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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정부 세법개정안을 보면서
2020년 정부 세법개정안을 보면서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0.09.1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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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대한민국 헌법 제40조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헌법 제52조에서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정부도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서 국회에 제출하고 있는데, 조세법의 경우 주로 기획재정부에서 매년 법률 개정안을 준비해서 입법예고한 후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올해도 정부는 지난 7월 22일자로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입법예고기간을 거쳐 8월 31일자로 국회에 제출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의 기본방향을 코로나19 피해의 최소화 및 조기극복을 위한 투자·소비 활성화 및 성장동력 강화를 적극 뒷받침하면서, 포용·상생·공정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서민·중소기업 및 일자리 세제지원의 강화와 과세형평 제고노력을 지속하고, 경제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조세제도를 합리화하고 납세자의 권익보호 및 납세편의를 제고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세액공제 및 결손금의 이월공제기간의 확대, 금융투자 활성화를 위한 금융세제 개선과 신탁업 활성화를 위한 신탁세제 개선,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 상향,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금액의 대폭 상향,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가상자산 거래소득에 대한 과세, 주택보유에 대한 과세 강화, 개인 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 배당 간주제도 신설 등을 주요 개정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납세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제도개선과 더불어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만들고자 하는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발표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서 느껴지는 아쉬운 점이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주지하듯이 현재 법안제출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연중 수시로 세법개정안을 제출하고 있어 실효성은 크지 않으면서 세법규정만 갈수록 복잡해지고 이해하기 어려워진다는 비판이 있는 마당에 정부가 매년 많은 양의 세법개정안을 마련하고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경제상황과 정책방향에 따라 필요한 조세제도를 만들고 수정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 중 몇 가지 내용을 통해 이번 개정안이 갖는 바람직한 측면과 아쉬운 점, 앞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그동안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다소 거창한 구호성 기본방향을 제시하면서 실효성은 의문시되는 내용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에 비해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많은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세제개편안 중에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의 이월공제기간을 세액공제액의 유형에 따라 기존에 5년에서 10년간으로 하던 것을 모든 세액공제의 이월공제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해 기업의 투자리스크를 줄여주고자 한 것과 국제거래에 대한 이중과세조정을 위한 외국납부세액공제의 이월공제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고 10년 내에 공제받지 못한 외국납부세액공제액은 손금산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 그리고 결손금의 이월공제기간을 현행 10년에서 15년으로 확대하는 안은 초기투자액 과다로 인한 결손발생으로 어려움을 겪던 많은 기업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납부세액공제의 경우 국외원천소득에 대한 혜택이라기보다는 국제적 이중과세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미공제세액의 이월공제기간을 확대하고 10년 내에 공제받지 못하는 세액은 손금산입을 가능하게 한 점은 제도의 본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월결손금의 공제기간을 15년으로 늘리는 것도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월결손금을 소득의 종류에 따라 20년 간 또는 무한정 공제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반면에 올해 세법개정안을 보면서 아쉬운 점은 과거에도 납세자의 애로점을 해소하고 조세부담을 줄여주고자 도입하는 제도들이 적용요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예외적인 조항들을 추가함으로써 기대되는 효과에 비해 지나치게 복잡해지거나 납세협력비용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도 이런 내용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 중에 이런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소규모 개인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의 적용기준을 대폭 상향조정하는 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세 개인사업자들의 부가가치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상향조정하는 것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문제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적용요건과 규모에 따른 의무의 범위가 달라 실무에서 적용할 때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간이과세와 관련된 개정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현재 연 매출액 기준으로 간이과세 기준금액이 4800만원이던 것을 8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부동산임대업과 과세유흥업은 현재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또한 간이과세 기준금액이 8000만원으로 인상되더라도 연 매출액이 48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일반과세자와 마찬가지로 매출세금계산서 발급의무가 부여되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그동안 간이과세자가 매입세금계산서를 수취하는 경우 세액공제 해주고 미수취하는 경우에 특별한 불이익이 없던 것을 세금계산서를 수취하지 않은 경우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개정하려고 한다.

이처럼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상향조정하면서 제도를 오히려 더 복잡하게 할 바에야 차라리 현행제도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연 매출액 6000만원 정도로 조정하면서 영세사업자들이 큰 힘 들이지 않고 납세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단순화시키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납세자의 편의를 위해 제도개선을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이해하고 적용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식의 개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많은 고민을 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개정되지 않고 있는 규정들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도 충분히 검토가 되었으면 하는데, 올해도 그런 부분들에 대한 개정내용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면, 물가상승률과 생활비의 증가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동안 고정되어 있는 소득세법상 인적공제액에 대한 금액의 상향조정과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충분하고도 실질적인 세제지원책들이 필요해 보이는데 이런 부분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 보인다. 또한, 부가가치세법에서 접대비 관련 매입세액이나 비영업용 승용차에 대한 매입세액 등을 불공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중규제 논란과 정부가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등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이런 부분이 개정되지 않고 있는 것도 답답한 부분이라 하겠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제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이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많은 납세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생활밀착형 세제개편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해본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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