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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민간 인재 수혈하려면 사고방식부터 고쳐야
공직사회, 민간 인재 수혈하려면 사고방식부터 고쳐야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04.1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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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운명 바꿀 인재 모신다는 자세로 뽑아야”…고압적 태도 버려야

“마땅한 보직 없어 간부급 공무원에 ‘육아휴직’까지 권고” 소문 파다

4차 산업혁명, 외교‧안보‧경제 불확실성 증가해도 필수인력은 부족해

최근 관가 한쪽에서는 마땅한 보직을 못 찾은 기존 공무원들의 인사적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필수 인력을 민간인경력자채용으로 수혈해야 하는 ‘수급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영수 중심으로 예습복습을 철저히 한 사람’ 위주로 뽑을 수밖에 없는 기존 공무원 채용시스템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다자외교, 국토균형발전, 제약‧바이오산업육성 등 새로운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국가 과제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인재등용의 개념과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부처 인사 부서에서 10년 차 안팎 공무원들에게 ‘육아휴직’을 제안하고 있다는 소문이 최근 관가에서 돌고 있다. 부처 인사 담당자가 ‘적당한 보직이 없으니 육아휴직을 신청해 1년 정도 가정 일을 돕다가 오면 안 되겠느냐’는 취지로 제안했다는 소문이다. 소문의 진원지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가가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이 큰 폭 증가하면서 나랏빚이 1700조 원에 육박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2년까지 공무원을 17만4000명 늘린다는 공약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

공직사회 인력의 절대부족을 걱정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재계 한켠에서는 ‘일반기업에선 비용절감 때문에 일손이 모자라 주말 근무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데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공무원 수는 넘쳐나 유급휴가까지 쓰라고 하냐’며 한숨 짓는다고 한다.

기존 공무원은 남아도는데 정작 꼭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갖춘 공무원은 부족해 일부 수혈이 불가피 한 점은 국민들이 이해해야 할 정부의 딱한 사정이다.

한 예로, 국세청은 올해 대내외 변동요인 확대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디지털‧글로벌화 진전으로 지능적 조세회피가 증가,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 등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한 중장기 세입확충 방안에 부심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디지털과세와 이전가격 조작 검증과 과세, 이와 결부된 국제사회의 대응 프로젝트인 ’세원잠식과 소득이전(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BEPS)‘ 제도 등을 위해 각 분야 많은 인재들을 민간인경력공채로 뽑아야 할 형편인 셈.

국세청 뿐 아니라 다른 부처도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국제사회의 외교‧안보‧교역환경 변화 등으로 똑 같은 사정에 처해 있지만, 민간부문과 인재를 교류하는 시스템은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민간인경력자를 채용하는 공문에 나타난 ‘서류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시험 할 때 착안사항’을 보면 현 공직사회의 개방형 공직자 채용에 대한 구태적인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채용 대상 민간인의 ‘전문지식과 그 응용 능력’은 4번째 덕목으로 예시돼 있고,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가 가장 먼저 제시돼 있다. ‘예의, 품행 및 성실성’이 두 번째 덕목이고 ‘창의력, 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순이다.

지난해 국세청의 국장급 간부 경력개방형 직위 공개모집에 응시했던 한 전문가는 “채용 과정에서 면접관의 태도에 많은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1차 면접 대상자 4명 중 한 명으로 뽑혀 7명의 면접관이 진행하는 면접에 참여했는데, 면접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 판례를 2개 얘기해 보라’고 해서 당황했다”면서 “잠시 대답을 머뭇거렸는데, 면접관이 목소리를 높여 대답할 것을 재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명의 여성 면접관이 있었는데 인사관리 전문가로 보여 법률전문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판례를 얘기해야 모든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줄지 잠시 고민했던 것인데, 면접관의 태도에 더욱 당황해 이후 면접을 어떻게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해당 경력개방형 공개 모집의 경우 국세청이 선발하는 것이 아니고 인사혁신처가 최종 선발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모집공고에 난 각종 기준 등은 국세청이 제시한 것이 아니고, 선발 과정에서 국세청의 역할도 거의 없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 개방교류과 양재호 주무관은 "기존에는 각 부처에서 개방형 공개모집을 주도했는데, 자기 부처 퇴직자 등 부처 이해관계가 큰 사람만 뽑는 부작용이 있어 2014년 7월 개방형 공모제도를 개선, 채용 부처는 뽑는 직위에 대한 안내만 제출하고 최종 선발은 인사혁신처가 총괄한다"고 확인했다.

양 주무관은 또 "경력개방형 공모는 공무원 출신자의 응시가 불가능하고 순수 민간인경력자만 뽑는 전형"이라면서 "채용 부처인 국세청에서 1명 이상의 면접관이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세청 출신 공무원 등에 따르면, 국세청 인사에서는 연령과 조직생활 경험이 중시된다.

국세청장을 중심으로 차장, 지방국세청장, 본청 국장들의 임용출신별 안배와 서열이 비교적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 이는 타 부처에 견줘 유독 고질적 인사적체를 감내하는 생존방식이자 지휘통솔에도 적합한 관행으로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국세청 공무원으로서 납세자 관련 정보에 대해 비밀을 엄수해야 하고, 크고 작은 청탁과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강단을 유지하려면 인내심과 숙고하는 습관, 조직 보위의 관점 등도 필수적이다. 민간인 전문가를 뽑을 때 당연히 큰 조직에서 일정 기간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세청이 직접 뽑지 않더라도 면접위원 7명 중에 국세청 고위 간부가 포함됐다면 이런 국세청 인사 가이드라인이 반영될 수 있고, 인사혁신처도 채용 부처인 국세청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고위 간부를 포함한 조직내 다른 간부들과 새로 임용할 민간인 경력채용 대상자의 화합과 시너지를 고려하지 읺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 부처 지도자들이 민간인 경력채용 대상 전문가들을 채용할 때 갖는 마음 자세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직자 출신으로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한 전문가는 “국가는 공공의 이해관계를 위해 가장 적임자를 뽑아야 하는 만큼 채용과정에서 대상자의 전문성과 잠재 능력을 깊이 존중하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세무사는 “잠재능력이나 평판 등 SWOT(강, 약, 기회, 위협 요인)를 미리 다방면으로 알아본 뒤 모셔온다는 식으로 뽑아야지,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듯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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