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15:55 (화)
‘가구 공룡’ 이케아, 국내에 '전격 상륙'
‘가구 공룡’ 이케아, 국내에 '전격 상륙'
  • 김현정
  • 승인 2013.09.06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세율 0%' 날개달고 토종 가구업자 잡아먹는 ‘황소개구리’ 되지않을까 우려

현장탐방 (4)-上

 
요즘 광명시청 앞마당에는 출근시간마다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벌써 두 달이 넘게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 것. 이들은 광명시에 국내 판매점 1호점 입점이 결정된 조립식 가구 판매업체 이케아(IKEA)의 입점제지대책위원회위원들이다. 이케아 입점 반대대책위는 광명시 사거리에 위치한 가구단지의 제조·판매업자 혹은 이불, 그릇, 집기 등 주방·가정용품 업체 종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광명시에 이케아가 들어오면서 그야말로 “‘멘붕’ 상태”라며 “이케아 입점 전면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케아가 국내 가구업체들을 잡아먹는 “황소개구리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날개 단 이케아 광명점’ 롯데쇼핑과 MOU

2011년 이케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광명시 일직동 부지 7만8198㎡을 매입하고, 이 부지에 한국 1호 매장을 내고 남는 부지는 다른 기업에 임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그러나 광명시 가구단지업주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2년의 시간을 끌어오다 지난 달 1일 광명시는 이케아의 건축허가를 승인하고 20일 착공에 들어갔다.
이케아 코리아는 KTX광명역세권 7만8198㎡에 지하 2층, 지상 4~6층(2개동), 연면적 25만6168㎡, 주차장 3460대 규모로 이케아 광명점을 지어 내년 12월 준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롯데쇼핑이 광명시 이케아 개발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나서, 이케아 광명 1호점은 단순히 가구 판매점이 아닌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 스웨덴에 본사를 둔 가정용품 업체로 전세계 40개국에 338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직원만 13만여명을 보유한 초대형 다국적기업이다. 연간 매출액이 40조에 달하며 브랜드 가치 세계 31위의 글로벌 주방용품 기업이다. 일부에서는 이케아를 ‘가구공룡’ 또는 ‘쓰나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세계에 이케아가 입점된 주변에는 가구업체들이 그야말로 모두 초토화 됐기 때문이다. 심플하고, 저렴한 가구로 유명한 이케아의 위력은 이미 온라인 등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돼 국내 가구업체들은 이케아 입점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수준을 넘어 망연자실한 상태다. 당장 세계의 움직이는 시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만 해도 이케아는 1998년 첫발을 내디딘 이래, 1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4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상하이 쉬후이 매장은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찾고, 전체 고객의 60%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한다.
중국 당국에서는 이케아가 자국 내 가구업자들의 입지까지 점령하는 것을 우려해 푸동에 위치한 이케아 매장 옆에 국내 가구점들의 백화점이라 할 수 있는 홍신메이크룸을 설립해줬지만, 매출에 있어서만큼은 이케아에 절대열세다. 이런 점 때문에 광명시 가구단지업주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절실할 수밖에 없다. 광명시 KTX역에서 딱 50km반경에 위치한 이케아는 실상 교통장애와 국내 물류업체 활성화로 배송 불편까지 한 번에 해결했다.

‘무역차별(?)’ 이케아 제품 관세 0%

또 이케아의 국내사업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것은 그들에게 유리한 한국의 세금체계다. 관세청에 따르면 가구의 경우 부분제품을 국내로 수입할 때는 가격의 8%를 관세로 물지만 완제품을 수입하는 경우에는 관세율 0%를 적용받는다.
WTO 보호무역관세라는 세금체계 때문에 안 그래도 저가인 이케아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강화된다는 의미다. 당초 가구 부품 수입에 고율의 관세가 부가된 것은 국내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외국 유명 브랜드 가구 제품이 원자재 형태로 국내에 수입되면 국내 산업이 타격을 입게 되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영세한 가구 부품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영세율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가구업계도 혜택을 받고 있긴 하지만, 역으로 이케아 사태에서는 국내 가구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광명시에서 문화의 거리로 지정된 광명시 가구단지업체와 주방용품업체들의 반발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광명시에는 60여개의 중·소규모의 가구업체와 40여개의 생활용품업체가 위치하고 있다. 이들은 ‘이케아 반대대책위(회장 이상몽)’을 구성하고 이케아 광명시 입점 계획이 알려지기 시작한 2년 전부터 7차례의 대규모 반대집회를 가졌다.
지난 6월 28일에는 광명사거리부터 시청까지 경찰추산 150여명이 인간 띠 잇기 상복시위를 벌였고, 매일 돌아가며 한명씩 광명시청에서 오전 출근시간에 상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케아’ 가구업체들과 ‘상생’ 외치지만…

날이 갈수록 여론이 험악해지자, 광명시와 이케아는 이케아 매장 내 광명시 가구업체 용품을 판매할 수 있는 매장을 마련해주고, 광명시 내 어린이집 건립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상생’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런 상생안에 광명시 가구단지 업주들은 코웃음치고 있다. 13살 때부터 40년 동안 가구업계에 종사해온 40대 이모씨는 <국세신문>과 만나 “공장이나 들어오면 모를까, 이케아 들어온다고 일자리 창출하겠냐”고 반문하면서 “택배 업체들은 좀 경기가 살아날 것이다. 판매 직원들, 계산원들 몇 명 고용할 텐데, 그들 일자리가 비정규직이지 정규직 이겠냐. 죄다 3D업종이다. 여기 가구단지가 무너지고, 없어지는 일자리는 생각하지 않느냐”고 쏘아붙였다.
무엇보다 이케아 입점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영세업자들이다. 이케아 입점을 두고 국내 여론이 안 좋아 2년의 시간을 끌어오는 동안 한샘, 리바트 같은 국내 대형 가구 업체들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대비할 수 있었다.
가구부터 이쑤시개까지 주방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을 판매하는 이케아에 대응하기 위해, 이들은 판매종목을 이불, 그릇 등 토탈 주방용품으로 확장하고 이에 맞춰 판매 전략도 수정했다. 하지만 부부가 소규모 가구점을 운영하고 배송을 담당하는 직원 한 두 명을 고용하고 있는 영세 업체들은 그야말로 ‘죽을 상’이다. 지난 29일 기자가 방문한 광명시 가구단지 영세업자들은 망연자실해있었다. 폐업 중인 곳도 많았다. 영세 업체들은 대부분 폐업이나 업종전환을 고려하고 있었다.
8년째 광명시 가구단지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다 폐업절차에 들어간 채모씨(40대)는 <국세신문>과 만나 “가게를 내놓은 지 한참됐다”면서 “그런데 안 나가서 권리금도 못 받을 상황이다. 그래서 업종 전환을 하려고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케아제지대책위원회 정희균 집행부위원도 <국세신문>과 만나 “이케아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광명가구단지는 슬럼화 될 것”이라며 “이케아 입점은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정부대책과도 반대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자기 치적 위해 신중히 따져보지도 않고 이케아 건축허가를 내준 양기대 광명시장은 나중에 이케아 입점으로 인한 모든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인터넷에 이케아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양기대가 나올 것”이라고 심상치 않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또 향후 이케아의 입점으로 국가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광명시 이케아 신축공사 현장.(사진 왼쪽), 이케아 입적소식에 하나, 둘 폐업중인 광명사거리 가구단지 업자들.

 /김현정 기자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