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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 또 압수수색 당하는 비운의 국세청
잠망경 - 또 압수수색 당하는 비운의 국세청
  • 안호원
  • 승인 2013.08.09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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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한 기관으로 거듭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잠망경> 또 압수수색당하는 비운의 국세청

신임청장 강도 높은 자정 노력 물거품 되네

청렴한 기관으로 거듭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세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던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최근 구속 됐다.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30만달러 (약3억3000만원) 와 수천만원짜리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다. 전 전 청장은 검찰에서 대부분을 시인했으나 명품 시계 등 금품에 대해서는 “대가성은 없다” 며 “국세청장 취임 축하 인사치례 정도로 알았다” 고 진술했다고 한다. 참으로 우습다. 어린아이가 들어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 말을 한 것이다.

한두 푼도 아니고 몇 천만원대의 명품시계를 아무대가도 바라지 않고 줄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의 말 그대로라면 국세청장이 되기만 하면 대기업에서 수억 원씩을 받아 챙길 수 있고 , 또 챙겨도 된다는 말인 것 같다. 물론 중벌을 피하기 위해서 둘러대는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듣는 입장에서 볼 때는 분노와 개탄을 금 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역대 청장(19명)중 절반인 8명이 각종 비위. 금품의혹 혐의로 수난을 겪었다. 그것도 부족해 송광조 서울지방 국세청장이 불명예 퇴진을 하면서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망연자실한 상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CJ그룹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현재는 3명에 불과하지만 검찰 수사에 따라 더 많은 비리 연루자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2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국세청은 경찰의 수사권만큼 강력한 ‘무기’ 가 있는데 바로 모든 기업이 떠는 세무조사다. 이 때문에 돈 많은 기업일수록 국세청을 두려워한다. 국세청장이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과 함께 ‘빅4’ 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세청의 위세에 눌린 기업은 세무조사를 무마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청탁하고 로비하는 일에 혈안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국세청장 자리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가는 아슬아슬한 자리’ 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에 구속 수감 된 전군표 전 청장, 허병익 전 차장, 그리고 최근 불명예 사퇴한 송광조 전 서울지방청장은 모두 행정고시 출신으로 장례가 촉망되는 엘리트 세무공무원의 길을 걸어온 분들이다.

특히 세분은 모두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냈다는 공통점도 있다. 국세청 조사국은 전국 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총괄하는 핵심부서다. 비공식적으로 청와대 민정라인의 지시를 받아 ‘정권의 별동대’로 불리기도 하는 곳이다. 또한 국세청 조사국은 ‘재계저승사자’ 로 불리는 서울 지방 국세청 조사4국을 직접 지휘하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서울청 조사국은 대기업에 대한 기획, 특별 새무조사를 전담하는 국세청의 주포(主砲) 라 할 수 있는 끗발 있는 부서다. 국세청 조사국이 ‘머리’ 라면 서울청 조사 4국은 ‘손 과 발’ 이다.

세무조사의 기획과 결과 판단은 국세청 조사국에서, 실제 세무조사는 서울청 조사 4국이 한다. 그동안 국세청은 정권이 바뀌고 비리가 터질 때마다 자정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신통치 않았다. 국세청의 부패구조가 그만큼 골수에 박혔다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국세청을 개혁하려면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무조사 감찰 TF를 만들고 세무비리에 한 번이라도 연루되면 조사 업무에서 영구 배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 한 바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현 김덕중 청장 부임 이후 기울여온 강도 높은 자정의 노력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런 고강도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위 간부가 로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줄지어 구속되는 모습을 본 일선 직원들의 허탈감은 분노와 함께 극에 달하고 있다. 사실 국세청으로서는 허 전 차장의 구속 하나만으로도 큰 사건이고 충격이다. 그동안 하위 공무원들이 수뢰 혐의로 구속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고위공직자가 현직에 있으면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건 드문 일이다.

이런 때에 청장까지 연루된다면 국세청의 위상이 급락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국민의 신뢰 운운할 자격은 상실되고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 할 수밖에 없다. 파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현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세청 고위간부가 뇌물을 받고 탈세를 무마해 준 게 들통이 났으니 어떻게 ‘탈세와의 전쟁’을 치를 수 있겠는가. 국세청의 검은 돈 수수관행을 그대로 나두곤 지하경제는 물 건너 간 것이다.

기업은 여전히 거액의 세금을 피해 검은 거래를 되풀이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늦었지만 차제에 대대적인 국세청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물론 국세청 스스로가 ‘비리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등 자정의 노력을 보여왔던 것도 부인 할 순 없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박대통령이 강조하는 부정부패의 척결 차원에서 살을 도려내는 개혁을 해야 한다. 국세청 개혁,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는 피나는 각오로 해야 한다. 다시는 미끼에 걸려 형설의 공(功)을 무너트리며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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