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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대학축제와 국세행정
[국세(國稅)칼럼]대학축제와 국세행정
  • 정창영 기자 (본지 주필)
  • 승인 2018.05.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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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기자 (본지 주필)

신록이 우거지는 계절. 올 5월의 대학축제는 예년과 다소 다른 분위기에서 열렸다. 대학축제의 단골메뉴인 이른바 ‘학내주점’이 대거 사라졌다. 적어도 캠퍼스 내에서 학생회나 과(科)단위 주관으로 공공연하게 운영되던 학내주점이 공식적으로 자취를 감췄다.

국세청은 올 대학 축제 시즌을 앞두고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축제 때 운영하는 학내주점이 무면허 주류 판매 사업으로 주세법 위반사항임을 알렸고, 교육부가 전국 대학에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노상에서 주류 판매 허가 없이 주점을 운영하는 행위는 그것이 비록 캠퍼스 안이라고 해도 명백한 불법이다. 주류 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국세청은 그동안 대학축제 학내주점 운영실태를 주시하면서도 학생회 등에는 별도의 재제를 가하지 않고, 다만 학내주점에 주류를 공급한 주류도매회사 등에 대해 엄격한 재제를 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인천 인하대학교 축제에서 학내주점 운영이 문제가 돼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자제 내지 철회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인하대의 경우 처벌 보다는 다시는 캠퍼스 내에서 주점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세행정이 이렇게 치밀해지고 있다.

그저 캠퍼스 안에서의 ‘낭만’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축제 때 잠깐 운영되는 학내주점의 주류 판매에까지 세정의 영향력을 행사할만큼 세밀한 행정력을 구사하고 있다.

적어도 자진신고납부 세수가 넘치는 오늘의 현실에서 국세행정은 ‘세금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모든 움직이는 것들에 대한’ 세원포착에 정밀도를 더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쯤 되면 국세행정이 현장에 무척 강하고 많은 노하우를 보유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내용은 영 다르다.

 

축제 때 잠시 운영되는 캠퍼스 내 학사주점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국세행정이지만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대표적인 영세서민 생계형 업종으로 구분되는 ‘포장마차’는 우리 생활 주변에 아주 가까이 있는 풍경이다. 포장마차는 대부분 영세서민들이 말 그대로 먹고 살기 위해 운영하는 장사로 인식하고 있지만 전국 주요 도시에서의 포장마차는 이미 기업형 타이틀이 붙는데다 이권의 기득권화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포장마차에서 판매되는 주된 상품은 술이다. 포장마차는 주류 판매가 주업인 셈이다. 퇴근길 직장인과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도심 속 풍경인 포장마차에서는 자연스럽게 소주잔이 오고 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정확한 숫자가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생활밀착형 업종인 포장마차의 수는 엄청난 규모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포장마차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무허가 주류가 판매되고 있고, 내일도 판매될 예정이다.

수 십 년 전부터 이 문제가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영세서민들의 생계형이라는 이유 등으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유야무야 돼 오고 있다.

야박하게 대표적인 영세서민들의 장사에 악착같이 세금을 매기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모순에 대해 국세행정이 이제는 뭔가 해결하고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노점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고, 사업자등록이 없으니 주류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당연히 주류를 취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주업은 주류 판매업으로 하고 있고, 주변에서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론은 불법이고, 범죄다. 수 십 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술을 공급하는 도매업자를 뭣 잡듯 잡아 보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수요가 철철 넘쳐나는데 근절될리가 만무했다. 자연스럽게 면허업자들까지 불법과 편법의 대열에 몰래 합류했고, 이 문제는 해결이 난망한 말 그대로 난제로 남아 있다.

느닷없이 포장마차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단지 포장마차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국세행정 주변에 이런 해묵은 과제와 새로 ‘탄생’하는 모순에 대해 국세청이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갖고 움직일 때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과거의 시각으로는 해결이 난망하다.

 

쉽지가 않다.

국세청이 어렵게 입을 뗀 대학축제 때 학내주점 문제는 올해 다양한 편법으로 진전됐다. 버젓이 캠퍼스 내에서 술을 팔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은 술집을 운영했다.

일부에서는 학교 앞 술집이나 장소를 빌려 과별로, 동아리별로 ‘학사주점’을 운영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학내주점은 차렸지만 ‘불편하지만’ 술은 각자 구입해 와서 마시는 주점을 운영했다. 캠퍼스 내에서 술을 직접 판매하는 장면은 사라졌지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규제는 장벽이 되고, 실물은 그 때마다 진화한다. 행정은 이를 조절하고 유도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국세행정이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의 ‘저인망식 조사’에서 벗어나 ‘현미경식 조사’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최근 대기업·대재산가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일부 성과를 발휘하고 있다.

과거 소위 사그리 훑어 조사하는 것을 최고 강도로 잡았던 행정이 이제는 문제가 있는 부위에 집중적으로 힘을 모으는 행정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효율이 깔려 있다.

현미경식 조사의 핵심은 예측부위를 정확히 집어내는 판단능력이고 곧이어 전개되는 집중력이다. 여기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 완벽하게 수술하고 상처를 아물게 한 뒤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단단히 정비하는 일이다. 해결하기 어렵다고 대충 마무리하면 현미경식 조사는 너저분한 문제만 양산할 수 있다. 이 점을 잘 새겨야 한다.

대학축제 학내주점과 포장마차를 접하면서 국세행정의 흐름과 연계시켜 생각해 본다.


정창영 기자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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