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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건강보험 운용하면 안되나?
국세청이 건강보험 운용하면 안되나?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09.2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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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보험료는 국민이 수지타산 알 수 없고 보험료 인상도 관여 못해

건강보험료를 비롯한 사회보장성기여금이 근로소득자 소득의 9%에 육박했다고 한다.

건강보험료는 지난해 2.04%, 올해 3.49% 오른 데 이어 내년에 3.20% 인상된다. 건보료 별도 항목으로 표시된 장기요양보험료도 2010년부터 동결됐다가 작년부터 2년 연속 올랐다. 2017년까지 6.55%이던 장기요양보험료율은 현재 8.51%다.

고용보험료도 숨가쁘게 오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도산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사업장에서 일하던 근로소득자들이 대거 실업자가 되면서 실업급여 수요가 급증, 현재 일자리가 있는 직장인들이 고용보험료를 더 낼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월급쟁이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의 노란조끼 시위대들이 46주째 주말 시위를 이어가면서 주창하는 ‘연대(solidarity)’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해도 좀처럼 쉽지 않은 이유가 여럿 있다.

건강보험료는 3년 사이에 16%가 올랐다. 건보료는 현행 국가재정법상 일반회계나 특별회계는 물론이고 기금으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건강보험은 건보공단의 자체 재정으로 관리되고 있다. 건보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소속으로, “국가가 건강보험료 적자분을 국고보조금으로 메워라”고 촉구하고 있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건보 적자를 메우려면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건보 재정의 수지구조를 파악해야 하는데, 건보는 법적으로 그럴 수 없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국가의 최종적인 책임구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회가 재정심의를 한다면 이런 엄청난 건보료 인상률이 가능했을지도 의문이다.

건보공단이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간다면 적어도  화를 내면서 이 문제를 논할 까닭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건보공단 종사자들의 월급도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로 지급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올 하반기 정규직 483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매년 1000명씩을 뽑는다고 한다. 건강보험공단 종사자는 총 1만5000명에 이른다. 대다수가 보험료 산정과 부과, 징수 업무를 하고 있다. 건보공단 종사자의 평균 급여는 7000만원에 육박한다고 전해졌다.

노조가 원하는대로 건보공단의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려면 건강보험 재정을 국회가 통제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자체 관리되고 있는 건보공단 재정을 국가적 합의로 기금화, 국가재정에 편입하고 그 운용책임을 행정부와 국민대표들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재정건전성을 갖췄는 데도 불가피하게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면 납세자들도 기꺼이 더 낼 것이다. 건강보험재정이 민주적으로 통제된다는 전제가 성립하니까.

차제에 국민건강보험을 국세청에서 일괄하는 쪽의 개혁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노동자는 자신의 근로소득 중 일부를, 지역가입자인 재산보유자는 재산 보유에 상응하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건보공단 업무의 대부분은 어차피 보험료 산정과 부과, 징수다.

국세청의 전공이 근로소득 원천징수를 담당하고 재산의 조사와 공시가격 산정 등을 담당하는 일이다.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전산화 된 부과징수 근거자료들을 관리하는데 굳이 1만5000명의 인력이 또 필요한지 의문이다. 차라리 그 인건비를 크게 아끼돼 사회복지 인력 충원과 복지 질 고급화 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은 한창 일 할 나이로, 건강하거나, 너무 건강해서 병원에 갈 일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혜택 받을 일이 거의 없는 사회보험이다. 돈을 잘 버는 사람일수록 건강 관련 지출도 많아 건강보험 기금을 덜 쓸 것이다. 이들은 보험료만 내지 보험금 혜택은 별로 못 보니 당연히 불만이 생긴다. ‘나이가 들거나 나중에 중한 병에 걸렸을 때 국가가 보장해주겠지’라는 믿음으로, 아니면 그저 ‘울며 겨자먹기’로 건보료를 납부할 뿐이다.

그래서 건강보험료는 건강보험공단 사람들을 위해 쓰여져선 안된다. 그리고 보험료 기금이 당장 쓸 일이 없다면 그것은 보건복지부가 국민보건정책에 성공한 경우니, 상을 줘야 한다. 의사들의 경쟁이 격화된다고 특별한 정책변화가 없는데도 의사들을 먹여 살리는 데 쓰일 돈도 아니다.

스웨덴이 국세청 조직의 인프라를 이용해 세금 이외에도 건강보험과 연금 업무를 동시에 주관하고 있는 점을 본받아야 한다.

한국의 납세자들은 소득과 재산에 따라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산정하는 같은 일을 하는 보건복지부와 국세청을 위해 각각 따로 세금을 낼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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