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2-22 21:24 (목)
법인세 때문에 떠나는 걸까? 법인세 낮추면 경제가 살아날까?
법인세 때문에 떠나는 걸까? 법인세 낮추면 경제가 살아날까?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10.29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자본의 자유는 국가의 손해…조세피난처의 약화는 피난기업 모국의 이익"
- 노벨경제학상 수상 경제학자의 외침 "저소득층 소비 없이 경제성장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정감사장에서 “지금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가 투자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법인세를 낮춰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재계와 일부 야당의 주장에 대한 사실상의 반박이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가 바로 몇 시간 전에 한 말이 홍 부총리에게 소신 발언을 하도록 용기를 준 것으로 보인다.

바네르지 교수의 책
바네르지 교수의 책 <Poor Economics>

아브히지트 바네르지(Abhijit Banerjee)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1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가진 자신의 책 출간 행사에서 법인세 인하 정책이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바네르지 교수는 “감세로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고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 가능하다”면서 “기업투자는 수요에 반응하며, 수요를 늘리려면 직접세를 늘리고 그 혜택을 저소득층에 분배하라”고 강조했다.

바네르지 교수는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은 노동소득에 대한 세금보다 더 낮은 비율로 과세돼야 한다는 주류 경제학에 불만이 많아 보인다. 그는 자본이 노동보다 모든 면에서 자유롭고 여유가 많다고 본다.

실제 자본은 마음만 먹으면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과세권을 이탈해 저세율 과세권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른 바 자본의 완전한 이동성(Perfect Capital Mobility)이다.

반면 노동은 근로소득에 대한 실효세율이 높아도 세율이 낮은 지역으로 빠르고 자유롭게 옮기기 어렵다. 물론 과거보다는 이동성(Mobility)이 좋아져 각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본처럼 합법적이고 용의주도하지는 않다.

국가 규제를 최소화 하고 기업경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자유주의 싱크탱크들은 높은 법인세를 부과하는 나라들을 여러 측면에서 비판한다.

미국의 납세자 단체인 조세재단(Tax Foundation)은 지난 9월말 <2019년 지구촌 조세경쟁력지수(International tax competitiveness Index 2019)>를 발표했다.

조세재단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지구촌 조세경쟁력 지수가 지난 2018년보다 낮아졌다. 조세재단은 “한국은 현재 세수 감소로 미래에 거둘 세수를 납부할 기업들의 능력이 지속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래 세금수입으로 이어질 이런 과세 연기는 10년까지 가능한데, 한국 대기업들은 과세 연기 소득을 전체 과세소득의 최고 60%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한국의 지구촌 조세경쟁력은 전년 24위에서 26위로 두 단계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조세재단은 반면 캐나다가 법인세를 낮췄다며 칭찬했다. 조세재단은 “캐나다는 기계 및 건물에 대한 자본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을 확대, 법인소득세 과세표준을 낮췄다”면서 “미국에 뒤이어 단기 자산에 대한 완전상각을 허용, 지구촌 조세경쟁력이 작년 20위에서 15위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전통적인 조세피난처(Tax Haven) 아일랜드에 대한 조세재단의 평가를 보면 여러 생각이 교차된다. 조세재단은 아일랜드가 외국기업에 대한 신규 규제 시행 후 국제적인 조세 규제 점수가 작년 14위에서 올해 17위로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새 규제는 단순히 조세 혜택을 위한 이면계약(non-genuine arrangements)을 맺는 해외 자회사에게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조세는 근본적으로 일국적이다. ‘조세피난처’라는 오명을 들어온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압력으로 특정 국가 기업의 조세회피(Tax Avoidance)에 대해 과세를 실시하자, 자유주의 단체 조세재단은 “글로벌 조세경쟁력이 낮아졌다”고 비판했다.

한국 국세청 입장에서 아일랜드는 솔직히 골칫거리였다. 한국의 대기업과 재산가들이 불법으로 해외에 소득‧재산을 은닉하거나 도피, 내국세수 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역외탈세의 중요한 근거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국세청 입장에서 아일랜드 정부가 이런 조세회피 소지가 있는 특수관계자 거래에 대해 과세를 시작했다는 것이 당장 어떤 실익을 가져다줄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의 대기업과 재산가들이 더 이상 아일랜드를 소득‧재산 해외 은닉‧도피지로 삼기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국제사회가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대응’에 공조하는 차원에서 전통적인 조세피난처 국가가 조세회피 거래에 세금을 물린 것은 한국 국세청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다.

아일랜드가 역내 사업법인의 조세회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국제적인 조세경쟁력을 상실한 것이 한국 정부의 조세징수 기회를 늘려줬다는 점은 역설적인 ‘제로섬게임’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과세소득을 조세피난처로 빼돌린 한국 기업들에게까지 법인세를 깎아줘야 할까. 무엇보다 그게 한국의 성장에 도움이 될까.

요즘 한국 기업들 중에는 “오는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리고 이미 몇몇 대기업 대주주들이 홍콩과 같이 배당소득세율이 0%인 나라에 자회사를 세워 다른 해외법인들의 이익을 빨아들이는 수법으로 기업 이익을 비정상적으로 빼돌리고 있다.

국세청은 세수기반 잠식을 야기하는 이런 역외탈세에 대응하려고 2020년도 세출예산안에 67억2200만원을 책정했다. 이 돈은 그러나 한 해 전보다 1억1900만원 감소한 액수다. 국세청은 매년 200건 가량의 역외탈세 조사를 벌여 1조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하고 있다. 2018년의 경우에도 역외탈세 세무조사를 226건 실시한 결과, 1조3376억원을 추징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국세청 창끝이 예리해지는 것만큼 기업과 부자들을 꼬드기는 로펌, 회계법인들의 방패 또한 강력해지고 있다. 로펌과 회계법인 소속 조세전문가들은 날로 지능화‧고도화되고 있으며,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다단계 거래구조를 설계하는 등 복잡한 방식으로 조세회피를 권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로펌과 회계법인의 조세회피 자문 때문에 이런 ‘지능적 역외탈세자를 끝까지 추적‧과세’한다는 국세청 자체과제에 대한 정부업무평가(자체평가) 결과는 2016년 이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네르지 교수가 ‘법인세를 낮춰도 실질적인 수요가 없는 이상 기업들이 여윳돈을 투자에 쓰지 않으며 오히려 돈을 더 쌓아둔다’는 얘기는 오늘날 한국을 콕 집어 얘기하는 것 같다.

법인세를 낮춘다고 한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늘릴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인들의 구매력이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조짐에도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생활물가와 세금‧사회보험료 등 높은 비소비지출, 일자리 상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은 소비심리 악화를 부추긴다.

게다가 OECD는 한국을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유독 미약한 나라로 분류한다. 이런 나라에서 법인세 인하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증가해 소비가 늘고 세금도 많이 걷히는 선순환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2019 International Tax Competitiveness Index Rankings
Country Overall Rank Overall Score Corporate Tax Rank Individual Taxes Rank Consumption Taxes Rank Property Taxes Rank International Tax Rules Rank

Estonia

1 100 2 1 9 1 11

New Zealand

2 86.3 24 4 6 2 9

Latvia

3 86 1 6 29 6 7

Lithuania

4 81.5 3 3 24 7 17

Switzerland

5 79.3 8 10 1 34 1

Luxembourg

6 77 23 16 4 19 5

Australia

7 76.4 28 15 8 3 12

Sweden

8 75.5 6 19 16 5 14

Netherlands

9 72.5 19 21 12 12 3

Czech Republic

10 72.2 9 5 34 13 6

Slovak Republic

11 71.4 14 2 33 4 31

Austria

12 71.4 17 29 11 10 4

Turkey

13 69 18 7 20 18 16

Hungary

14 68.6 4 8 35 25 2

Canada

15 67 20 25 7 20 18

Germany

16 66.9 26 26 10 16 8

Ireland

17 66.9 5 33 23 11 13

Finland

18 66.8 7 27 15 14 23

Norway

19 66.2 12 13 18 24 20

Slovenia

20 65.1 10 17 30 22 15

United States

21 63.7 21 24 5 29 28

Iceland

22 61.8 11 28 19 23 22

Spain

23 60.3 22 14 14 32 19

Denmark

24 60.1 16 34 17 8 29

United Kingdom

25 60.1 15 22 22 31 10

Korea

26 59.5 33 20 2 26 34

Belgium

27 57.2 25 11 26 27 25

Japan

28 57.1 36 32 3 30 21

Mexico

29 54.2 32 12 25 9 35

Greece

30 52.9 29 18 31 28 26

Israel

31 51.9 27 36 13 15 33

Chile

32 49.1 30 23 28 17 36

Portugal

33 46.6 34 30 32 21 30

Italy

34 44 31 31 27 35 27

Poland

35 43.5 13 9 36 33 32

France

36 42.7 35 35 21 36 2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