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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산업 넘어 국내 주방용품에도 ‘쓰나미’
가구산업 넘어 국내 주방용품에도 ‘쓰나미’
  • 김현정
  • 승인 2013.09.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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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4)-下

‘가구 공룡’ 이케아 1호점, 광명시 ‘전격 상륙’

요즘 광명시청 앞마당에는 출근시간마다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벌써 두 달이 넘게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 것. 이들은 광명시에 국내 판매점 1호점 입점이 결정된 조립식 가구 판매업체 이케아(IKEA)의 입점제지대책위원회위원들이다. 이케아 입점 반대대책위는 광명시 사거리에 위치한 가구단지의 제조·판매업자 혹은 이불, 그릇, 집기 등 주방·가정용품 업체 종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광명시에 이케아가 들어오면서 그야말로 “‘멘붕’ 상태”라며 “이케아 입점 전면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케아가 국내 가구업체들을 잡아먹는 “황소개구리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케아가 광명시에 들어오게 된 것은 KTX광명 역세권 활성화를 위한 광명시청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양기대 광명시장과 공무원들은 이케아가 대지를 물색할 때부터 한국사무소는 물론 중국 상하이의 이케아 매장, 스웨덴 본사까지 찾아가 홍보했다.
이렇다 보니 광명시 4거리에 위치한 광명가구단지 업체들의 양 시장에 대한 여론은 단순히 안 좋음을 넘어 살벌할 정도로 거칠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 시장의 재선을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가 바로 이 이케아 문제이기도 하다. 광명은 지방의회 뿐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민주당 소속이라 민주당으로서는 그야말로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케아’ 수도권 지자체장들 ‘무덤’ 되나?

광명시 이케아 1호점 공사부지 현장. 
문제는, 이케아가 들어오면 단순히 가구산업을 넘어 국내 주방용품산업 전반에 ‘쓰나미’가 덮쳐 올 것으로 예상 돼 과장 조금 보태면 내년 지방 선거에서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명운을 가를 징후도 농후하다는 것.
당장, 안양남부시장과 의왕시가구조합 등 경기도 지역 상인들이 광명시 가구협회가 주축이 된 ‘이케아 광명입점 대책위원회’에 동참한 것만 봐도 전 경기지역의 이슈가 됐음을 알 수 있다. 광명시 시청 뿐 아니라 소속 지역구 의원들도 대책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명시에서는 지난 7월 26일 이케아 측과 이케아 대책위와 상생 마련을 위한 3자회의를 1차적으로 실시했다. 이날 회의는 서로의 입장과 요구사항만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 그러나 이후 8월 1일 이케아 설립 부지 건축허가가 나면서 이케아 대책위에서 크게 반발해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추석 이후에나 다시 상생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광명시청 기획재정과 유통팀장은 <국세신문>과 통화에서 “앞으로 협의를 진행해 나가면서 이케아에서 관련 업종에 대한 지원책이라던가 시에서 관련 업종에 대한 지원 대책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점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케아 입점소식에 광명사거리 가구단지의 소규모 업체들은 서둘러 폐업정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에서도 현실적으로 이케아대책위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케아 입점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어떻게 하면 광명가구단지 업체와 이불, 그릇 등 주방용품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청에서는 이케아대책위가 그동안 요구했던 이케아 입점 후 주변 지역 상권에 미치는 상권영향조사평가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이 영향평가서 작성을 용역업체에 의뢰했고, 5개월 후인 12월 즈음 나온다. 평가서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이케아 성공 장담 못한다!”

이케아가구단지가 위치한 광명갑이 지역구인 백재현 의원(민주당)실 조윤재 입법보좌관은 <국세신문>과 만나 “이미 입점 계약이 체결된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다만, 이케아가 입점할 때 약속했던 이케아 매장 내 광명시가구단지 제품 판매장 마련, 일자리 마련, 어린이집 건축 등 지역상생 경영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야 국내에 들어오는 다국적 기업들이 나중에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 이케아처럼 국내 경제 상생 발전 협상안을 들고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보좌관은 이케아가 국내 시장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쳤다. 프랑스 대형할인마트인 ‘까르푸’와 미국의 ‘월마트’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시장 경쟁력을 잃고 스스로 물러난 것처럼 이케아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유통시장만큼은 그래도 강한 편”이라며 “국내 가구 소비 형태와 이케아의 주 소비자들과는 소비 형태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이케아는 사업실패로 1986년 철수했다가 2006년 다시 진출했다. 중국도 지금은 이케아가 대 성공이지만 초기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즉 국내가구는 주로 결혼이나 이사에 목돈을 써야 하고 한번 가구를 집안에 들이면 평생 이용하는 개념인데 반해, 이케아는 유학생이나 젊은 층들이 저렴하게 사서 잠깐 쓰고 버리는 개념이라는 것. 또 이케아 제품은 일일이 구매자가 조립을 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국내시장에서는 취약점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케아가 성공한 유럽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남성들이 넉넉한 공간에서 다양하게 구비된 공구를 가지고 가구를 조립하는 문화가 잘 발달될 수밖에 없는 문화적 환경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파트나 연립주택이 많아 가구조립과 시공이 쉽지 않은 일이다.

이케아측에서도 이런 점을 노려 “글자를 읽을 수 있다면 우리 조립설명서도 이해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미국 등지에서는 유학생들을 상대로 이케아 조립 대행업체가 성행할 정도로 조립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점을 들어 이케아의 국내 시장 진출 실패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면서도, 이케아가 국내시장에서 먹혀든다면 1호점이 입점한 광명시의 문제만은 아니라는데 조 보좌관도 공감하고 있다.

그는 “이케아가 송도에 들어서든지, 광명에 들어서든지 문제가 된다면, 이건 지역적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의 전 산업을 뒤흔드는 문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광명시에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슈퍼마켓 협동조합과 같이 가구단지도 공동 상생 방안 강구와 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가구단지가 위치한 광명사거리의 상권이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주차장 건립이라던가, 다른 콘텐츠를 강화해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조 보좌관은 “가구단지와 재래시장이 위치한 광명사거리 부분에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꺼리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주차시설 문제”라며 “주차할 공간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지역구 예산으로 주차장 건립비용을 매년 예산안으로 들이밀지만 땅값이 워낙 비싸 통과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케아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자구책 마련이 우선”

광명을이 지역구이자, 민주당 골목상권지키기 위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언주 의원도 <국세신문>과 통화에서 “중국당국이 푸동 이케아 매장 옆에 자국 가구업자들을 위해 홍신메이크룸을 지어준 것처럼 우리도 이케아 매장 옆에 종합가구매장 같은 것을 지어주는 것과 같은 안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가가 규제하고 지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WTO가입으로 외국 기업으로부터 국내기업 보호를 위한 직접 지원은 불가능하다. 다만, 물류센터 건립과 같은 간접지원은 가능하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광명시 가구업자들이 살아날 길이나 국내 업자들이 살 길은 이케아에서 판매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라며 “특화된 물품을 판매해 특정화된 시장을 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케아의 국내 입점으로 가구업체들보다도 생활용품 시장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렇듯 우려되는 부분에 대한 돌파구 마련을 위해 “코스트코와 이케아로 유입된 소비자들이 거기서 끝나지 않고 구도심인 광명사거리로 와서 돈을 쓰고 가게 하기 위해 ‘좋은 음식 문화의 거리’ 조성과 같은 특색 있는 거리로 발전을 시키도록 해야 한다”며 “그런 부분들은 LH와 국토부가 방안을 강구해서 역세권과 광명사거리 근린상가들 사이의 교통을 잘 연결시키고, 인도를 확장하고, 가로등 밝게 하기와 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구 의원들은 시와 협력해 문화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케아 한국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가구산업뿐 아니라 주방, 생활용품 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고, 행정부와 입법부에도 적잖은 고민을 안겨준 가운데, 이케아의 ‘나비효과’가 내년 말께 어떤 식으로 결론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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