는 지속 유지되고 있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 그래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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