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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稅칼럼] 세금 기반이 위험하다
[國稅칼럼] 세금 기반이 위험하다
  • 정창영 주필
  • 승인 2018.11.0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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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지 주필)

세금 들어오는 소리가 경쾌하다. 표현방식에 이견이 있지만 소위 ‘초과세수’는 연례행사가 됐고, 올해도 어김없이 납세자들이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자납세수가 급증해 국세청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국세청으로서는 호시절이다.

지난 주 막바지 국감에서는 올 초과세수 예상치를 두고 야당의원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약간의 설전을 벌일 정도로 초과세수가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 추세대로 가면 올 추가세수는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의 주장에 김동연 부총리는 초과 예상규모를 대폭 줄여 20조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추 의원은 “최종 국세수입실적 대비 월별 진도율을 고려할 때 올해 국세수입은 약 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올해 국세수입 예산(268조1000억원)보다 30조원이나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기재부 1차관을 역임했다. 뜬금없는 ‘정치공세’를 편 것은 아닐 것이라는 배경이다.

추 의원의 초과세수 전망을 김 부총리는 반박했다. 진도율만 보면 그렇지만 올해 초과세수는 20조원 내외가 될 것이라며 규모 축소로 대응했다. 초과세수는 분명한데 다만 규모가 야당의 전망보다는 다소 작을 것이라는 답변이다. 그 차액만 10조원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세수가 풍족하게 돌아간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세수추계는 정부 예산 산정과 재정지출 규모 결정, 재정건전성 문제 등과 관련해 중요한 요인으로 초과 세수가 많을수록 정부가 재정정책을 효율적으로 펼치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풀이가 된다.

분명한 것은 지금 정부로 들어오는 국세수입이 상당한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금이 넘쳐 들어오기 때문에 ‘너무 많이 거둔다’는 야당의 지적이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해 ‘그 정도는 아니다’라는 정부의 ‘엄살’이 나올 정도까지 된 것이다.

간단한 것 같지만 세금 입장에서는 상당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반대의 상황을 전제한다면, 예산대비 세수부족 사태를 맞았다면 어땠을까?

말 그대로 국세청은 ‘존재의 의미’까지 거론되면서 모든 것에 우선해 초비상 상황을 유지하며 세수확보에 안간힘을 쓸 것이고, 정부도 재정 차원의 다양한 방안을 총동원해 간당간당한 상황을 모면해 나갈 것이다.

이처럼 세수가 넘쳐나는 상황이 몇 년째 계속 이어지면서 다양한 문제가 노정되고 있다. 넉넉하게 국민 세금을 풍족하게 거두고 있다는 ‘현실’과 함께 우리의 국세행정 체계는 자연스럽게 초과세수 상황에 맞춰 영점이 조정되고 있다. 세수 걱정 없이 세정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재정 지출에 임하는 정부의 시각에서 심각하게 찾아진다. 풍성한 곳간을 만끽하듯 일부 지적처럼 ‘재정중독’을 염려할 정도로 세금 투입을 보편화하고 있다. 국정과제 추진 과정에서 조금의 어려움이나 갈등만 생겨도 금방 튀어 나오는 것이 재정투입이다. 앞뒤 가릴 것 없이 나랏돈으로 무엇이든 해결하려는 것이 습관처럼 형성돼 있다. 밑도 끝도 없이 진행되는 재정투입을 국민이 오히려 걱정할 지경이 됐다.

자연스럽게 재정에 대한, 세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약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힘들여 세금 내봐야 정부가 헛돈 쓰듯 한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확산돼 가고 있는 것이다. 재정의 비효율적 운영으로 인한 손실보다 세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더 크게 잃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심각하게 새겨야 할 대목이다.

우리는 지금, 그 어떤 때보다 풍족하고 달콤한 세수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달도 차면 기운다?’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다. 만성적 저성장과 외국인 이탈에 따른 주가 급락,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수출 둔화 조짐 등 3중 먹구름이 우리 경제를 덮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실물과 금융 양쪽에서 내우외환 국면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6% 성장했다고 밝혔다. 2분기(0.6%)에 이어 0%대 성장에 머물렀다.

이처럼 성장이 저조한 이유는 투자 부진이다. 건설 투자는 -6.4%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설비투자도 4.7% 줄었다. 그나마 수출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3.9% 늘어나 유일한 성장 엔진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반도체 초호황에도 수출 증가율 자체는 작년 3분기(5.6%)보다 크게 무뎌졌다.

이를 반증하듯 주식시장은 침울하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물론이고 경제연구기관마다 내년 우리경제에 대한 전망치를 경쟁하듯 하향조정하고 있다.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이루지 못한데다 고용비용이 늘고 반도체 가격마저 유동적인데다 자동차·조선산업 등의 재편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용과 주변 산업과의 연관효과가 막강한 자동차산업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탄탄하던 1차 협력사들마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어 하루하루 위태로운 상황을 견뎌가고 있다.

일반적인 국내 소비경기는 말할 것도 없는 현실이다. 고용과 경기 체감 효과가 큰 음식·숙박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은 바닥을 지나 지하로 돌진하고 있는 중이다. 경제 어느 한 곳 시원하게 돌아가는 대목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경제·경기를 기반으로 내년에도 세금을 거둬야 한다. 내년 정부 예산안은 이미 팽창예산으로 편성돼 있다. 세수 걱정 없이 운영되던 국세행정이 만약 내년에 ‘확’ 달라지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당황하지 않고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

경제활동의 결과에 기반을 두고, 자납세수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의 세정구조에서 심각하게 고민하며 들여 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주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정부가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정부가 추락하는 증시를 붙잡기 위해 오랜만에 재정을 투입하는 증시부양책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시장은 심리적 한계선마저 무너뜨리며 주저앉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헛발질’이라는 혹평을 냈다. 심각한 것은 정부 정책이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는 곧 정책, 정부 신뢰와 연결되는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때 정부는 재정투입과 단기 일자리 마련 등 국민들에게 실망과 불안을 주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민심이 떠나가게 만든 측면이 있다.

정부 정책은 신뢰를 기반으로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데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국세행정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세정기술 만으로는 세수를 커버할 수 없는 시대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경제가, 경기가 이끌지 않으면 세수는 존재가 어렵다.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받는 신뢰가 중요하다.

눈앞에 펼쳐지는 난관 앞에서 국세행정이 준비해야 할 것과 신뢰를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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