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법 과세 빈틈 현실이지만, 보완하되 녹음권 예외 명분 없어”
재계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내주 14일부터 본격 심의할 2018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 녹음권은 “당연히 입법화 돼야 하고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도 ‘행정조사기본법’ 23조에서 모든 행정조사 때 조사공무원과 대상자에게 녹음‧녹화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행정조사인 국세청 세무조사만 유독 예외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부탁한 재계 단체의 한 경제 전문가는 9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행정조사 녹음권은 사법조사 녹음권에 비해 늦은 감이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녹음권이 보장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전문가는 그러나 “요즘 대기업들의 세무 관련 부서의 얘기를 들어보면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거처럼 조사요원이 폭언을 하거나 막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기업들이 세무조사 녹음권을 바라는 것은 국세청의 고압적 태도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그럼 국세청이 ‘국세기본법’에 포함된 세무조사 녹음권 문제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뭘까”라고 묻자 이 전문가는 이른 바 ‘노력세수’를 거론했다.
그는 “세수여건이 올해처럼 좋을 수만도 없을 것이고 추후 반드시 국세청이 세수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라며 “세수여건이 좋지 않을 때 면밀하게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납세자의 반발 등이 녹음을 통해 증거로 남을 경우, 징세비용만 높아진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인이 세법에 따라 정확히 납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아직도 세무조사 과정에서 협의과세, 속칭 딜(deal)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법을 집행하는 국세청 입장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국세청 입장은 이해하지만, 인권 측면에서 ‘행정조사 녹음권’보다 훨씬 앞서 제도화 된 ‘사법조사 녹음권’을 고려하면, 행정조사인 세무조사에 대해 녹음권을 특별히 예외로 할 근거는 없어 보인다”면서 “국세청이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늦은 감이 있는 입법 사항을 계속 문제시 하는 것은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국세청이 우려하는 부분을 조금 보완하더라도 세무조사 녹음권은 반드시 입법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재계 전문가는 ‘세무조사 녹음권’ 입법으로 70여일 넘게 이어지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기업 세무 담당 임직원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공론화 돼 개선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재계단체 회원사 재무부서들의 증언을 소개하면서 “유독 세무조사 강도가 셌던 지난 2013년 당시 세무조사를 받던 한 대기업 세무팀은 5~6명의 세무조사 요원들이 연일 번갈아가면서 피조사 법인 세무팀에 무지막지 한 분량의 납세 관련 자료 요구에 순응하느라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고 밝혔다.
특히 “법이 정한 보존자료 원본의 경우는 비교적 쉽게 찾아서 보여준다고 쳐도, 실적을 정리한 자료를 조사요원들이 별도로 요구할 경우 세무조사를 받는 법인의 세무팀 임직원들은 며칠밤을 세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무팀원 중 조사 기간 중 최소 2~3명은 과로로 입원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법인 세무팀 임직원들의 하소연을 직접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재계 전문가는 특히 지난 2013년 세무조사를 받은 일부 기업들은 죽음의 시간을 체험했다고 전했다.
그는 “2013년 당시 세수가 부족해 세무조사를 통한 세수 목표가 예년의 갑절이 넘는 3조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고, 그해 8~9월에는 특히 고강도 세무조사가 있었다”며 ”이른 바 ‘노력세수’다“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