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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稅칼럼] ‘세금만 잘 걷는 정부?’
[國稅칼럼] ‘세금만 잘 걷는 정부?’
  • 정창영 기자
  • 승인 2018.08.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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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터리 세수추계…세금신뢰 크게 손상
鄭 昌 泳 (본지 주필)

“지금 정부는 ‘세금 걷기’ 빼놓고는 잘 하는 일이 없다. 마른행주 쥐어짜듯 걷는 세금징수 최우수 정부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현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이자 언론인이었던 전여옥씨가 자신의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중 한대목이다.

전 작가는 “가난한 이가 돈을 못 쓰는 사회, 부자들이 돈을 안 쓰는 사회, 이것이 시장의 재앙이고 나라경제의 악몽. 은산분리 등 규제 철폐를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세상 물정 모르는 몽상가’들이 펼쳐 놓은 악몽의 거미줄을 확실히 걷어내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강력히 요구한다”고 비판하며 현 정부를 쥐어짜며 세금 잘 거두는 정부로 규정했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7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 실적은 265조4000억원으로, 추가경정예산안에 비해 14조3000억원이 더 걷혔다.

단순하게 해석하면 당초 거두기로 했던 세금에 비해 결과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세금을 더 거둔 것이다. 그것도 국민 체감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이렇게 세금을 더 거뒀으니 외양상으로는 정부가 세금징수 챔피언이 된 셈이다.

여기에다 갈등요인이 되고 있는 퍼주기 식 복지, 세금 뿌리기, 각종 특수활동비 등 세금을 사용하는 분야에 대한 불신 또한 큰 상황이어서 국민들 입장에서는 경기는 어려운데 정부가 집요하게 세금을 거둬 흥청망청 쓰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소지 또한 충분하다. 정확한 내용을 떠나 세금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진신고 납부세수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세금거두기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다소 이상하기는 하다. 자진신고 납부라는 것이 납세자가 자신의 세금을 자신이 계산해서 스스로 신고 납부하는 제도인데 여기에 정부가 어떻게 개입해 천문학적 세금을 더 거둬간다는 말인지 도통 이해가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납세자들이 자진신고를 알아서 잘 하도록 국세청이 사전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세무조사의 큰 기능인 성실신고 담보를 위해 강력한 조사권을 행사하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열린 세상에서 쉽게, 어물쩍, 대충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법률로 정하는 세율을 갖고 세수를 더 확보하는 일 역시 진행과정이 만만치가 않다.

정부가 ‘세금걷기 챔피언’의 오해(?)를 사는 가장 큰 이유는 현행 세수추계 방식과 능력에 있다.

정부가 올해 세금이 얼마쯤 들어오고, 내년에 세금을 얼마쯤 거둘 것인지 예측하는 기능인 세수추계는 그 개념과 기준이 아주 중요하다. 또 추계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과 개념도 명확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정부가 사용하는 세수추계는 추계는 하되, 추계 내용에 대한 신뢰는 스스로조차 애매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세수추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당국자조차 세수추계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 ‘추계는 추계일 뿐이고, 단지 참고할 자료 수준’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할 정도다. 이 복잡한 경제상황을 어떻게 정확히 반영해 내년에 들어 올 세금을 정확히 ‘딱’ 예측해 내느냐면서 세계 어떤 선진국도 1년 뒤 들어 올 세금을 정확히 예측해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오히려 우리의 세수추계 시스템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앞서 말한 전여옥 작가의 ‘세금 걷기 잘하는 정부’ 평가 역시 그 배경은 추계된 세수에 비해 초과 징수된 내용을 기초로 했을 것이다. 또한 야당이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는 초과세수 역시 세수추계 대비 실제 징수된 내용이 핵심 재료다.

이처럼 부정확한 세수 예측은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2015년 2조2000억원의 초과세입이 발생한 이후, 2016년 9조8000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올해도 부실한 세수 추계 논란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국세수입은 157조2000억원으로 세수진도율 58.6%를 기록하고 있고, 이는 작년보다 3.7%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난해 예산편성 당시 예상했던 수치와는 차이가 확연할 전망이다. 정부는 납세자들이 알아서 신고 납부해 들어 온 세금을 두고 또 한 차례 ‘세금징수 선수’라는 말을 들을 처지가 됐다.

 

기획재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니 이해해야 한다. 전반적인 전망이야 할 수 있지만 복잡다기한 경제현상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납세자들이 스스로 계산해 납부하는 세금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 수입의 전망에 대한 객관성, 정확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 세수오차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통계자료와 전망치에 대한 연계 시스템을 강화해 이제부터라도 ‘엉터리 세수추계’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현재의 우리 세수추계 시스템에 대해 충분히 과학적이고 치밀한 운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결과가 수십조원씩 차이가 나는 현실에서는 설명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세수추계 업무가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업무인데다 부처 내지 기관간 협조업무가 워낙 많아 필요하다면 인력과 장비를 보강해서라도 이 문제는 해결해 나가야 한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치우치거나 눈치 보지 않고 객관적인 데이터에 따라 세수추계를 해야 한다. 실제로 국세수입을 낙관적으로 전망할 경우 세수결손이 유발돼 재정 건전성 악화와 재정지출 제약 등 여러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고, 그렇다고 국세수입을 보수적으로 추계해 운용할 경우 역시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등 문제가 수반된다는 점도 분명히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다 병행해 세수추계에 대한 명확한 개념도 충분히 인지시켜 나가고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세수 추계의 개념과 기본에 대해 정확히 공지하고 활용목적과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마치 추계가 확정된 예상인 것인양 지금처럼 설명없이 내놓아서는 곤란하다.

세수추계에 사용된 재료와 여건, 고려된 내용을 정확히 공개하고 미진하거나 변수가 있는 대목에 대해서는 미리 설명해 추계의 한계를 인식시켜 나갈 필요도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우물쭈물하는 것처럼 비춰져서는 곤란하다.

세수추계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은 추계된 내용을 토대로 재정이 짜여 지고 집행되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추계가 갖는 의미를 넘는 것이기도 하다. 기획재정부는 더욱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세금의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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