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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세무사, 지금은 힘을 모을 때
[국세(國稅)칼럼]세무사, 지금은 힘을 모을 때
  • 정창영 기자
  • 승인 2018.06.15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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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 昌 泳 (본지 주필)

가위로 종이를 잘랐다면 그것은 엄연히 ‘가위’가 자른 것이고, 가위질을 한 사람이 자른 것이다. 굳이 윗날이 잘랐느니, 아랫날이 잘랐느니 따위의 논쟁은 의미가 없다.

물론 따질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윗날은 잘 벼려져 있었고 아랫날은 다소 무뎌져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종이 자른 것을 두고 윗날이 잘랐다고 단정 할 수는 없다. 만약 잘 벼려진 윗날이 자신의 공이 크다고 억지로 우긴다면 결과는 난망해질 수밖에 없고, 분열과 파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덜 벼려진 아랫날이 최악의 상황에서 ‘내가 없으면 이미 가위가 아니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최상의 가위 상태는 아니었지만 원하는 모양대로 종이를 잘랐다면 가위의 공이 컸고, 무엇보다 가위질을 한 사람의 노력과 능력도 인정해 줘야 한다.

이것이 근본이고 이치일진데 세상일에는 아직도 의미 없는 가위의 윗날·아랫날이 서로의 ‘잘남’을 주장하는 논쟁으로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주장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척’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입에 침을 튀기며 주장을 계속한다면 일의 결과를 기대하기는 아예 어렵고 공연히 속만 보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세무사회는 지난해 연말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회관 전면에 대형현수막이 걸리고 해결된 ‘숙원’에 회원들은 손에 손을 잡고 어깨춤을 췄다. 총회에서 회장에 당선된 뒤 복잡한 시간을 헤쳐 나왔던 이창규 회장에게는 칭송과 격려가 이어졌다. 이 회장이 지휘봉을 잡고 불철주야 뛰었던 ‘가위질’이 멋진 재단이 됐고 번쩍이는 의상으로 만들어졌다.

긍정과 열린 마인드가 돋보였던 이 회장의 리더십도 화재에 올랐다. 비록 국세청 고위직 출신은 아니었지만 오랜 국세행정과 세무사 경력이 내공을 탄탄하게 했고, 무엇보다 물 흐르듯 유연한 사고와 ‘적’을 만들지 않는 특유의 화합능력과 리더십은 정 반대의 상황이 난무했던 세무사 업계에서 긍정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세무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세무사업계는 한동안 축하의 인사가 강물을 이뤘다. 변호사회라는 상대가 있었지만 세무사회로서는 숙원을 풀어낸 감동이 이어졌다.

눈물겨운 노력도 화제가 됐다. ‘젊은’ 고시회원들은 혹한의 추위 속에서 1인 시위 릴레이를 이어갔고, 지역과 국회에 연이 닿는 회원들은 앞다퉈 나와 국회로, 의원 사무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주장이 분명한 세무사들이었지만 이 문제에 관한한 하나가 됐다. 마치 독립운동 하듯, 민주화운동 하듯 간절한 마음을 모아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이를 지휘한 이창규 회장의 리더십이 조용하지만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색무취인 것처럼 보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교했고,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뭉치게 하는 특유의 인화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들었다.

공을 주변으로 돌리는 도량도 회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매사 ‘내가 했다’ ‘내가 잘 벼려진 가위의 윗날이다’가 주종을 이루던 분위기에서 진심으로 ‘회원들의 노력으로 해냈다’는 이 회장의 이타적 배려는 전체 세무사 회원들에게 또 다른 ‘울림’으로 작용했다. 이것 또한 이 회장 특유의 리더십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세무사회는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런 따뜻한 ‘성공적 경험’을 소중하게 나누며 간직했다.

요즘 이창규 세무사회장은 걱정이 많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취임 초 혼란기를 성공으로 이끌어 냈던 그였지만 세무사업계에 밀어 닥치는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가느라 정신이 없다. 헌재의 결정도 머리가 아프고, 외감법 규정 개정도 세무사업계로서는 지난해 연말 세무사법 개정 이상으로 중요하게 방어해야 할 사안이다. 어느 것 하나 쉽고 녹록한 것이 없다.

이 회장은 요즘 이런 난제 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쉼 없이 뛰고 있다. 분명하게 상대가 있는 일인 만큼 치밀한 논리와 당위성, 일을 풀어가는 ‘일머리’를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고민이 많고 할 일이 많다.

성공의 샴페인을 터뜨린 것이 엊그제 인데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야 하는 시간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이다.

 

지금 세무사 업계에서 중요한 것은 다시 한 번 똘똘 뭉쳐 난제를 풀어 가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회원들의 화합과 단합이 소중한 시기다.

지금은 불과 얼마 전 일부에서 일었던 것처럼 가위의 아랫날·윗날 논쟁을 벌일 시기가 아니고, 회장을 중심으로 가위로, 가위질로 뭉쳐야 한다. 그래도 될까 말까 한 일이 지금 세무사 업계 앞에 놓여 있다.

단지 헌재·외감법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과거에서 이어진 과제도 풀어가야 하지만 새로운 미래를 열고 나갈 초석도 놓아야 한다. 지금 이대로 시간만 보내다가는 세무사업계의 미래가 암담할 것이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격의 존재 유무가 논의되는 시대가 오늘이다.

그런데도 세무사업계 일부에서는 틈만 나면 가위의 윗날·아랫날 논쟁을 들먹이고 있고, 밑도 끝도 없는 논공행상 타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이런 조짐이다.

냉정하게 들여다본다면 세무사 업계에는 그럴 여유와 시간이 없다. 지금은 이창규 회장의 리더십을 최대한 살려 내고 발휘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 길로 단합하는 것만이 난세를 풀어 나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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