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10 (목)
[國稅칼럼] 간혹 이런 일도 있다
[國稅칼럼] 간혹 이런 일도 있다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8.12.07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웅 (본지 논설위원)

돈 빌려준 사람은 꼬부리고 자고 돈 빌린 사람은 두 다리 뻗고 잔다는 말이 있다. 잘못 송금한 사람은 돌려 달라고 사정하는데 입금 받은 사람은 배짱이다. 소송을 걸어야 돌려준다. 소송을 하면 다 해결될까? 소송을 해도 돈을 다 써버리고 없으면 헛수고일 뿐이다. 그럼 안 내도 되는 세금을 낸 사람은 어떠할까? 꼬부리고 잘까? 두 다리 뻗고 잘까?

과다납부한 세금이야 상대가 국가기관인데 설마 떼먹으랴? 그럴까? 20년 전에 해외로 이민 갔던 분이 귀국해 세무서에 들렀는데 친절해서 조국이 선진국이 되었음을 실감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어느 곳인들 완벽하기만 하겠는가. 똑같은 생산라인에서 생산하지만 불량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기업은 QC팀을 동원하여 마지막까지 정밀검사를 하여 불량을 철저히 제거한다. 만에 하나 불량이 나오고 그게 보도되는 순간 그 제품은 끝이다. 주력 품목이면 회사가 거덜난다. 그러니 품질관리는 회사의 명운줄이다.

한데 세금은 어떠할까? 국민이 잘못 내거나 부과된 세금은 과세적부심, 이의신청, 심판청구, 3심 행정소송의 여섯 단계를 거치며 구제를 받는다. 그런데 구제율을 보면 기업의 불량품 관리방식과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과세적부심에서 구제되고, 이의신청에서 구제되고 남은 건들이 조세심판원에 가는데도 여전히 30% 전후의 구제를 받는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세 단계의 행정심판에서 계속 인용이 나온다. 불복 한 단계의 인용률이 3분의 1이라면 이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과세품질 개선에 일대 소동이 벌어져야 할 법도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그만큼 타성에 젖은 것이다.

세무서가 타 행정관서보다 일도 많고 고생도 많이 하는 곳인 건 전직이나 대리인들이 잘 안다. 그러나 세무경력이 30년이 넘은 세무사 J씨는 인근 세무서만 생각하면 우울해진단다. 세무서 직원들이 말은 부드럽게 하는데 말 뜻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란다. 어떤 경우에 그러하냐고 물어 보았다. 여기에 일부 소개한다. 비난이 아니라 고품질 QC를 위해서다.

 

에피소드 1 세무서에 방문하면 우리 사회 에티켓대로 명함을 드리는데 공무원들이 명함을 받아도 힐끔 보고 만단다. 아니 받았으면 된 거지 힐끔 보든, 자세히 보든 그게 뭐가 대수냐니까 일선 공무원들이 명함을 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믿기지 않지만 그렇단다. 명함을 주었는데 상대방은 명함 줄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매번 모욕 당한 듯한 느낌이 든단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나중에 업무 연락을 하려 해도 이름과 연락처를 모르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는 거다. 일리 있다. 에티켓은 당연히 지키는 게 좋다.

 

에피소드 2 공무원 만나려면 마음이 무겁다는 것이었다. 말은 친절한데 AI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어떤 때 그러냐고 물었다. 특히 경정청구 등으로 환급 받을 때는 정말 낙타가 바늘 구멍 앞에 선 격이란다. 어떻게든 환급을 피하려 한다는 거다.

J세무사가 인근 Y세무서에서 환급 때 겪은 일인데 ‘환급은 해주마, 그러나 환급 가산금은 못 준다’하여 그 이유를 물으니 ‘납세자가 잘못하여 과다납부한 원죄가 있으니 그렇다’고 하더란다. 이런 경우는 신부 없이 장가가는 격이라서 환급 가산금을 받기 위해 본청 법령해석과까지 방문하고 그 세무서 법인세과장 면담까지 하는 해프닝을 거쳐야 했단다. 당연히 적용되는 환급가산금을 가지고 시비를 건 그 젊은 담당자로부터 ‘J세무사 그 사람, 또 만나면 그냥 안 둔다’고 벼르더라는 후문을 들어야 했단다.

 

에피소드 3 납세자가 용역은 공급되었으나 중간에 원가가 급상승해 증가된 용역 부분에 대해 (거래 상대방과 대가 협상중인데도) 세무상 의무를 다해야 된다는 일념(!)하에 일방적으로 세금계산서를 조기 교부하였단다. 당연히 매입자가 동의를 하지 않으므로 나중에 대가가 확정된 시점에서 수정세금계산서를 교부해 정리하고 조기에 과오납한 부분은 경정청구를 하게 되었단다. 느긋하게 대가가 확정되었을 때 세금계산서를 교부하고 그 때 세금을 내면 되는 것을 가지고 당장 세금계산서를 끊어야만 하는 것으로 착오하고 세금을 조기에 낸 건이었다.

Y세무서는 처음에는 환급불가라고 버티더니 여러 차례 찾아가 설명을 하자 그러면 환급은 하되 가공세금계산서 등에 붙이는 가산세(부가가치세법 제60조 3항)를 2% 부과하겠다고 하더란다. 성실하다보니 조기에 낸 세금인데 자료상들에게나 적용하는 가공세금계산서 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용역공급도 있었고 단지 대가가 미확정인 상태에서 납세자가 착오로 미리 교부한 사실과 나중에 확정된 시점에 수정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이 확인되면 수정신고시에는 가산세가 없어야 하는데 오히려 1%도 아닌 2%를 고집한 거였다. 그리 나오니 기재부의 가산세 입법 예고문, 국세청 개정세법 해설 책자의 가산세 개정 취지, 조세심판원의 관련 결정례 등을 제시하고 수정세금계산서와 가산세 제도를 설명해도 무용지물이더란다. 세금 잘 내려던 흥부가 놀부처럼 처벌을 받은 것이다.

 

에피소드 4 조사관이 회사의 전산 회계 내역을 보다가 장부가 미비하다고 훈계를 하더란다. 이유는 전산원장 내역에 증빙철에 담긴 자세한 내용이 없다는 거였다. 비용은 증빙철에 날짜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고 하니 조사관은 ‘우리가 어떻게 증빙철을 직접 까냐’고 되묻더란다. 조사관이 확인하기 편하게 전표 내용을 전산원장에 입력해 달라는 거였다. 조사대상 기간 2년간의 전표를 다 전산 입력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어서 눈 앞이 캄캄해지더란다. 회사가 조사관를 위해 장부를 새로 작성할 의무까지는 없지 않은가.

 

에피소드 5 고객사가 세무조사를 받았단다. 조사 중간에 차장이 급히 연락이 와서 가보니 울쌍이더란다. 사연은 조사팀장이 회사의 세무조사 받는 태도가 불량하니 조사중지신청을 내라고 하였단다. 그 일로 차장은 사장님에게 불려가 질책까지 받았단다. 자신은 나름 열심히 했는데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였다. 조사반이 왜 갑자기 조사중지를 요청하였는지 대리인이 간접적으로 알아 보니 조사반이 교육원에서 실시하는 특별연수에 3일간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타의로 중지신청 내야 했고 사장에게 혼만 난 차장에게 대리인은 차마 그 진실을 말해 줄 수 없었단다.

 

에피소드 6 고객사에서 급히 연락이 와서 가보니 조사반이 두 팀이나 와 있더란다. 마침 그 회사가 합병해 피합병회사 폐업신고를 하기 직전이었는데 두 팀이 각각 합병, 피합병 회사를 조사하러 나온 거였다. 합병으로 회사는 하나가 되었는데 두 팀을 동시에 모시자니 오전에는 A팀과 오후에는 B팀과 실랑이를 하는데 도저히 사람이 할 일이 아니더란다. 결국 한 팀은 나중에 조사 나왔으면 좋겠다고 진언했으나 어느 팀도 양보하지 않았단다. 할 수 없이 두 팀을 지휘하는 담당 조사과장을 찾아가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냈으나 과장은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나는 지금 본청에 회의 가야 하니 그런 일은 팀장들과 상의하세요’하더란다. 그 과장은 찾아온 납세자가 본청보다 한 없이 작게만 보였던 게다.

 


김진웅 논설위원
김진웅 논설위원 master@intn.co.kr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