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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딜 시대, 車산업 낳은 경부고속도로 역할 자임한 제로페이
디지털뉴딜 시대, 車산업 낳은 경부고속도로 역할 자임한 제로페이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5.25 17: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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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돈의 길’이 신경제의 청사진”
— “신용카드 꼭 필요하되 앱카드로 전환돼 제로페이 고속도로 달려야 지속가능”
— 포스트코로나 비전, “유통기한・사용처 특정된 돈, 정부정책의 새지평 열었다”
— “완벽한 카드결제기반이 스마트결제 정착에 걸림돌”…기술혁신도 ‘새옹지마’
— 제로페이 가맹점 올해 100만개 ‘비전’…”익숙한 것, 과감히 결별해야 이룰 것”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난 뒤 자동차산업이 본격 발전궤도에 올랐습니다. 모든 산업 인프라들이 이 도로를 중심으로 연결돼 편성되고 발전돼 왔습니다. 제로페이는 경부고속도로 같은 ‘돈의 길’이죠. ‘디지털 뉴딜(Digital New Deal)의 모든 인프라는 장차 이 길을 중심으로 깔릴 겁니다.”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이 지난 21일 오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꺼낸 절묘한 화두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려고 꺼내든 ‘한국형 뉴딜’ 사업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 사업방향인 ‘비대면·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화두라는 점에서 더욱 신선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개발연대기 ‘모든 산업인프라들의 인프라’ 노릇을 했던 경부고속도로가 2020년 ‘지구촌 정보기술(IT)강국’ 한국에서 시도되는 ‘디지털 뉴딜’에서는 ‘제로페이’로 거듭나고 있다는 당찬 주장이다.

윤 이사장은 “경부고속도로는 산업계의 종합예술인 자동차 산업의 비전을 제시했고 제조와 유통, 소비 전 과정과 밀접한 새로운 개념의 도시 수요를 창출하면서 경제주체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지구촌의 2020년 현재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돈의 도로’이고, 이 ‘돈의 길’이 제로페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뉴딜의 핵심 인프라를 구성, ‘데이터화’를 통해 수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금 집행 위한 관리비용 최소화가 시대정신

지구촌을 휩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IT 강국 한국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재난 대응 과정에서 각국의 공공의료 수준과 국가 지배구조(Governance)의 차이, 지도자의 결단력 등이 대체로 드러났다.

그간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은 곧바로 잊어야 될 정도로 불필요해졌고, ‘국가의 귀환(Return of state)’이라는 용어가 부각되고 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 개념이 재조명 되고 있지만, 바이러스 확산 공포 앞에서 한국의 IT인프라가 실제 감염경로 추적 등의 역할을 통해 방역과정에서 큰 역할을 톡톡히 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재난으로 무너져가는 국민경제를 지탱하려 기본소득 개념의 재난지원금이 빠르고 정확하게 지급돼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IT는 새로운 장벽을 발견하게 된다.

“디지털 뉴딜의 인프라 ‘돈의 길’이 깔리면서 돈의 여정이 데이터로 축적됩니다. 이번 재난지원금 정책에서도 돈의 여정이 드러나겠죠. 정부는 세금으로 거둔 돈을 특정 사업에 지출,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되돌려 줍니다. 그런데 목적 이외에 관리비용이 많이 들었죠. 지금은 이 관리비용을 없애는 게 현안이 됐고, ‘돈의 길’이라는 제로페이가 디지털 뉴딜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정부 재난지원 목표는 경제의 말초혈관으로 기업의 80%에 이르는 중소기업 임직원들과 소상공인들이 최소한의 구매력을 유지, 기업들이 재난기 이후 생산과 고용을 유지해 국가 재정을 지탱하도록 하는 것.

다행히 한국 정부는 5월 하순 현재 ‘골든타임’을 지켜 일사분란하게 재난지원금을 집행, 예상한 정책효과가 가시화 되고 있다.

 

‘돈의 고속도로’ 토목공사 도와 준 바이러스

이번 재난지원금 지원 때 제로페이는 잠재력 있는 정책수단으로 첫 시험대에 올랐고, 무난히 예선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현금이나 카드와 경쟁하는 지불수단으로만 보고 있는데 실은 그 이상이다. 디지털 뉴딜이 부를 새로운 경제질서에 걸맞는 엄청난 잠재력의 산업인프라라는 설명이다.

“300만 상공인이 영업하는 산업계를 제로페이가 만든 ‘돈의 길’로 연결하면 5000만 국민들의 돈 주머니가 인프라에 연결됩니다. 모든 돈의 흐름, 모든 상거래는 돈을 주고 받는 공통분모를 통해 정보들이 다 연결돼 있죠. 디지털 뉴딜 인프라의 모든 산업인프라가 제로페이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특히 국가는 제로페이로 특정 산업, 특정 계층을 지원하는 등 새로운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서울시 재난지원금을 ‘돈의 고속도로(제로페이)’를 주행하는 서울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은 사람이 제법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사용을 제한하고 이용 범위를 자치구 단위로 좁혔고, 지역 골목상권의 영세 가맹점들에게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혜택을 준 결과 가맹점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들도 높은 소득공제와 추가 구매력 획득, 비접촉(untact) 간편결제방식 등 때문에 점점 제로페이로 몰려들고 있다. 정부가 골목상권에 재정지출 화력을 집중하려는 의도가 조금씩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폰앱 기반 결재인프라로 첫 출발한 서울사랑상품권이 코로나19에 따른 서울재난지원금, 국가재난지원금을 계기로 단기간 활성화 된 측면이 있어요. 이제 본 궤도에 올랐다고 보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플라스틱 카드에서 스마트폰 결제로 가는 여정이 조금 더 걸렸을 겁니다.”

 

플라스틱에서 스마트폰으로

기자가 “플라스틱 결제에서 스마트폰 결제로 가는 데 걸리적거리는 특정 규제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핀테크 발전을 위해 추진된 금융규제샌드박스를 포함한 각종 전통적 산업규제를 염두에 둔 질문이었는데, 윤이사장은 뜻밖의 대답을 했다.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여러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장벽 때문에 못한다는 접근으로는 아무 것도 못하죠. 인터넷 시대를 주름잡은 네이버도, 스마트폰 시대를 풍미한 카카오를 봐도 핀테크 기업이 법적 규제 때문에 명멸한다고만 볼 수 없어요. 특히 ‘돈의 길’을 내는 제로페이의 여정에서 진짜 장벽은 사람들의 습관입니다.”

익숙한 것(신용카드 결제습관)으로부터 결별하는 것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중국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가 과점상태이지만 한국은 수십개의 결제앱(payment application)이 등장했어요. 지금이 플라스틱 카드 결제에서 스마트폰 결제로 가는 과정이란 거죠. 중국과 베트남,  한국 모두 어차피 갈 길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촉진시킨 측면이 있어요.”

윤 이사장은 “핀테크는 레드오션이 아니고, 10년마다 기술이 바뀌고 새로운 블루오션이 생긴다. 자꾸 이혼하고 새로 재혼하고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정 공동체에 하나의 기술이 확실한 범용성을 갖고 잘 정착할수록 새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늦게 나타나 다른 공동체에 뒤지게 되며, 심지어 어떤 공동체는 한 기술을 건너뛰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는 플라스틱 신용카드처럼 ‘익숙한 것’과 ‘결별’하기가 더욱 어려운 반면 중국,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은 신용카드 시대를 거의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앱 결제가 한국보다 먼저 정착한다는 것.

“한국의 경우 (신용카드처럼) 재택근무나 온라인 학습, 원격진료 등도 잘 안될 겁니다. 규제 때문인 면도 있겠지만 ‘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점이 더 커요. 규제는 시간이 해결해주지만 기술은 코로나19 같은 재난이 없으면 좀처럼 전환 계기를 찾기 어려우니까요.”

윤 이사장은 한국에서 스마트폰앱 결제 생태계 구축이 늦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플라스틱 카드결제 시대의 선진국이었기에 스마트시대에 후진국이 됐다는 논리다.

“정부가 공적인 인프라로 제로페이라는 ‘돈의 길’ 만들기에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공공 핀테크 인프라를 시급히 효율적으로 대중화 시키기 위해 벤처경영을 도입, 지난 2019년 10월 1일 재단법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을 설립한 것입니다.”

 

“신용카드는 꼭 필요…제로페이와 경쟁 프레임은 잘못”

정부 재난지원금은 강제로 최단시간 안에 가계 소비수요를 창출, 총수요 증가를 통해 일자리 등 총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거시경제정책이다. 동시에 현행 소득재분배 시스템 대신 ‘유통기한이 있고 사용처가 제한된 화폐’를 통해 특정 계층과 업종・업태의 소득과 소비를 직접 이끌어낼 미시적 산업정책, 화폐금융정책을 혼합정책(Policy Mix)구사한 셈이다. 복지정책 성격도 띈다.

따라서 국민들이 제로페이 인프라를 통해 제공되는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재난지원금을 수령해 소비하는 것이 국가장책 목표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반면 국민들에게 가장 익숙한 신용카드 방식이 정책효과를 다소 저감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신용카드사들이 대기업이다보니 골목상권보다 대기업 이해관계를 더 끌어들인다는 점도 이런 부정적 여론 형성에 적잖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제로페이가 8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를 물리지 않자, 최근 몇년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가뜩이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신용카드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런 위기감은 제로페이를 ‘관제화폐’, ‘가맹점 제로’ 등으로 폄하하는 일부 언론의 악의적 비판보도로 이어졌다.

윤 이사장은 그러나 이런 상항을 신용카드와 제로페이의 경쟁으로 이해하는 프레임을 가장 경계했다.

“하루 카드결제액이 약 2.5조원, 그중 신용카드가 1.9조원 입니다. 반면 제로페이는 지난 4월 한달 결제액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어요. 카드에 견주면 ‘조족지혈’이죠, 경쟁 개념으로 이해하면 안됩니다.”

윤 이사장은 특히 “신용구매는 경제를 떠받치는 큰 기둥. 이 기능이 사라진다면 모든 부문에서 경제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신용구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높은 조달금리와 높은 거래비용, 민간기업 주주이익 보장 등 신용카드회사들의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 모델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들은 부인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고객의 결제계좌가 신용계좌에 연결되느냐 은행에 연결되느냐의 차이, 곧 카드라는 건 결제 매체일 뿐이죠. 앱카드의 확산을 보면 스마트폰앱이 신용거래를 담을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어요. 신용거래에 수반되는 이자를 가맹점이 수수료형태로 부담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고요. 다만 역사적으로 모든 거래비용은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신용거래의 미래를 단적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아요. 사용자가 이자를 부담하는 방식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올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체크카드가 제로페이로 옮겨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점입니다.”

 

데이터 맛, 고속도로의 맛을 본 한국 정부 

2020년 10월1일 국군의 날에 한결원 창립 1주년을 맞는다. 윤 이사장은 “당초 전국 가맹점 목표는 50만~60만개 정도 였는데, 잘 하면 80만개, 더 잘하면 100만개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재난지원금 정책을 성공리에 수행하면서 정부가 데이터 맛을 봤어요. 관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다수 국민들은 이번 코로나19 경험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사회복지 안전망이 생각보다 촘촘하고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을 깨달았죠. 실제 매년 이번 재난지원금 14조의 10배가 복지지출로 집행되고 있어요. 사각지대를 없애고 복지지출 정책목표에 부합하도록 통제하는 게 어려운 부문도 최저비용으로 투명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거죠.”

윤 이사장은 제로페이가 신용카드와 싸우는 결제수단이 아니라 디지털화 된 모든 결제수단들이 쾌속주행하는 ‘돈의 고속도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카드가 앱으로 다 바뀌면 모두 다 제로페이 도로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로페이는 신용카드와 싸우는 게 아니라 플라스틱 카드와 싸우는 것입니다. 다만 중국의 알리페이가 했던 것의 10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25일 제로페이 50만번째 가맹점이 서울 송파에서 탄생했다. 협력업체 파견요원을 포함한 80여 한결원 임직원들은 당분간 야근을 해야 한다. 기술적 오류를 잡는 시간은 차츰 줄어들고 있다. 가맹점 확산에 따른 축하 행사 준비 같은 예기치 못한 즐거운 일로 야근할 일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나랏일도 벤처방식으로 할 수 있어요. 아니, 그렇게 해야 해요. 그래야 정책도 ‘대박’이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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