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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화폐개혁(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
[시론] 화폐개혁(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
  • 안연환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19.05.31 0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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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연환 논설위원·세무사

1.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의 개요

최근 화폐개혁에 대한 뜨거운 이슈가 대두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라는 국회 정책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러한 화폐개혁에 대한 논의의 배경은 지난 3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란” 한 나라에서 통용되는 모든 화폐에 대해 실질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을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거나 새 통화단위로 바꾸는 조치를 말한다. 즉, 단순히 화폐단위의 액면을 낮은 단위로 변경하는 조치이다.

해방이후 우리나라는 1950년, 1953년, 1962년 등 3차례에 걸쳐 화폐개혁(긴급통화금융조치)을 실시한 적이 있다. 이 중 1953년도(100원을 1환으로)와 1962년도(10환을 1원으로)는 화폐단위 변경조치를 병행하여 실시했다. 1962년도에 전격적으로 실시된 화폐개혁은 음성적인 지하자금을 끌어내어 경제발전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인별 한도를 정하여 신권화폐로 교환해 주었으며, 나머지는 은행예금으로 강제화시켰다. 정부의 이러한 강제적 조치는 국민들에게 화폐개혁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널리 퍼지게 하는 게기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는 화폐개혁(리디노미네이션)은 단순히 화폐단위 액면변경을 의미하는 통화개혁조치로서 1962년도 신권 화폐교환이 제한되는 화폐개혁조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2. 리디노미네이션 장·단점 및 외국 사례

1) 장·단점

리디노미네이션의 긍정적인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며 계측이 쉽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미국 1달러당 1원단위의 환율로 화폐단위를 변경하면 변경된 신권원화는 선진국형 화폐로 위상이 제고된다.

둘째, 화폐단위 변경으로 기본 구매력이 확대되며, 유효수요를 창출하여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

셋째, 화폐단위를 변경하면 거래금액의 계산, 회계처리 기록 등이 신속·간편하게 되어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넷째, 화폐교환을 통해 지하자금을 양성화 시킬 수 있으며 세수확보와 경기부양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부정적 원인으로 들고 있는 것은 첫째, 리디노미네이션을 하게 되면 화폐변경에 따른 화폐주조비용, 은행 자동화기기 교체, 전산시스템의 교체, 각종 회계양식의 변경 등 직접적인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둘째, 화폐 교환과정에서 개인재산이 노출되는 등 현금부자들의 불안심리가 증대된다. 셋째, 기존 소액단위의 가격표시가 절상되어 일부 물가상승이 우려된다. 넷째, 화폐개혁이 부동산 가격상승 등 물가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2) 인도와 유럽의 화폐개혁

인도는 2016년 11월 8일부터 12월 30일에 한하여 구권화폐와 신권화폐를 교환하는 화폐개혁을 실시했다. 전격적으로 실시된 인도의 화폐개혁은 강제적이고 급진적이었다. 즉, 교환기간(약 50일정도) 안에 구권을 은행계좌에 예치하거나 신권으로 교환하지 않으면 구권화폐는 휴지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또한 25만루피(원화기준 410만원) 이상 구권화폐가 입금된 은행계좌는 자금출처를 소명해야 하며, 자금출처가 불분명할 경우에는 30% 세금과 200% 벌금을 부과했다. 이러한 화폐개혁은 현금부족 사태를 유발하여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었으며, 2017년 약 04.%∽3.3% 정도 경제성장률이 떨어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991년 1월 1일부터 유로화를 출범시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은행, 상품가격표시 등에서 ‘장부상 통화’로만 존재하다가 2002년 1월 1일부터 실제화폐로 사용되게 되었다. 유럽연합(EU) 개별국가는 기존화폐를 최소 10년 또는 무기한으로 유로화로 교환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서 유럽 각국의 국민들이 유로화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적응기간을 두었다. 따라서 유럽각국의 유로화로 도입은 물가불안 등에 별다른 부작용이 없이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

 

3. 결론

지금의 한국은행권은 1962년 화폐개혁 이래 지난 57년 동안 사용되어 왔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급속도로 확대되었으며 국내총생산(GDP)도 1962년도에 비하여 4,872배(1962년도 3,658억원, 2018년도 1,782조2,689억원)나 뛰었으며, 1인당 GNP도 3만불이 넘어섰다. 현재 OECD국가 중 미국 1달러에 네자리 숫자의 교환가치를 가지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며 OECD 선진국 대열에 서 있는 대한민국은 이제 경제규모에 걸맞은 화폐단위 개혁(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다.

리디노미네이션의 적절한 시기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대체로 경기침체기에 접어들어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어 가격상승 가능성이 높지 않을 때, 일자리 및 투자수요가 필요할 때가 가장 적절한 시기로 보고 있다. 따라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하고 있으나,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되고 세계경제가 불확실한 이때가 과연 리디노미네이션의 적절한 시기인지는 신중히 생각해볼 문제이다.

화폐개혁의 방법으로는 박정희 정부의 1962년도 강제적 화폐개혁 조치와 인도식 화폐개혁 및 유럽연합 국가의 유로화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가 리디노미네이션을 한다면 유럽연합 국가의 유로화 도입조치를 참조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즉, 물가불안 및 부동산가격 상승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이 화폐개혁을 실시한 유럽연합(EU) 같이 일정기간 신권과 구권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화폐교환을 유도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의 약 15%∽20% 정도가 지하경제 규모라고 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유럽연합(EU)은 고액권 회수율이 90%가 넘고 있으나 한국은행이 발행한 5만원권에 대한 회수율은 50%∽60%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지하경제를 양성화시키기 위해 화폐개혁을 실시할 때 화폐교환은 은행을 통하여 실명제방식을 택해야 한다.

최근 일부 언론기관이 박정희 정부시절 화폐개혁과 인도 및 북한의 화폐개혁 실패사례를 중심으로 화폐개혁(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형 리디노미네이션을 벤치마킹하면 부작용 없이 화폐개혁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현금을 보유한 자는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걱정할 것이 없다. 다만, 마늘밭에 비닐포대로 5만원권을 묻어 놓은 사람이나 과거정부에서 부정부패로 고액의 현금을 숨겨놓고 있는 사람들은 화폐개혁(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걱정될 것이다.

 

 


안연환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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