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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메르스의 영웅, 이번엔 코로나19와 혈투중…ST환경 김성환 대표
[인터뷰] 메르스의 영웅, 이번엔 코로나19와 혈투중…ST환경 김성환 대표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3.1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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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방역현장서 2020년 납세자의 날 ‘아름다운 납세자’로 뽑힌 소식 들어
— 두달간 1억2000만원 회사비용으로 방역 봉사…사회적 책임 알아 준 큰 고객들
— “잘못된 방역이 바이러스 내성 길러 변종 부를수도…방역산업, 방위산업화 돼야”
— “계획적 통제 일원화 실패땐 모두가 잠재적 감염 확산자”…”질본 예비군 되겠다”
지난 3월3일 '제 54회 납세자의 날' 김현준 국세청장으로부터 '아름다운 납세자' 표창을 받은 김성환 에스티환경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 했다. / 사진=이상현 기자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국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에 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 약사협회가 공식 협력하고 있는데 방역협회는 빠져 있습니다. 앞으로 핵 전쟁보다 무서운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해 적절하게 맞서려면 방역협회가 예비군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난 12일 경기도 평택시 송탄 소재 방역업체인 에스티환경의 집무실에서 만난 김성환 대표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창궐 당시를 떠올리며 기자의 옷소매를 끌어당겼다.

 

"국가가 준 혜택, 코로나19 방역봉사로 갚아야죠"

<메르스의 영웅들>이라는 책에서 주인공의 한 명으로 등장하는 김 성환 대표는 코로나19가 전국 지역 확산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던 이날 오전에도 거의 잠을 자지 못한듯 피곤해 보였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인터뷰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관내 대기업들로부터 방역 상담과 의뢰 전화가 내내 빗발쳤다.

김 대표가 이번 코로나19 사태 발발이후 경기도 소재 음식점과 숙박업소 57개소에 2개월 간 무료로 방역을 해줬다는 언론 보도를 이미 확인했던 터. 기자가 “이른바 대목을 잡은 거냐?”고 짐짓 묻자 예상대로 김 대표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스쳤다.  감염병 창궐 시기지만 회사 매출 급증은 딱히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방역협회 임원을 지내면서 선후배, 동료 방역사업자들에게 늘 ‘방역사업자가 당장의 돈을 쫓으며 안된다’고 강조해요. 감염병은 국가는 물론 지구촌에 이르기까지 인류공동체를 일순간 무너뜨릴 수 있는 잠재적 재앙입니다. 공동체, 인류가 무너지는 감염병에 최전선에서 맞서야 하는 우리 방역산업계가 돈을 먼저 따진다면 인류에는 희망이 없는 것 아니겠어요?”

기자가 “그래도 영리기업이잖아요? 자금부담도 만만찮을텐데”라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정부가 시행하는 청년일자리 지원사업 프로그램에 따라 최근 2명의 청년 직원을 새로 뽑았습니다. 공공시설 등에 무료 방역서비스 소식을 들은 지역 대기업들의 방역서비스 요청이 많아졌으니까요. 고용한 청년들에게 국가가 월급을 지원하고 세제지원까지 해줍니다. 이렇게 공동체가 제게 부여한 혜택을 봉사로 갚는 것 뿐입니다.”

 

백서 제대로 작성돼야 신종 감영병에 매뉴얼 대응 가능

김성환 에스티환경 대표(맨오른쪽)는 지난 3일 관할 평택세무서에서 열린 '제54회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아름다운 납세자' 상을 수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약식으로 치러진 지난 3일 '제54회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김성환 에스티환경 대표(맨오른쪽)가 '아름다운 납세자' 상을 받았다. 사진 왼쪽이 나성길 평택세무서장.

대한민국 정부는 올해로 54회를 맞은 ‘납세자의 날’을 맞아 김성환 대표를 ‘아름다운 납세자’로 뽑아 지난 3월3일 표창장을 수여했다.

‘아름다운’은 쉽게 이해가 갔지만, 세금을 적잖게 낸 ‘납세자’인지 몰라 회사 경영상황을 캐물었다.

“바이러스 감염 예상지역 기업들과 공공장소에서 표면소독 등 전문 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인 대표로 지난 2015년 메르스 대응을 계기로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경기남부지역 대기업들이 큰 고객으로 우리를 찾고 있어요. 최근 꽤 고가의 기업시설 방역서비스 입찰이 있었는데, 기존 우수고객이라서 무상으로 제공한 적도 있습니다. 국가안보의 첨병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우리가 마스크 매점매석 업체들처럼 행동할 수는 없으니까요.”

김 대표는 과거 정부의 감염병 대응에 대해 일부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 코로나19 정부 대응에서는 확실히 달라야 한다는 바람도 거침 없이 피력했다.

“이번 코로나19는 메르스와 일부 특성 차이가 있지만, 방역체계는 같아요. 5년전 메르스 백서(white paper)만 잘 만들어 졌다면 초기 혼란은 훨씬 적었을 것입니다. 메르스 당시 시행착오가 이번 대응 매뉴얼에 거의 반영이 안 된 것 같아요.”

김 대표가 집무실에 종류별로 진열해 놓고 출동 대기 중인 방역 장비를 가리켰다. 당시 정부 예산으로 대거 사들였던 방역 장비를 이번에도 또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사들였다고 한다. 방역당국이 방역 장비와 자재・약재 등을 상시 운용관리 하는 계획은 물론 운용 개념조차 정착이 안돼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읍면동까지 방역장비를 보급하는데, 메르스 때 구입했던 장비들을 이번에 또 몇천만원씩 주고 사야 하는 거죠. 차라리 민간업체가 방위산업체 개념으로 유사시 방역 동원체계로 민관 협치(governance) 차원의 대비태세를 갖췄다면 대응 속도나 비용, 효율 모든 면에서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김성환 대표 집무실에 출동대기 중인 방역장비들. / 사진=이상현 기자
김성환 대표 집무실에 출동대기 중인 방역장비들. / 사진=이상현 기자

 

“감염병은 핵전쟁 수준의 국가안보 사안…방역업체 전시동원 예비군으로 편성해야”

김 대표는 환경피해나 감염병같은 재난사태도 안보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가 시의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방역산업을 방위산업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2015년 메르스 이어 이번에도 버스터미널 등 방역예산 확보가 어려운 다중이용시설을 위해 무료 방역 봉사를 해왔습니다. 돈 문제는 그렇다쳐도 방역산업체가 재난 콘트롤타워와 공식적인 협력관계를 가져야 비상시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가계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안심’이라는 표현이 생경해 다시 묻자, 김 대표의 대답이 기자의 무릎을 탁 치게 했다.

“감염병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공포’로 다가옵니다. 따라서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방역도 중요하지만, 그 ‘공포’를 예방하는 ‘마음의 방역’도 무척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이런 부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김 대표는 방역산업계가 ‘질병관리 예비군’으로 편성되면 최소 6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 메르스 피해를 재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우리 국가 질병관리본부가 방역산업계에 대해 상시 교육과 공조체제를 갖춰 ‘질병관리 예비군’으로 활용한다면, 의료적 대응은 물론 군사적 ‘심리전’에 해당하는 ‘마음의 방역’도 빈틈 없이 수행,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감염병을 핵전쟁에 견줄 잠재적 위협으로 대응하자고 촉구하는데,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라고도 했다.

“진료・치료 인력과 방역전문인력이 방호복을 입고 다니는 지역에 자원봉사자가 일반복장으로 그냥 다녀요. 위험수준에 따라 3지대로 구분해 인력접근통제를 하고 예방과 표면소독 등이 일원화 돼 일사분란하게 진행돼야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안 그러면 모두가 잠재적 확산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물심양면으로 방역해야 감염병의 사회적 비용 최소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정부 대응을 비롯한 한국의 의료수준이 지구촌 전역에서 높게 평가됐지만, 감염병 대응 체계는 아직 불안한 게 많다는 게 김 대표의 시각.

특히 부적절한 방역 대응이 다음에 인류를 더 치명적으로 공격할 바이러스 변종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목에서 ‘담대함’을 자부해온 기자도 일순간 오싹해졌다.

“감염병 확산속도가 빨라지는 등 다급해지면 소독 등 약재 오남용이 생길 수 밖에 없어요. 약재의 특성과 사용, 취급, 보관, 사후처리 방법이 모두 다른데,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가령 약재만 뿌리고 닦지 않으면 확산 환경을 조장해주는 효과도 있어요. 이럴 경우 당연히 바이러스 내성도 생길 수 있어요. 약재의 공격을 물리칠 내성이 2차적 문제, 쉽게 말해 신종 바이러스 출현의 계기가 잘못된 방역과정에서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훈련된 집단이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공포’가 ‘분노’와 ‘희생양 찾기’로 번져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심리적 방역’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의료수준이 지구촌에서 으뜸인 점은 이번에 잘 입증됐습니다. 다만 몇몇 재난대응 과정의 대처가 미흡했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재난상태에서 심리적 안정은 가장 중요합니다. 마스크 수급을 제대로 못하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피했죠. 그러나 재택근무와 넓직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대기업 직원들과 달리 중소기업,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들은 그냥 경제활동을 멈추라는 것에 다름 아니죠. 정부가 조금만 잘못 판단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합니다. 방역산업계가 예비군으로 투입됐다면, 실제 바이러스 방역은 물론 국민들 마음의 방역도 제 때 수행,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하는 데 적잖게 기여했을 것입니다.”

 

사회적 책임 다하니 큰 고객들이 찾아왔다

국세청 시계 / 사진=이상현 기자
김 대표 집무실에 걸려 있는 국세청 시계 / 사진=이상현 기자

감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무료방역봉사를 하느라 하루 수백만원 이상의 비용이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 했지만, 에스티환경 임직원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김대표는 휴일에도 방역봉사를 해야 하는 직원들의 방역장면을 방송국에서 촬영할 때도 최대한 국민의 신뢰를 주는 자세와 전문적 설명을 하라고 꼼꼼히 지침을 줬다.

‘정직’과 ‘신뢰’, ‘착한 회사’가 에스티환경의 모토이기 때문.

“어려웠을 때 도와주는 사람이 오래가는 법. 재난시기 기업들의 방역의뢰가 들어와도 표준단가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아무리 급하고 웃돈을 얹어주려고 해도 고집스레 표준단가를 고수했어요. ‘정직’과 ‘신뢰’, ‘착한 회사’라는 점을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죠. 학교 등 공공기관은 표준단가 이하, 과거 사례가격대로 해줬죠. 일한만큼 매출이 늘지 않으니 인력대비 매출과 노동생산성이 높지 않아요. 하지만 결과는 신뢰로 돌아왔어요. 깐깐한 대기업들이 '함께 오래갈 수 있는 회사'로 인정해주기 시작한 거죠.”

국세청이 에스티환경을 ‘아름다운 납세자’로 선정한 이유를 짐작케 한 대답이었다.

김 대표는 기자와 만난 날 아침에도 와상환자 500명 가량이 치료를 받고 있는 인근 평택과 송탄보건소에서 소독 봉사를 했다. 평택역과 터미널, 시장 등 18개 공공장소에서는 매일 무료로 이른 바 ‘거점소독’ 방역 봉사를 하고 있는 것.

무료봉사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기업들을 위해 손수 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 소독자료'를 지역 소재 기업들에 나눠주기도 했다.

“금액으로 하루에 200만원, 두달간 월 6000만원 정도 비용이 들었습니다. 2015년 메르스 때처럼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지 않았습니다. 자발적으로 했습니다. 회사가 당연히 해야 할 사회적 책무로 여기고 돈 받지 않는 봉사를 선택한 거죠. 그 결과 인근의 대기업들이 대부분 고객이 돼 줬습니다.”

메르스의 영웅 김성환 대표는 큰 그림을 보고 오늘도 바이러스와 사활을 건 전투를 벌이고 있다.

3~4월이면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공격할 지도 모른다. 역학조사가 석연치 않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높은 치사율로 아프리카를 벗어나 지구촌으로 진출하고 있는 에볼라 등 만만찮은 적들이 대한민국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병은 이제 치료 개념이 아니라 전쟁 개념이 됐다. 김 대표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에스티환경은 무료봉사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기업들을 위해 손수 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 소독자료'를 지역 소재 기업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김성환 대표는 최근 김현준 국세청장이 수여한 표창장을 집무실 입구 서고 맨 앞에 펼쳐놓고 기자를 맞았다. / 사진=이상현 기자
김성환 대표 집무실 한 면은 그동안 그가 정부와 의회, 기업, 민관단체들로부터 받은 표창장과 상장, 감사장, 공로패 등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 사진=이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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